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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부활 제2주간 수요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4월 14일 부활 제2주간 수요일

 

 

2021.04.14.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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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에는 구원의 골자가 담겨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이 구절이 그리스도교 구원론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 우리 구원의 시작은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고, 우리가 구원받는 조건은 믿음이라는 의미지요.


당신의 생명을 헐어 우리를 지으신 창조가 그랬던 것처럼, 구원 역시 희생의 사랑, 비우는 사랑에서 시작됩니다. 창조와 마찬가지로 구원도 주님과 우리의 역동적인 상호 관계 안에서 완성되어 갑니다. 주님께서 당신이 지으신 만물을 지극한 사랑으로 돌보시고 피조물은 주님께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것처럼, 주님은 목숨을 바쳐 구원하시고 우리는 그분을 충실히 믿고 따름으로써 구원을 얻습니다. 

"믿지 않는 자는 이미 심판을 받았다."(요한 3,18)
불신과 심판은 전후 관계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엉켜있습니다. 은총으로 허락된 믿음의 기회 앞에서 완고히 믿음을 거부하고 배척하는 이는 스스로 구원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것과 다름없지요. 스스로를 어둠에 가두고 자기중심적인 오만을 고수하는 자체가 어둠과 죄악을 구원의 자리에 놓았다는 뜻입니다. 심판이 멸망을 부르는 게 아니라 불신 상태가 이미 심판받았음을 증거합니다.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요한 3,21)
진리이신 예수님을 믿으며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는 빛을 향합니다. 예수님이 곧 빛이시지요. 믿음은 우리를 빛 가운데에 머무르게 합니다. 비록 자기 허물과 삶의 고통 때문에 하루라도 편할 날이 없어도, 주님을 믿기에 희망할 수 있고, 그분 사랑을 알기에 그 자신도 하느님과 사람을 사랑합니다. 믿는 이는 믿음으로써 이미 구원 상태를 살아갑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사도들의 모습은 어둠에서 빛으로 나오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줍니다.

"주님의 천사가 밤에 감옥 문을 열고 사도들을 데리고 나와 말하였다. '가거라, 성전에 서서 이 생명의 말씀을 백성에게 전하여라.' 이 말을 듣고 사도들은 이른 아침에 성전으로 들어가 가르쳤다."(사도 5,20)
"감옥"은 어둠의 영역을, "이른 아침 성전"은 빛의 영역을 가리킵니다. 기득권자들의 시기심으로 어둠에 갇힌 그들을 주님의 천사가 다시 빛으로 꺼내어 주지요.


그런데 권력에 의해 합법적으로 풀려난 상태가 아니라면 조용히 숨는 것이 후일을 도모하며 안전을 지키는 상식일 터인데 제자들은 그러지 않습니다. 천사가 일러준 대로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공적인 장소로 되돌아가 말씀을 선포하지요. 빛을 선택하는 이에게 투옥이나 박해는 더 이상 장애가 되지 못합니다.

빛 한가운데 서서 빛이신 분을 선포하는 이들로 인해 수석 사제들은 몹시 당황해합니다. 그들이 아는 "무식하고 평범한" 이들이 빛 안에서 그 자신이 빛이 되어 있음을 목도하는 자체가 적잖은 충격이니까요.

빛이 어둠을 동요시키고 있습니다. 이 동요가 구원으로 이어지려면, 그들이 기득권 유지에 골몰하며 진리에 귀를 막을 것이 아니라 새로움으로 인해 진동하고 균열을 일으키는 내면을 직시하고, 빛이 스며들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모든 것의 시작은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이 출발점만 정확히 알고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랑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빛 안에 있습니다. 구원에 머무는 구원의 상태를 누리는 중이지요.


사랑하는 벗님! 오늘 따뜻한 봄햇살을 받으며 산책해 보십시오. 그리고 우리에게 빛살처럼 쏟아지는 주님의 사랑을 믿고, 믿기에 더욱 뜨겁게 사랑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사랑이 때로는 아프고 힘겨워도 우리가 받는 사랑이 있어 멈추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분이 빛이시고 진리이시니, 우리가 아무리 부족한 죄인이어도 그분 안에서는 우리가 충만하고 온전하답니다. 빛 안에서 빛이 되어 가는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출처:  원글보기; ▶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