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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성심 대축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6월 11일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

2021.06.11.mp3

2.13MB


오늘 미사는 예수님의 뜨거운 사랑의 심장으로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영성체송)

그분이 곧 생명의 물이십니다.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며 사랑과 정의와 진리에 굶주리고 목말라 하는 우리 인간의 실존을 예수님 친히 겪으셨고 또 친히 살아내셨지요. 우리의 갈증을 아시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외치십니다.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요한 19,34)

복음은 우리를 예수님 죽음의 슬픈 장면으로 데리고 갑니다. 이미 숨을 거두신 그분께서 한 번 더 날카로운 창으로 헤집어지는 처참한 순간입니다.


그런데 상처로 벌어진 그분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고 복음사가가 증언합니다. 세상을 향해 벌어진 옆구리의 상처는 주님의 또 다른 입술입니다. 예수님의 실제 입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발설되었다면, 이제 옆구리의 열린 입(상처)에서는 새로운 이스라엘이라는 교회가 발설됩니다. 피와 물은 교회를 지탱하는 성령과 교회의 지향인 영원한 생명입니다.

제1독서는 이스라엘을 향한 하느님의 애끓는 뜨거운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나는 인정의 끈으로, 사랑의 줄로 그들을 끌어당겼으며, 젖먹이처럼 들어 올려 볼을 비비고, 몸을 굽혀 먹여 주었다."(호세 11,4)

사랑의 예언서인 호세아서의 이 대목는 아버지요 신랑이신 주님의 모습을 모성적인 사랑의 행위들로 표현합니다. 창조 때 사람에게 숨을 불어넣으시며 입맞춤하셨던 하느님께서, 당신이 선택하신 백성에게 마치 어머니가 아기에게 애정을 퍼붓듯 사랑을 표현하십니다. 창조 때부터 내내 인간을 향해온 그분의 입맞춤은 연민의 사랑이 응축된 그분 심장에서 흘러나옵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에페소 교회 신도들이 예수님의 그 사랑을 깨닫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모든 성도와 함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한지 깨닫는 능력을 지니고,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에페 3,18-19)

세상의 눈에 예수님은 실패자에 불과합니다. 설교와 기적으로 반짝하고 사라진 이상주의자나 망상가로 보일 수도 있지요. 당신 상처로(입으로) 피와 물을 다 쏟아내시어 세상을 정화하고 성화한 사랑을 깨닫는 은총은 주님에게서 옵니다.


예수님의 중심인 심장, 사랑으로 펄펄 끓는 그분 심장을 열렬히 갈망하며 지치지 않고 달아드는 이에게 그분은 당신 상처(입)을 활짝 열어젖히십니다. 그리고 피와 물의 근원인 심장을 드러내 주시지요. 그분 심장에 가닿으려면 그 아프고 슬픈 상처를 관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너희는 기뻐하며 구원의 샘에서 물을 길으리라."(화답송)

그럼에도 우리는 기뻐하며 주님의 심장으로 달려갑니다. 그곳은 우리의 의혹과 불안과 두려움의 갈증을 씻어줄 구원의 샘입니다. 예수님 심장인 구원의 샘에는 하느님의 신비의 계획이 감추어져 있습니다.(에페 3,9 참조) 우리는 거기서 그 사랑의 신비에 뿌리를 내리고, 사랑을 기초로 삼아 살아가라고 불리웠습니다.(에페 3,17 참조)

 
사랑하는 벗님! 십자가에서 당신 존재를 활짝 열어 불결한 우리에게 입맞춤을 허락하신 예수님께 다가가 사랑으로 친구합시다. 그분 심장에 머물러 그분께 위로를 드리고, 우리를 향해 펄떡이며 끓어 오르는 열렬하고 애틋한 사랑을 들여마시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시다. 아울러 사제 성화의 날을 맞아 저를 포함해 모든 사제들이 거룩함의 여정에 지치지 않고 충실하기를 함께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랑의 불가마이신 예수 성심,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