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일 부활 제5주일
2021.05.02.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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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머무름"을 이야기하십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요한 15,4)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머무르라고 하십니다. 머무름은 예수님이 여러 차례 반복하실 정도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머무름은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적입니다. 우리가 예수님께 머무르고 또 예수님도 우리 안에 머무르시니까요.
머무름은 기도입니다. 기도는 영의 활동이라 자유롭기에 반드시 어떤 도식 하나만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대개 기도는 주님 앞에서의 일방적 독백이 상호적 대화로 넘어가다가, 신뢰와 사랑이 깊어지면서 침묵으로 흐르고, 결국 서로에게 머무름으로 이어집니다. 이제 기도는 어떤 행위에서 그저 존재하는 자체가 되어갑니다.
기도 안에서 우리에게 드러내 보여주시는 그분 안에 머무르고 또 그분에 대해 아는 바에 머무르며 그 사랑에 머무르는 것이 관상기도일 것입니다. 머무름은 고요하고 정적으로 보이나 그 침묵 아래는 거대한 역동성이 해류처럼 흐릅니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요한 15,3)
말씀이 우리를 정화합니다. 말씀에 머무르는 이는 말씀이신 예수님께 머무르는 것이고, 머무름으로 우리 존재에 새겨지고 물든 그 말씀이 우리를 깨끗하게 합니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요한 15,7)
주님 안에 머무르고 그분 말씀 안에 머무르는 이의 기도는 그분의 뜻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미 그가 깨끗하게 되었고, 그의 바람이 주님의 바람과 일치하기 때문이지요. 그가 바라는 것이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과 일치하니 그대로 이루어짐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겁니다. 주님께 머무르는 이의 기도가 자기 정욕이나 탐욕, 저주나 오만에 기인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머무름은 반드시 선하고 진실된 열매를 맺습니다.(요한 15,5 참조)
제2독서에서도 머무름을 말씀하십니다.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1요한 3,24)
요한 서간의 저자는 믿음과 사랑을 머무름의 방식으로 꼽습니다. 즉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서로 사랑하는 것"(1요한 3,23)입니다. 주님을 믿는 이는 이미 주님 안에 있습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이도 마찬가지지요. 그는 "행동과 진리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게 됩니다. 그것이 우리가 따르는 예수님의 방식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주님과 서로에게 머무름으로써 사랑이 되어 갑니다.
제1독서에서는 머무름으로 회득한 사랑이 열매를 맺는 일화가 등장합니다.
"모두 그를 두려워하였다. 그가 제자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바르나바는 사울을 받아들여 사도들에게 데려가서 ... 이야기해 주었다."(사도 9,26-27)
사도행전 저자는 바르나바를 "착하고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사도 11,24)이라고 전합니다. 믿음과 사랑은 주님께 머무르는 이의 특징이며 그에게 머무르시는 성령이 그 증거입니다.
사울은 기를 쓰고 새로운 길에 들어선 이들을 단죄하고 박해하였기에 그가 어떤 신적 체험을 했건 여전히 두려운 존재입니다. 주님께서는 그를 당신의 구원 계획을 위한 도구로 세우시기 위해 사람들에게 신망이 큰 바르나바를 쓰시지요.
사울에 대해 바르나바가 보여 준 관대한 수용력과 신뢰는 그가 사울 안에 머무르시는 주님을 알아보는 시선에서 나옵니다. 이미 그 자신이 주님 안에 머무르는 존재이기에 가능한 은총이지요.
"이제 교회는 ... 평화를 누리며 굳건히 세워지고, 주님을 경외하며 살아가면서 성령의 격려를 받아 그 수가 늘어났다."(사도 9,31)
주님께 머무르는 이는 다른 이들을 머무름으로 초대하여 교회를 더욱 영적으로 변화시킵니다. 평화와 굳셈, 경외와 성령의 현존은 주님께 머무르는 이들이 맺는 역동적인 열매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오늘 주님께서 말씀을 통해 당신 사랑 안에 머무르라고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이 말씀을 품고 그분 사랑의 품에 깊이깊이 머무르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주님의 애틋하고 애잔한 자애의 눈길에 자신을 온전히 놓아두고, 깨끗하고 거룩하게 해 주시는 그분 손길에 우리 영혼과 육신을 기꺼이 내어맡깁시다.
주님께 머무르고, 주님께서 그 안에 머무르시는 영혼은 행복합니다. 그는 이 힘겹고 버거운 세상살이 안에서도 사랑이 되어 가는 중이니까요. 주님과의 상호적 머무름으로 참행복지수를 높여가는 벗님을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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