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3일 연중 제16주간 금요일
2021.07.23.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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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 대해 풀어 주십니다.
"누구든지 하늘 나라에 관한 말을 듣고 깨닫지 못하면"(마태 13,19)
씨는 뿌려집니다. 말씀이신 분께서 끊임없이 우리에게 당신을 내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영혼의 상태가 어떠하든 그분은 인내하시며 관대히 당신을 증여하십니다.
관건은 "깨달음"입니다. 아예 깨닫지 못하여 말씀을 악한 자에게 그대로 빼앗기고 마는 길바닥 같은 영혼도 있고, 당장은 말씀을 깨달은 것 같지만 뿌리가 없어 오래 가지 못하는 돌밭 같은 영혼도 있지요. 그리고 어느 정도 깨달아 신앙의 궤도에 들어선 듯 하지만 걱정과 탐욕으로 말씀이 질식되어 버리는 가시덤불 같은 영혼도 있습니다.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고 깨닫는다."(마태 13,23)
매일 매 순간 다가오시는 말씀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경청하고 그 안에 머무르는 이는 말씀 안에 깃든 주님의 모습을 관상히면서 그 말씀을 하시는 주님의 뜻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관상을 통해 점점 더 주님을 알아가고, 알아가는 만큼 사랑이 깊어가지요. 그렇게 되면 사랑하는 바를 나누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 와야 진정한 깨달음입니다.
그렇다면 말씀을 듣고 주님을 사랑할 수 있는 토양은 어떻게 마련될까요? 그 해답은 제1독서에 들어 있습니다.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땅에서 이끌어낸 주 너의 하느님이다."(탈출 20,2)
주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십계명을 주십니다. 첫 말씀에서 당신이 누구이신지를 이스라엘과의 관계성에 기인해서 밝히고 계시지요. 이 계명들은 주님의 백성으로 살아가기 위한 규범입니다. 거룩하신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 되기 위해서 마련된 지침들이지요.
유일하신 하느님을 흠숭하고 하느님의 이름과 안식일을 존중하며, 부모를 공경하고, 살인과 간음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탐욕을 금지하는 명령들로 이루어진 십계명은 하느님 백성에게 자유와 책임의 문을 동시에 열어 줍니다.
그런데 유다인들은 이 계명을 613개의 조문으로 세분화했고, 예수님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골자로 요약하셨지요. 하지만 영원한 생명에 대해 묻는 부자 청년에게 계명을 지키라고 하신 예수님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수님은 율법을 무시하거나 폐지하러 오신 것이 아닙니다. 그 정신이고 골자인 사랑의 계명으로 완성하러 오신 것이지요. 그러므로 주님을 따르는 이에게 계명은 기본 바탕이 될 것입니다.
말씀을 받아들이고 싹 틔워 열매 맺는 신비는 이러한 토양에서 이루어집니다. 복음에서 말씀하신 "좋은 땅"은 사랑의 계명을 준수하는 가운데 비옥해진 마음밭이지요. 아직 하느님을 경외하거나 사랑할 줄 모르고, 사람을 존중하거나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마음은 아직 길바닥이고 돌밭이며 가시덤불 상태일 겁니다.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간직하여, 인내로 열매를 맺는 사람들은 행복하여라!"(복음 환호송)
우리 신앙인의 삶은 계명 따로, 말씀 따로, 행실 따로가 아닙니다. 이 모두가 하나로 녹아들어 하느님 자녀다움, 그리스도의 신부다움, 만인의 형제다움을 형성합니다.
각자에게 허락하신 삶의 자리에서, 의롭고 선한 마음마음의 좋은 땅에 말씀을 품어 싹 틔우고, 인내와 희생으로 맺은 열매를 나누며 살아가는 벗님을 축복합니다. 약하고 부족한 탓에 종종 삐걱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시 또 분연히 일어서서 씨 뿌리는 이를 향해 힘껏 마음을 여는 이는 참으로 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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