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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 기념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6월 12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2021.06.12.mp3

2.17MB


오늘 미사의 말씀은 주님의 뜻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마리아의 모범을 통해 알려 두십니다.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카 2,49)
요셉과 마리아가 소년 예수님을 예루살렘에서 잃으셨다가 찾은 일은 의미심장합니다. 구원자의 잉태부터 소년 시기에 이르기까지 함께 살아오며 마음에 차곡차곡 품어온 신비를 예수님 입으로 직접, 명확하게 듣는 순간을 비로소 맞이한 겁니다. 


"제 아버지의 집"
어린 예수의 표현은 명확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구심점인 성전이 바로 하느님 현존의 장소이니, 그곳이 곧 성자의 거처일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이 한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다."(루카 2,50)
복음사가는 요셉과 마리아의 상태를 진솔하게 이야기합니다. 부모는 알아듣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했지요. 여기에서 요셉과 마리아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그들의 무지는 부끄러움이나 약점이 아니라,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믿음으로 구원에 협력한 신앙을 증거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루카 2,51)
마리아의 마음속에 예수님의 구원 역사가 모두 새겨져 있습니다. 그러니 마리아의 마음속 크기와 깊이, 넓이와 길이를 누구도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지요. 그 놀라운 구원경륜의 신비가 모두 들어차 들어있으니 말입니다. 알아듣지 못했음에도 경청하고 품고 믿고 따르는 겸손하고 충실한 신앙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제1독서는 마리아의 노래 마니피캇의 원형이 되는 이사야서의 한 대목입니다.

"나는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하고, 내 영혼은 나의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리니"(이사 61,10)
구원자를 반기는 이 환성 안에는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하느님의 구원 약속이 개인과 민족에게 이루어짐을 환호하듯 들려주고 있지요. 예언자를 통해 전해진 이 해방과 구원의 기쁜 소식이 훗날 마리아의 목소리로 복음에  새겨집니다.


"주님 안에서 ... 하느님 안에서"
마리아는 예수님에 관한 신비를 모두 마음 속에 간직한 동시에 그 자신이 온전히 하느님 안에 존재하였습니다. 그 안에서 기쁘고 즐겁습니다. 이 기쁨과 즐거움은 감정이나 기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하느님 안에 머무르는 영의 기쁨과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신비를 마음속에 간직한 채 하느님 안에 머무르는 이의 영적 기쁨은 우리가 즐겨 부르는 마니피캇(루카 1,46-55)과 오늘 미사 독서의 화답송에도 잘 드러나 있으니 함께 머무르시면 좋겠습니다.      

하느님 안에 있는 이는 아무리 세상이 할퀴고 짓누르고 무시해도 주저앉지 않습니다. 마리아가 예수님으로 인해 겪은 "칼에 꿰찔리는 고통"(루카 2,35 참조)도 이 기쁨과 즐거움을 앗아가지 못하였지요.

사랑하는 벗님, 지금 현실에 기쁘고 즐거운 일이 많으십니까? 주님께 감사하며 기뻐하고 즐거워하십시오. 삶이 힘겹고 버거우십니까? 주님 안에 머물러, 세상 것에 좌우되지 않는 영의 기쁨과 즐거움을 그분께 청하십시오. 어느 것도 구원받은 이로서 주님과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을 빼앗을 수 없답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시련과 고난의 길 한복판에 있더라도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님 마음에 기대어, 그분처럼 모든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주님 안에서 기뻐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절망과 두려움에서 고개를 돌려 기쁨을 선택한 순간, 성모님이 도와주실 겁니다. 또 말씀의 벗인 우리 모두 함께 서로를 응원하며 기도할 것이니 힘 내십시오. 화답송이 노래하듯 모든 것은 주님 손에 달려 있답니다.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