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6일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2021.06.16.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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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아버지와 우리의 관계를 이야기하십니다.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 6,4)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마태 6,6)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마태 6,18)
자선과 기도와 단식은 종교적 수덕 생활의 기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 역시 하느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정화하고 성화하는 도구로 이 세 가지 덕목의 실천을 중요시하였지요.
"단식"은 자신의 육을 비움으로써 영육을 정화하고, "자선"은 그렇게 비워낸 것을 이웃에게 나눔으로써 그들의 영육을 돌보며, "기도"는 이 모든 실천들의 이유이고 목적인 아버지와의 통교를 추구합니다.
기도는 그 자체로 아버지와의 사랑이니 그렇다 치고, 단식과 자선이 아버지와의 은밀하고 내밀한 소통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식은 비운 만큼 그 자리가 주님의 거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고, 자선은 가난한 이웃 안에 계신 주님을 향한 사랑의 고백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자선과 기도와 단식을 행할 때 오직 아버지만 신경 쓰면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어떤 평판을 얻을지, 내게 어떤 득이 될지 계산하고 행하는 자선과 기도와 단식은 이미 길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주님은 당신께 몰입된 자선과 기도와 단식을 기꺼이 받으실 뿐만 아니라 공동체에도 선한 영향력이 되어 더 큰 찬미와 찬양, 감사의 불씨가 되도록 만드십니다. 우리가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그분께서 잘 쓰실 것이니 우리는 그저 주님만 바라고 행하면 되지요.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형제들을 돕는 일에 대해 계속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넉넉히 가져 온갖 선행을 할 수 있게 됩니다."(2코린 9,8)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은 받는 이 자신만을 풍요롭게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반드시 선행으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거기까지 이르러야 은총이라 할 수 있지요. 자신과 가족만의 안위와 사치를 보장하는 재화, 우월감을 키우는 자리나 능력, 입에 발린 찬사와 칭찬을 은총이라 믿고 싶을지도 모르나, 하느님과 자신을 더욱 멀어지게 하는 걸림돌일 수도 있습니다.
은총은 선한 지향을 가진 이들, 선한 영향력으로 아버지의 일에 협력하는 이들을 통해 선순환을 일으켜 이 세상을 더 풍요롭고 충만하게 하는 아버지의 선물입니다. 사도가 독려하는 구제 활동은 단순히 자선으로 그치지 않고 베푸는 이와 받는 이, 그리고 온 세상에 구원이 침투되어 번지게 하시는 아버지의 일입니다.
"여러분은 모든 면에서 부유해져 매우 후한 인심을 베풀게 되고, 우리를 통하여 그 인심은 하느님에게 대한 감사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2코린 9,11)
아버지의 뜻에 따라(기도), 자신을 비워(단식), 베푸는 이(자선)는 모든 면에서 더욱 부유해집니다. 아버지께서 육만이 아니라 영혼까지도 넘치게 채워주실 것이니까요.
이처럼 주님만을 추구하며 실천한 헌신과 연민의 사랑은 타인의 영혼에 감사의 열매를 맺습니다. 그 영광이 자기에게 돌아오지 않고 아버지께 찬미와 감사로 올려지는 것이지요.
감사가 넘치는 세상! 생각만 해도 행복하지요! 우리가 아버지에게서 받은 모든 은총을 자기 이익만을 위해 헛되이 유실하지 않는다면, 은총은 선행으로 이어지고 감사를 낳아 이 세상을 아버지의 영으로 더욱 충만한 용광로가 되게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우리가 바치는 자선과 기도와 단식의 사랑 고백을 그분이 숨어서, 숨어서 얼마나 기다리시는지요! 숨은 일도 보시는, 숨어 계신 나의 아버지께 오롯이 몰입하여 자신을 내어 드리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로 인해 세상에 은총과 선행과 감사의 에너지가 무한히 증폭될 것이니, 우리는 행복합니다. 주님도 행복하실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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