2021년 4월 8일 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2021.04
2.23MB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에게 소명을 부여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루카 24,36)
오늘 복음의 대목은 어제 우리가 들었던 엠마오 제자들의 일화 뒤에 바로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그렇게 제자들이 모여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체험을 서로 나누고 있는 그 자리에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에 오시어 평화를 베푸십니다.
지난 며칠간 롤러코스터를 탄 것보다 더 두렵고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제자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평화라고 예수님은 여기셨던 것 같습니다. 제자들이 영육으로 평화를 되찾아 새 시대에 걸맞는 새 존재로 거듭나기를 바라시는 마음에서 평화를 말씀하시지요. 평화는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심어주신 자기다움을 가장 충만히 누릴 때 존재적으로 느끼는 행복일 테니까요.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루카 24,39)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당신 몸을 만져보라고까지 하십니다. 이 접촉은 지금 그들 눈앞에 나타난 예수님이 실제 현존하심을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그분과 제자들의 거리를 좁혀 줍니다. 스승의 죽음 앞에서 도망갔던 제자들 내면의 심정적 죄의식도 녹여 주는 배려가 될 터이지요.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루카 24,41)
예수님께서 정말로 배가 고프고 허기가 지셔서 먹을 것을 요청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것! 스승과 제자가 동고동락한 세월 동안 그들이 가장 빈번히, 허물없이, 동질감을 공유하며 나누었던 행위가 바로 먹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경계심과 의혹, 두려움과 죄책감을 덜어주시려 여러 모로 애쓰시는 듯합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 주셨다."(루카 24,45)
예수님은 생전에 누차 말씀하셨어도 제자들이 알아듣지 못했던 메시아의 소명을 깨닫도록 제자들의 마음을 열어 주십니다. 성경은 인간적 지식과 욕망만으로는 열리지 않는 신비니까요. 스승의 부활까지 체험한 제자들이 주님의 능력으로 이제 말씀의 진리를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루카 24,48)
비로소 제자들은 주님의 증인이 됩니다. 그분 존재와 가르침, 행적과 부활의 영광까지 맛보고 누리고 체험한 진짜 제자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증인"은 세상 사건의 증인과 사뭇 다른 존재입니다. 세상에서 증인은 어떤 사건에 대해 체험한 바를 객관적 입장에서 진술하고 증거하는 역할일 뿐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그리스도이심을 세상에 전할 뿐만 아니라, 그분을 따라 사는 제2의 그리스도가 되는 사명까지 부여받습니다.
제1독서에서는 오늘 예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전달하는 베드로 사도의 설교를 만납니다.
"우리는 그 증인입니다."(사도 3,15)
굳이 반복할 필요없이 베드로의 설교는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제 베드로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들을 영광스럽게 하는 치유 능력이나 언변이 아니라, 모든 일이 성경에 근거해 이루어이진 것이며 자신들은 그저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세상의 증인은 그저 증인일 뿐이지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 주신 사랑의 증인입니다. 곧 그분의 판박이, 따라쟁이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증인은 말과 행동, 선포와 능력 등 자기 존재를 총동원해 주님의 영광을 증거합니다. 그리스도 교회는 무수한 증인들, 증거자들을 통해 오늘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때로는 감당하기 버거운 삶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상승과 추락과 충돌의 충격으로 온 존재가 들썩이면서도 꿋꿋이 신앙을 지키며 살아온 우리 모두가 부활의 증인입니다. 주님 사랑의 증인인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빕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오상선(바오로) 신부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부활 제 2주간 월요일 / 오상선 신부님 ~ (0) | 2021.04.13 |
---|---|
~ 부활팔일 축제 내 금요일 / 오상선 신부님 ~ (0) | 2021.04.10 |
~ 사순 제 4주간 토요일 / 오상선 신부님 ~ (0) | 2021.03.21 |
~ 사순 제 3주간 토요일 / 오상선 신부님 ~ (0) | 2021.03.14 |
~ 사순 제 3주간 금요일 / 오상선 신부님 ~ (0) | 2021.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