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10주간 목요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6월 10일 연중 제10주간 목요일

 

2021.06.10.mp3

2.11MB


오늘 미사의 말씀은 예수님을 만난 이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이야기하십니다.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 5,20)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율법 준수로 자동 획득된다고 여겨온 의로움을 넘어서라고 이르십니다. 이는 율법에 얽매이지 말고 대충 살라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율법 이상을 살라는 뜻이지요. 율법을 무시하고 마구 살아제끼는 삶이 아니라, 문자로 새겨진 율법 없이도 충실히, 하느님 뜻을 새긴 영혼과 심장으로 살라는 촉구이십니다.


"형제 존중, 화해, 양보"

예수님께서 율법 준수 이상의 삶이 어떤 것인지 세 가지 경우를 들어 구체적으로 알려 주십니다. 그저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준수한 것으로는 사랑이 완성되지 않음을, 그리고 다른 계명들도 마찬가지임을 깨우쳐 주시는 것이지요.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우리는 그 믿음으로 의롭게 됩니다. 이 믿음은 율법을 포용하는 동시에 율법을 초월하는 투신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자취를 닮아가다 결국은 사랑으로 변모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믿음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율법의 사람에서 성령의 사람으로 옮아가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모세의 율법을 읽을 때마다 이스라엘 자손들의 마음에는 너울이 덮여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 돌아서기만 하면 그 너울은 치워집니다."(2코린 3,15-16)

구약의 백성 중에 하느님을 마주하고 그분 마음과 접촉하도록 허락된 이들은 성조들, 모세, 다윗, 그밖의 참 예언자들 등 일부였습니다. 모든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그들이 살아갈 지침으로 율법이 주어졌지요.


이스라엘 백성은 율법을 통해 하느님을 감지하고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율법은 마치 하느님과 백성 사이에 드리워진 너울과 같아, 간절히 하느님 마음에 파고들기를 열망하는 이가 아니고서는 대부분 율법 너머로 시선을 두지 않게 되었습니다. 율법 준수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긴 이들은 굳이 하느님과 인격적인 만남까지 이르려 애쓰지 않게 됩니다. 하느님 백성의 정체성은 뜨겁게 사랑하지 않아도 율법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니까요.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나타난 하느님의 영광을 알아보는 빛을 주셨습니다."(2코린 4,5)

하지만 예수님에게서 하느님을 발견하도록 빛을 받은 이들은 예수님을 그리스도라 믿고 고백합니다. 그 빛 덕분에 우리 앞에서 너울이 치워지고, 우리는 주님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너울을 벗은 얼굴로 주님의 영광을 거울로 보듯 어렴풋이 바라보면서, 더욱더 영광스럽게 그분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갑니다."(2코린 3,18)

하느님 앞에 선 우리 앞에서 이제 율법의 너울이 벗겨지고, 우리는 예수님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며 하느님의 영광을 발견하고 관상합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영광과 그분의 사랑을 관상하는 이에게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가 바로 "그분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랑을 닮아 사랑이 되어가는 이에게 율법은 최소한의 지침일 뿐입니다. 율법의 정신인 사랑이 하느님의 얼굴을 마주하고 살아가는 이를 선동하고 불붙이고 끌어당겨 사랑에 합류시키고 결국 사랑이 되어가게 해 주십니다. 

사랑하는 벗님! 우리는 율법 너머로 하느님의 얼굴을 마주하라고 초대된 이들입니다. 그 하느님의 얼굴이 곧 사랑이고 예수 그리스도시지요. 우리에게 맡겨주신 형제와 이웃들을 더 섬세히, 따뜻하게 사랑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서툴고 미숙한 우리의 사랑을 통해서도 주님은 큰 영광을 받으신답니다. 사랑을 통해 그분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우리 모두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