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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21주간 목요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8월 26일 연중 제21주간 목요일

 

2021.08.26.mp3

2.10MB


오늘 미사의 말씀은 주님과의 만남의 날을 준비시켜 주십니다.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4,42)
예수님은 길을 떠났던 주인을 기다리는 종의 태도를 비유로 우리에게 삶의 자세를 일깨워 주십니다. 종은 언제든 주인이 오면 맞이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점이지요. 


"생각하지도 않는, 예상하지 못한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
이러한 무지는 한편으로는 사람을 불편하게 합니다. 늘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고, 번번이 헛탕을 치더라도 만약의 때를 대비해서 늘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기와 탄력을 유지하게 해 줍니다.물리적으로 지금 당장은 부재하시지만, 언제라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에 마치 곁에 있는 듯, 해야 할 바를 미루지 않게 되니까요. 언제일지 모르니 언제나 최적의 준비 상태를 갖추고 살다 보면 삶에 질서와 균형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마태 24,45)
예수님은 주인이 현존하건 부재하건 그분을 향해 집중하고 있는 종을 충실하고 슬기롭다고 칭찬하십니다. 그 종은 마음 안에서 주인에 대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습니다. 그에게 보내는 예수님의 "행복하여라."라는 축복과 찬사는 미래형이기 이전에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런 종의 삶에는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조화로이 공존합니다. 그의 마음, 영혼, 말, 행동이 주인이신 분께 정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을 향한 사도 바오로의 칭찬이 이어집니다.

"우리는 ... 여러분의 일로 격려를 받았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믿음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다고 하니"(1테살 3,7-8) 
자신이 온갖 노력과 애정을 쏟아 그리스도를 전해 주었던 신자들이 믿음으로 굳건히 서서 주님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소식이 사도를 뛸 듯이 행복하게 합니다. 이제는 신자들 덕분에 사도가 격려를 받게 됩니다. 사실 말씀의 봉사자로서 이만한 보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주 예수님께서 ... 재림하실 때, 여러분이 ... 흠 없이 거룩한 사람으로 나설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1테살 3,13)
사도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이 믿음과 희망과 사랑에 더욱 분발하여 사람의 아들이 오실 때 흠 없고 거룩한 모습으로 하느님을 얼굴을 마주 뵙게 되기를 축원합니다. 그들이 복음 속 비유처럼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으로 나설 수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부르심을 받아 주님의 자녀가 된 우리에게 일상은 언제 오실지 모르는 주님을 기다리는 '무지의 시간'이면서 동시에, 깨어서 주님의 현존을 발견하는 '준비된 장소'이기도 합니다. 주님은 말씀과 성체, 사람과 사건, 관계와 자연을 통해 이 세상을 꽉 채우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깨어 준비하고 기다리는 이만이 그런 주님을 감지하고 알아차려, 차지할 수 있습니다. 그분과의 뜨거훈 해후는 먼 훗날의 일이기 이전에 지금 여기서 우리를 전율시키는 터치이고 접촉이며 일치입니다.

"행복하여라, 착하고 슬기로운 종!"
우리가 삶의 어느 자리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건 각자의 마음 안에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불을 끄지 않고 주님을 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주님께서 우리 를 맞이하시며 행복에 겨워 날아갈 듯 기뻐 뛰실 겁니다. 우리도 그분과 함께 기뻐할 것이고요.


그리고, 기쁨은 부족하나마 지금 여기서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으로 살려 애쓰는 우리가 미리 앞당겨 누리는 구원의 표징입니다. 이 기쁨은 누구도 빼앗지 못할 것이니 여러분은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