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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10 주간 화요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6월 8일 연중 제10주간 화요일

2021.06.08.mp3

2.09MB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 주십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마태 5,13)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

소금과 빛의 공통점은 주위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입니다. 소금은 음식에 맛을 내고 부패를 방지하며 인체 내 전해질 농도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빛은 에너지를 생성하고 어둠을 몰아내어 활동 영역을 확대해 주지요. 소금과 빛은 인간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요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소금과 빛이라고 하신 것은, 소금이 되고 빛이 되라는 격려인 동시에,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목표를 설정해 주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수님의 제자인 그리스도인은 홀로 자족하는 외딴섬이 아니라 서로 선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로 불리움 받았으니까요.

예수님은 제자들이(우리가) 소금처럼 "제맛"을 간직하기를, 빛처럼 모든 사람을 비추기를 바라십니다. 번쩍이는 금도 아니고 명품도 아니지만 세상 어디서나 꼭 필요한 소금이기를, 세상 곳곳을 묵묵히 비추는 빛이기를 바라시는 겁니다.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

그리스도의 제자들이(우리가) 소금이고 빛이어야 하는 이유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입니다. 소금 자체, 빛 자체가 주목받고 칭찬받는 것이 아니라, 그 영향으로 세상에 주님께서 드러나시는 거지요. 소금과 빛 역할을 하는 이들은 진리 자체이시고 빛 자체이신 주님을 가리키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바를 명료히 제시합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우리도 그분을 통해 '아멘!' 합니다."(2코린 1,20)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드리는 우리의 응답은 순종입니다. 겉과 속이 같은 "예!"지요. 사도가 "그분께는 늘 '예!'만 있을 따름입니다."(2코린 1,19)라고 하듯, 이 순종의 모범은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십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드린 "예!"는 맹목적인 굴종이나 무성의한 방관의 태도에서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의 이해에서 흘러나옵니다. 온전한 진리이시고 온전한 선이시며 온전한 아름다움이신 아버지의 의지와 말씀을 온전히 신뢰하며 자신을 던지는 사랑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또한 우리에게 인장을 찍으시고 우리 마음 안에 성령을 보증으로 주셨습니다."(2코린 1,22)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받은 인장과 성령은 우리 영혼이 "소금기"과 "밝기"를 간직하게 해 줍니다. 이는 그리스도인다움을 유지시켜 주는 필수 요소라 할 수 있지요. 우리는 이 "소금기"와 "밝기"를 지켜나가길 원하시는 아버지의 부르심에 "예!" "아멘!" 하고 응답합니다.


세상의 소금인 제자(우리)로 인해 부정부패와 억압, 소외와 무관심으로 풍겨나는 악취가 그리스도의 향기로 뒤바뀝니다. 세상의 빛인 제자(우리)로 인해 어둠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절망에 빛이 스며듭니다. 단번에 온 세상을 구원할 수는 없어도 우리가 속한 세상 한 구석, 스쳐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에 단 한 영혼이라도 일으켜세울 수 있다면 하느님은 우리로 인해 찬양받으시고 영광을 받으십니다. 우리의 "예!" "아멘!"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우리의 소금기와 밝기는 겸손하고 결연한 "예!" "아멘!"의 고백으로 지켜지고 확장될 것이니,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아버지의 사랑의 요구에 무조건 "예" 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세상의 소금이고 빛이신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