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4일 부활 제5주간 화요일
2021.05.04.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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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진정한 평화를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희에게 내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
예수님께서 떠남을 전제로 말씀하십니다. 당신은 가시지만 제자들에게 당신의 평화를 남기고 가겠다고 하십니다. 당신의 부재에 제자들이 분리불안으로 주저앉지 않도록 미리 준비시키시는 듯합니다. 그래서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에 제자들에게 미리 말씀을 해 주시지요. 제자들이 예수님 말씀이 실현됨을 보면서 비로소 믿고 굳건히 설 수 있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당신의 평화가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고 명백히 말씀하십니다. 무탈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상태가 세상의 평화라면, 예수님의 평화는 좀 다릅니다.
진정한 평화는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소명이 자기 안에 충만한 상태가 아닐까 합니다. 모두가 자기다움을 누리며 존재하는 평화의 상태는 각자 이기심과 탐욕, 타인의 기대나 시선에 안주하지 않는 투쟁이 전제됩니다. 그래야 비로소 자기다움이라는 평화에 도달하여 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피조물이 각자의 부르심, 소명, 목적에 맞갖게 존재할 때 비로소 온 누리에 평화가 공존하는 것이지요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요한 14,27)
어쩌면 앞으로 제자들은 산란하고 겁날 일을 많이 겪게 될 것입니다. 메시아라 믿었던 스승의 체포와 수난, 죽음은 물론 예수님의 부활 이후 교회가 겪게 될 박해까지 첩첩산중, 사실 갈수록 태산이지요.
그런 도전과 역경이 없을 때 누리는 심리적 감정적 안정감이 "세상이 주는 평화"라면, 그런 시련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담대하고 굳건히 하느님 자녀다움, 그리스도의 제자다움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바로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입니다.
"그는 나에게 아무 권한이 없다."(요한 14,30)
세상의 우두머리, 어둠의 권세가 덮쳐도 예수님은 그 힘에 휘둘리지 않으십니다. 악의 힘인 어둠이 빛이신 예수님께 어떤 권한도 갖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일찌기 예수님은 "아무도 나에게서 목숨을 빼앗아가지 못한다. 내가 스스로 그것을 내놓는 것이다. 나는 목숨을 내놓을 권한도 있고 그것을 다시 얻을 권한도 있다."(요한 10,18)라고 하신 바 있지요. 예수님이 맞이하시게 될 죽음은 인류를 구하시기 위해 스스로 당신 자신을 희생제물로 바치신 온전한 자유의지의 순종이었습니다.
제1독서에서는 안티오키아에서 파견되었던 바르나바와 바오로가 여러 상황을 겪고 무사히 파견받았던 곳으로 귀환하는 장면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합니다."(사도 14,22)
사도들은 신도들의 믿음과 성장에 기쁘고 감사하기도 하고 또 적대자들의 배척과 위협에 죽을 고비까지 넘기면서 그 일을 완수합니다. 좋은 일만 있지 않았고 그렇다고 나쁜 일만 있지도 않았지요. 꽃길만 걷지 않았고 가시밭길만 걷지도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그들이 스승의 길을 뒤따르면서 맞닥뜨린 모든 일을 평화 안에서 맞이하고 견디며 나갔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야말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남기신 평화입니다. 모든 것을 견디어낸 평화!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느님 자녀다움과 그리스도 제자다움, 주님의 신부다움을 잃지 않는 평화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라 믿나이다. 알렐루야"(영성체송)
우리의 죄와 낡은 인간은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습니다. 그리고 찬란히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다시 살아나 부활의 기쁨을 살아갑니다. 이것이 우리 신앙의 의미지요. 죽음을 각오한 이는 이미 평화를 획득했습니다.
모든 피조물은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존재하고 살아갈 때 평화롭습니다. 아무리 물질이 충족되어도 내면의 헛된 탐욕이나 남 눈치만 따라가다가는 진정한 존재적 평화에 도달하기 어렵지요.
사랑하는 벗님! 예수님께서 자신에게 부여하신 존재적 평화, 소명을 충만히 살아가는 각자의 평화를 관상하고 머무르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평화의 성령께서 함께하시며 힘을 북돋아 주시고 믿음을 충실히 하도록 격려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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