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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6월 6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2021.06.06.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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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가 주님에게서 받은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간직해야 하는지 알려 주십니다.

"내가 제자들과 함께 파스카 음식을 먹을 내 방이 어디 있느냐?"(마르 14,14)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보내시며 이르신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지금 "내 방" 즉 당신의 방을 찾고 계십니다. 파스카 예식을 치르면서 함께 음식을 나눌 방이 필요하신 건데 왜 굳이 "내 방"이라고 하셨을까요?

"내 방"이는 당신이 지금 '필요로 하는 방'을 의미하고 또 '그분께 속한 방'이란 의미도 포함합니다. 머리 둘 것 없으셨던 예수님께서 에루살렘 도성 안에 당신 방을 소유하셨을 리는 없을 터이니, 이 "방"은 그저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을 겁니다.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마르 14,22)"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르 14,24)예수님께서 파스카 예식 중 쪼개어 나눠주는 빵이 당신의 몸이라고 하십니다. 이스라엘이 그 긴 세월 동안 내내 행하였던 의식이고, 빵 나눔인데, 당신의 영원하고 결정적인 파스카 제사를 준비하시는 이 때 그 의미를 새롭게 규정하신 겁니다.

제1독서에서는 시나이 산에서 주님과 백성이 계약을 맺는 장면입니다.

"모세는 피를 가져다가 백성에게 뿌리고 말하였다. '이는 주님께서 이 모든 말씀대로 너희와 맺으신 계약의 피다.'"(탈출 24,8)피를 뿌리는 예식은 모세가 주님의 모든 말씀과 모든 법규를 일러주고, 이 모두를 실행하겠다고 백성이 응답한 뒤 이루어집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떠나기 직전, 주님의 백성이 문지방과 상인방에 바른 어린 양의 피는 그들을 대살육의 재앙에서 보호해 주었지요.(탈출 12,23 참조) "피"는 함부로 흘리거나 먹어서는 안 되는 생명 그 자체로서, 이제부터 주님과 백성을 마치 혈연관계처럼 결속시켜 주는 동시에 주님의 소유가 된 백성을 보호해 줄 것입니다.  

제2독서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통한 이루어진 새 계약을 이야기합니다.

"영원한 영을 통하여 흠 없는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신 그리스도의 피"(히브 9,14)성자의 희생 제사로 우리에게 더 이상 짐승을 잡고 그 피를 뿌리는 예식이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날마다 봉헌하는 미사성제야말로 우리 구원을 위해 새롭게 당신 자신을 바치시는 십자가의 제사이기 때문입니다.

"새 포도주를 마시는 그날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마르 14,25)이스라엘이 짐승의 피로 하느님과 맺은 계약은 예수님의 피로 완성되었고, 이제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 나라에서 마실 새 포도주를 기다립니다. 새 포도주는 성령, 사랑, 그리고 영원한 일치입니다. 더 이상의 고통도 눈물도 없을 그곳에서 우리의 죄를 씻어줄 피는 뜨겁고 열렬한 사랑의 합일로 이어져 우리를 깨끗하게 하고 거룩하게 해줄 것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리라."(영성체송)오늘은 우리를 위해 당신을 전부 내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기념하는 축제의 날입니다. 우리에게 내주시는 그분의 몸과 피는 이 세상에서 그분의 현존을 보증하는 실체입니다. 그리고 이를 받아 모시는 우리는 설령 아무리 부족하고 나약한 죄인이어도 주님께 머물러 차츰 주님으로 변모되어 갑니다. 우리 자신이 파스카 예식이 이루어지는 "내 방" 곧 '주님의 방'이 되어 예수님께서 시작하신 성체의 삶을 완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주님의 몸과 피를 모시고 주님 안에 머물러 사랑을 누리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코로나19의 조심스런 상황에서 첫영성체를 하는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을 축복하면서, 그들로 인해 우리 가정과 교회, 세상이 더욱 정화되고 성화되길 기도합니다. 아울러 우리 주변에 있는, 영육으로 굶주린 이들에게 소박한 나눔으로 성체의 삶을 완성하는 오늘 되시면 좋겠습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