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8일 부활 제7주간 화요일
2021.05.18.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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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에는 두 개의 절절한 고별사가 나옵니다. 둘 다 "때"를 맞이하는 비장함과 남는 이들에 대한 연민의 사랑이 가득하지요.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요한 17,1)
대사제의 기도라고 불리는 요한복음 17장의 내용은 수난과 죽음으로 마련된 영광의 때를 맞이하시는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올리는 기도입니다. 예수님은 이 때를 위해 이 세상에 오셨고 이 시간을 통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며, 아버지께서도 아드님을 영광스럽게 하실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하라고 맡기신 일을 완수하여 저는 땅에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였습니다."(요한 17,4)
예수님은 온 생애를 통해 아버지의 뜻을 이루셨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을 전하셨고, 아버지의 사랑을 실천하셨으며, 아버지의 마음으로 세상을 품으셨지요. 앞으로 닥칠 죽음의 순종을 포함해 이 모든 것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합니다. 그리고 이제 떠남을 준비하시면서 제자들(우리들)을 위해 아버지께 청하시지요.
"저는 더 이상 세상에 있지 않지만 이들은 세상에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요한 17,11)
예수님의 기도에서 성령께서 오셔야 하는 정황이 명백해집니다. 이 세상에 남지만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약하디 약한 제자들(우리들)이 예수님의 가르침과 사랑을 기억하고 꿋꿋이 신앙의 길을 걸으며 지상 순례 여정을 완수하도록 보호해 주시려는 겁니다. 남은 이들에 대한 예수님의 연민의 사랑이 성령을 통한 현존으로 실체화될 겁니다.
제1독서는 사도 바오로가 에페소 교회의 원로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대목의 앞 부분입니다.
"이제 나는 성령께 사로잡혀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습니다."(사도 20,22)
사도 바오로 역시 자신의 "때"를 맞이하여 이 말을 합니다. 세속적 영광이 아닌, 스승이 걸어가신 십자가의 영광을 맞이할 때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 참 예언자들이 죽음을 맞이했던 도성 예루살렘이 "투옥과 환난"으로 사도 바오로를 맞이해 주님의 영광을 완수하도록 해 줄 것입니다.
"내가 하느님의 모든 뜻을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여러분에게 알려 주었기 때문입니다."(사도 20,27)
사도는 온 힘을 다해 복음 선포에 매진하였습니다. 늘 그들 곁에 머무를 수 없었기에, 함께 있는 동안에는 열정적 가르침으로, 떨어져 있을 때에는 섬세하고 지혜에 찬 서신으로 자신이 받은 주님의 계시를 남김없이 전해주려 애썼지요.
이제 사도는 남은 이들을 성령께 맡기고 떠나야 합니다. 사도가 남긴 주님의 말씀이 그들을 양육하고 성령께서 그들이 들은 진리를 지켜주실 것입니다.
"나는 죽었지만, 보라, 영원무궁토록 살아 있다. 알렐루야."(입당송)
떠남은 이별로 이어지지만 영적 관계에서는 "끝"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영의 세계에서는 죽음조차도 소멸이 아니지요. 예수님께서 영원히 제자들과(우리와) 함께 현존하시면서 제자들을(우리를) 위로하시고 복돋우시며 동행하시듯, 눈물의 배웅을 받으며 에페소를 떠난 사도 역시 남은 이들의 영의 벗으로 남아 그들의 신앙의 길을 도와줄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주님의 승천을 기념하고 성령께서 오심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오늘의 두 고별사는 위로와 격려를 줍니다. 주님은 우리를 결코 떠나시지 않으실 것이고 그분에게서 받은 은총이 나날이 더욱 우리를 견고하게 해 줄 것이니까요. 주님과 우리의 만남은 끝을 모르는 영원이기에 우리는 잠시 지날 환난고초의 세상에서 더욱 찬란히 피어날 것입니다. "우리 짐을 지시는 하느님이 우리 구원"(화답송)이시기 때문입니다.
오소서 성령님! 벗님들 마음에 임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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