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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15주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7월 11일 연중 제15주일

2021.07.11.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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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일 미사의 말씀은 부르심과 파견에 대해 이야기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들을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마르 6,7)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어 파견하십니다. 부르심과 파견은 온전히 예수님의 권한입니다. 누군가를 어떤 이유로, 또 어떤 목적으로 부르시고 파견하시는지는 오직 주님만 아십니다. 부르심을 받아 파견된 이는 진지한 기도와 성찰을 통해 그 이유와 목적을 더듬어 찾아나갈 뿐입니다. 그 과정이 곧 자신에 대한 주님의 마음을 알아나가는 여정이 될 겁니다.


제1독서는 아모스 예언자의 소명을 다룹니다.

"나는 예언자도 아니고 예언자의 제자도 아니다. ... 그런데 주님께서 양 떼를 몰고 가는 나를 붙잡으셨다."(아모 7,14-15)
자신을 못마땅해하고 경계하는 베텔의 사제 아마츠야의 위협에 아모스 예언자가 꾸밈없이 답합니다. 과연 그의 말대로입니다. 남 유다 출신 목자요 농부인 아모스가 스스로 어떤 의도를 품고 북 왕국까지 가서 주님의 말씀을 전한 게 아니지요, 그는 그저 주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했을 따름입니다. 아모스는 주님의 깊은 뜻을 다 알지 못해도 순명함으로써 소명을 완수합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의 선택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에페 1,4)
한 사람의 부르심과 파견은 이미 태초부터 시작된 여정입니다. 세상은 사람을 뽑을 때 배경이나 전문성, 기술이나 신분을 따지지만 주님은 가능성을  보십니다. 그 가능성은 당신께서 태초에 그를 창조하실 때 그에게 심어주신 것입니다.


한 아기가 이 세상에 태어나 저마다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을 거쳐 다시 주님께 돌아가는 순간까지 이 부르심은 차츰 선명해지고, 이윽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완성의 상태를 향해 갑니다. 이 완성은 자기 혼자서 끌어갈 수 없고, 가족과 이웃, 공동체가 함께 도와야 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우리를 함께 파견하십니다. 짝을 지워 주십니다. 때로는 왜 그러는지도 모르면서 직관과 영감에 의해 끌어주고 협력하며 함께 주님의 뜻을 이루어 나가는 겁니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그리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마르 6,12-13)
파견된 이는 파견하신 분의 일을 합니다. 예수님에게서 파견을 받은 제자가 어부였건 세리였건 예수님께서 하시던 일을 계속하게 됩니다. 그들의 말과 손을 통해 일어나는 기적만이 기적이 아니라, 그들의 변화부터가 기적인 셈입니다. 회개를 선포하고 구마와 치유를 베푸는 일은 예수님의 일이 동시에 예수님을 파견하신 아버지의 일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저희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시어, 부르심을 받은 저희의 희망을 알게 해 주소서."(복음 환호송)
이 말씀이 바로 무지한 우리가 일생동안 바쳐야 할 기도입니다. 우리는 주님에게서 저마다 고유한 부르심을 받아 파견되었지요. 꼭 수도자와 성직자, 선교사가 아니어도 우리는 가정과 공동체, 사회와 국가 그리고 이 세상에 파견된 존재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지금 당장은 내가 왜 이곳으로, 이들과 이 환경 가운데로 불리우고 파견되었는지 주님의 뜻을 명확하게 깨닫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저 모든 게 모호하고 희미한 가운데 인내하며 나아가야 하는 시간이 꽤 길어질 수도 있고요. 때로는 지금의 모습이 잘못된 만남과 어리석은 선택의 결과처럼 느껴져 후회되고 슬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믿어야 합니다. 태초에 우리를 선택하셔서 당신의 꿈과 바람을 우리 존재 안에 심어 주신 주님의 계획을 믿고, 주님의 그런 기대가 차츰차츰 내 존재 안에서 완성되어 가리라고 희망해야 합니다. 당장의 결실과 성취가 없을지라도 우리 모두는 불리우고 파견된 자리에서 미소하나마 주님의 일을 하는 중입니다.

부르심을 받은 우리 모두를 축복합니다. 각자 파견된 자리에서 주님의 일, 곧 사랑을 이루어가시길 기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