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1일 부활 제7주간 금요일
2021.05.21.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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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 주십니다.
"나를 사랑하느냐?"(요한 21,15.16.17)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빵과 물고기로 새벽 허기를 채워주신 뒤, 베드로에게 당신을 사랑하는지 물으십니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요한 21,17)
베드로는 세 차례나 반복된 질문에 슬퍼하며 답하지요. 이 장면을 세 번 주님을 부인했던 실패에서 베드로를 일으켜세워 주시려는 예수님의 사랑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 대목에서 우리 안에 반복해 울리는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물음은 부르심을 받아 주님과의 관계 안으로 들어온 우리에게 '신앙이란 바로 사랑의 문제'임을 각인시킵니다. 신앙의 본질이 사랑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창조하시고 이끄시며 구원하시는 주님을 사랑하기에 그분께 머무릅니다. 예수님은 일찌기 제자들에게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요한 14,15)라고 하시며 모든 것 위에 사랑을 두셨습니다.
제1독서에서는 사도 바오로와 그의 신앙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이 등장합니다.
"수석 사제들과 유다인의 원로들이 그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유죄 판결을 요청하였습니다."(사도 25,15)
먼저 이스라엘 백성의 종교 기득권자들 입장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죽음으로 처단한 뒤 그분의 추종자들도 경계하며 손을 댑니다. 이방인들에게까지 복음을 전하는 바오로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지요.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예수님과 제자들, 그리고 그리스도 신앙을 고백하는 무리가 명백한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율법과 계명을 가장 중요한 자리에 놓고 법을 준수함으로써 하느님에 대한 신의를 표현한 기존 종교 기득권자들에게, 사랑으로써 율법을 완성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위험해 보였던 것일까요?
그런데 율법의 정신과 내용이 사랑이고 하느님께서 사랑이시며 예수님은 그 사랑을 완성하러 오신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니 사실 그 둘은 다르지 않지요.
"이미 죽었는데 바오로는 살아 있다고 주장하는 예수라는 사람과 관련된 몇 가지 문제"(사도 25,19)
이 견해는 율법도 모르고 예수님도 모르면서 직책상 이 일을 처리해야 하는 이들의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그저 죽었지만 그 추종자들이 살아 있다고 주장하는 어떤 사람 때문에 일어난 귀찮은 분쟁일 뿐이지요. 이 시각이 어쩌면 지금 이 세상의 입장과 유사할 수도 있습니다. 방관자이고 구경꾼이면서 적당히 이득을 취할 기회 정도로 신앙을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부르심 받은 신앙은 율법이나 이익 이전에 사랑의 문제입니다. 주님은 사랑 때문에 우리를 부르셨고, 우리 역시 사랑 때문에 그분께 응답해 지금 여기 존재합니다. 감히 섞일 수 없는 엄청난 간극을 지닌 신과 인간이 사랑 때문에 만나고 사랑하고 하나가 된 것입니다. 사랑만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우리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요한 21,18)
그런데 이 사랑은 처음에는 우리가 원하는 방식과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싶다가, 결국은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예고하신 바와 같이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고 원하지 않는 곳,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를 끌어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이란 것이 오묘해서 한때 그토록 원하지 않았던 방식을 그때에는 기꺼이 받아안게 될 것입니다. 강렬했던 원의마저도 사랑 안에 형체도 없이 녹아들어 사랑과 하나가 되어 버릴 것이니까요. 그러면서 사랑이 되어갈 것이니까요.
"나를 따라라."(요한 21,19)
그때 비로소 사랑이 된 우리에게, 주님께서 이제 진짜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실 겁니다. 처음의 부르심과는 다른 차원이 펼쳐지는 겁니다.
사랑하는 벗님! 주님께서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고 또 물으십니다. 우리도 "예,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고 지치지 말고 대답하고 또 대답합시다. 사랑을 물으시고 구걸하시는 주님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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