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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부활 제 3주간 화요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4월 20일 부활 제3주간 화요일

 

2021.04.20.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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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진정한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십니다.

"그러면 무슨 표징을 일으키시어 저희가 보고 선생님을 믿게 하시겠습니까? 무슨 일을 하시렵니까?"(요한 6,30)
군중이 예수님께 믿을 근거를 보여달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틀렸습니다. 그들은 믿음과 구원을 '뭔가 기적을 보여 주면 우리도 믿어 보겠다'는 식의 선심성 거래처럼 여기지만, 하느님과 백성의 관계, 신랑이신 주님과 신부인 우리의 관계는 거래가 아니라 조건 없는 사랑입니다.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요한 6,33)
이스라엘 백성은 '만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가리켜 말씀하시니 접점이 비켜갑니다. 구약의 기적을 고집하는 그들에게 예수님은 만나처럼 먹고도 결국 죽는 육신의 빵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보증하는 빵이 곧 당신이심을 알려 주십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
아직 유다인들의 의식 수준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분명히 당신 자신을 계시하십니다. "생명의 빵!" 예수님은 이 세상이라는 광야를 걷는 백성에게 당신의 말씀과 몸을 영원한 양식으로 내어 주십니다. 그분은 당장의 목숨도 살리고, 영원히 살게도 하는 그런 양식이십니다.


제1독서는 스테파노의 순교 대목입니다.

"그러나 스테파노는 성령이 충만하였다. 그가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니,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예수님이 보였다."(사도 7,55)
죽음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도 스테파노는 성령에 힘입어 담대하고 평온합니다. 지금 그 자리에서 오히려 분노하고 요동치는 이들은 화를 견디지 못해 이를 갈며 스테파노를 고발하는 무리입니다.

    
일촉즉발의 순간, 스테파노는 하늘의 옥좌를 관상합니다. 성부와 성자께서 당신의 충실한 종에게 친히 영광의 모습을 계시하시면서, 성령으로 충만한 스테파노를 성삼위와의 일치로 끌어올려 주신 것이지요.

스테파노가 이 극치의 거룩함을 눈으로 보고 선포하는 순간, 악에 받친 이들은 "큰 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습니다. 그들은 그동안 익혀온 것 외에는 보지 않기로, 듣지 않기로 완고히 마음을 먹고 하느님의 영광 앞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킵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자신의 몸을 헐어 사랑하는 이에게 먹이로 내어주는 어리석고 약한 하느님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주님은 그렇게 스테파노와 함께 당신 백성에게서 거부를 당하십니다.

스테파노의 용감한 죽음은 그의 생명이 지상 것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이 증거를 우리는 '순교'라고 부르지요. 세상 평판과 이해관계에 일희일비하며, 이득에 감사할 줄 모르고 더,더,더를 외치며 손톱만한 손해에도 죽을 듯 절망하는 이들에게는 참 이상한 선택이 되겠지요.

"내가 생명의 빵이다."
지상의 삶, 육신의 삶으로 모든 생명이 끝난다고 여기며 현세에 골몰하는 이들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분명 세상이 현혹하고 도발시키는 욕망과는 상반되는 가치지요.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은 여기 지상에서도 살고, 또 천상 하느님 나라에서도 살 사람들입니다. 여기서 욕정과 탐욕, 이기심과 오만으로 반짝 누리다가 영원한 생명을 잃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사랑하는 벗님! 예수님께서 당신 생명을 바쳐 우리에게 남겨 주신 '말씀과 성체'는 이 광야에서 지상 순례길을 걷는 우리에게 만나와 같습니다. 단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는 양식이지요. 말씀에 머무르고 성체를 모시며 살아가는 우리는 육적인 삶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영원한 삶을 추구하는 착하고 성실한 종들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되씹고 곱씹어 양분으로 받아 먹고, 예수님의 몸을 영해 그분이 되어 가는 일치의 여정 안에 있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말씀과 성체로 배부르고 충만한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아멘.

 

◆ 출처:  원글보기; ▶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