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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21주간 수요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8월 25일 연중 제21주간 수요일

2021.08.25.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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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에는 우리가 안팎으로 그리스도인이기를 바라시는 주님의 마음이 엿보입니다.

"너희도 겉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인으로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하다."(마태 23,28)
오늘도 예수님께서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위선을 혹독히 꾸짖으십니다. 그들은 백성들 안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부와 명예와 잇권을 누리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이 스스로 가르치는 바를 솔선해 지키면서 내면부터 차곡차곡 정의와 사랑의 덕을 채워가기를 바라십니다. 하지만 그들은 의롭게 되려고 하기보다 의롭게 보이려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왔지요. 그런 이들 손에 쥐어준 율법은 사랑의 도구가 아니라 단죄와 심판, 소외의 무기가 되어 버립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가르치는 바를 실제로 살아가는 신앙인의 모범을 보여 줍니다.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일하면서, 하느님의 복음을 여러분에게 선포하였습니다."(1테살 2,9)
"우리가 ...얼마나 경건하고 의롭게 또 흠 잡힐 데 없이 처신하였는지"(1테살 2,10)
바리사이였던 바오로는 예수님을 만난 후 새로운 길에 완전히 동화되었습니다. 그는 목숨을 바쳐 사랑을 완성하신 예수님을 알게 되자 신분이 보장하는 명성이나, 허세, 겉꾸밈, 명예 따위를 쓰레기로 여기고 오직 예수님께만 올인했지요.


그런데 우리는 겉과 속이 일치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알고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사랑의 진리가 얼마나 많은지요! 또 타인에게 충고는 잘 하면서 자신의 편협한 마음 하나 건사하지 못할 때도 없지 않으니까요. 자신이 의롭고 사랑과 연민이 넘치는 그리스도인인지 자문하면서 부끄러움과 자괴감 사이를 오가는 우리에게 오늘의 말씀은 겉과 속의 간극을 줄여나갈 수 있는 좋은 길을 안내해 줍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 참으로 하느님의 사랑이 완성되리라."(복음 환호송)
열쇠는 바로 "말씀"입니다. 전해 받은 주님의 말씀이 그 사람 안에 머물면 차츰 그 말씀으로 물들어 가지요. 말씀이신 분의 인격을 닮아가고 말씀께서 가리키시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말씀이 내가 되고 내가 말씀이 되는 일치로 나아가면, 내면에 차오른 말씀이 나의 눈빛과 말과 행동이 되어 밖으로 흘러나갑니다. 그러면 겉과 속이 점점 같아지게 되겠지요. "그 말씀이 여러분 안에서 활동하고 있"(1테살 2,13)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 각자가 걷고 있는 저마다의 인생길이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닮아가는 순례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화되고 성화되어 주님을 닮아가는 변형의 도가니이고 용광로이니 녹록하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마음으로도 사랑하고, 말에도 사랑을 담으며, 행동으로 사랑을 증거하는 찐 그리스도인이 되어 가는 시공간인 셈입니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향한 서슬 퍼런 꾸지람을 통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를 알아듣고 깨닫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내면에 말씀을 품고 머물러 안팎 모두 참 그리스도인으로 영글어 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늘 프란치스칸들은 성 루도비코 9세 임금 기념일을 지냅니다. 프랑스의 국왕이었으면서도 가난한 이들의 벗이 되어준 찐 그리스도인이었던 그를 기리며 주보 축일을 지내는 모든 재속 프란치스칸들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성 루도비코 9세 성왕(https://m.blog.daum.net/grori00/7680140)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