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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16주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7월 18일 연중 제16주일

2021.07.18.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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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보여 주십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
선교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제자들이 예수님 주위로 모여들어 그간의 일들을 보고합니다. 그들의 성공과 실패, 보람과 아쉬움을 헤아리시는 예수님은 그들에게 영육의 쉼이 필요하다고 느끼신 듯하지요. 그래서 일단 외딴곳으로 떠나서 쉬도록 배려하십니다.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마르 6,34)
그런데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하신 쉼은 안타깝게도 불발됩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을 쫓아온 군중이 먼저 그곳에 다다라 갈망 가득한 눈으로 예수님 일행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군중에게서 목마르고 허기지고 불안해하는 양들의 모습을 보십니다. 흡사 목자 없는 양들의 처지와 같습니다. 그들에 대한 연민의 사랑이 예수님 마음을 움직여, 예정했던 쉼을 미루신 채 그들에게 다가가 가르치시고 치유해 주십니다.

제1독서는 거짓 목자에 대한 주님의 단죄와 참 목자의 도래를 약속하는 대목입니다.

"너희는 내 양떼를 흩어 버리고 몰아냈으며 그들을 보살피지 않았다. 이제 내가 너희의 악한 행실을 벌하겠다."(예레 23,2)
사실 양들의 주인은 목자가 아니라 하느님이십니다. 그분께서 목자로 세우신 이들에게 당신 백성을 맡기신 것이지요. 하지만 목자들은 자기들의 본분을 망각하고 양들을 제멋대로 다룹니다. 섬김은커녕 돌봄조차 소홀히 하면서 양들의 우유와 고기와 가죽과 털로 제 이익을 채웠지요.


"내가 다윗을 위하여 의로운 싹을 돋아나게 하리라. 그 싹은 임금이 되어 다스리고 슬기롭게 일을 처리하며, 세상에 공정과 정의를 이루리라."(예레 23,5)
하느님께서 새로운 목자를 약속하십니다. 거짓 목자에게 시달린 당신의 양 떼를 다시 불러들여 참 목자 아래 모아주실 것입니다. 양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목자 아래서 양들은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길을 잃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제 그들은 생기에 넘치고 번성하며 생명을 얻고 또 얻어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신 평화의 주님을 선포합니다.

"십자가를 통하여 양 쪽을 한 몸 안에서 하느님과 화해시키시어, 그 적개심을 당신 안에서 없애셨습니다."(에페 2,16)
그리스도는 양들 사이에 평화를 이루는 분이십니다. 옛 목자 아래의 양들과 새로운 목자의 양들은 이제 더 이상 서로를 경계하거나 적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새로운 참 목자께서 목숨을 바쳐 양 떼들 사이의 장벽이었던 계명과 조문을 율법과 함께 폐지하시고 적개심을 허무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 속 제자들이 착한 목자의 섬김과 돌봄의 첫 수혜자가 바로 자신들임을 잊지 않았다면 불발된 쉼의 기회도 크게 서운하지 않았을 겁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받아들여 가르치고 격려하신 예수님의 사랑이 가장 먼저 닿은 곳은 천방지축 미숙하고 부족한 자신들이었으니까요.

이제 제자들은 예수님에게서 받은 섬김과 돌봄의 사랑을 앞으로 만날 양들에게 베풀 것입니다. 스승의 사랑을 고스란히 받았고 또 목격했으니 영육에 각인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그들은  군림하거나 이용하지 않고 존중하며 섬길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착한 목자이신 주님 앞에 머물러 그분 사랑의 눈길을 듬뿍 받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그분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양식을 주시는"(영성체송) 참 목자이십니다. 일용할 양식으로 육의 생명을 떠받치시고 말씀과 성체로 영의 생명을 풍요롭게 하시니 우리는 그분과 함께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우리 한평생 모든 날에 은총과 자애만이 따를 것이니, 우리는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