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6일 연중 제23주간 월요일
2021.09.06.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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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에는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신비이심이 잘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일어나 가운데에 서라.' 하고 이르셨다."(루카 6,8)
안식일 회당 안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그를 미끼로 예수님을 걸려넘어지게 하려는 이들이 섞여 있습니다. 예수님은 굳이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당신의 영으로 이 상황 전체를 꿰뚫어 보고 계십니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루카 6,9)
예수님 질문 안에는 안식일의 본질, 즉 사람에게 쉼을 허락하신 하느님의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자기본위적으로 완고해진 인간들이 그 마음 읽기를 중단하고 메뉴얼화, 도식화해 버린 문자적 규범 안에 숨겨진 진짜 정신입니다.
안식일에 경제 행위나 노동 등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이유는 그것을 하지 않는 대신 해야 할 좋은 것들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을 찾는 일이고, 그분 마음을 헤아려 함께 움직이는 것이겠지요. 그것이야말로 예수님이 말씀하신 "좋은 일"이고 "목숨을 구하는 것"입니다.
"손을 뻗어라."(루카 6,10)
예수님은 도움이 필요한 이를 가운데로 불러 세우신 뒤 손을 뻗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오직 말씀으로만 치유를 일으키십니다. 그분의 말씀과, 참으로 곤혹스럽고 난감하면서도 예수님 말씀에 따라 움직인 환자의 용기가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내게 됩니다.
사실 예수님은 어떤 행동도 하지 않으셨지요. 그저 말씀을 하셨을 뿐입니다. 그러니 율법 학자나 바리사이들은 눈에 띄는 불법 치료 행위를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안식일 법에 회당에서 말을 하지 말라는 조항은 없으니까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을 못 잡은 그들은 예수님께 "골이 잔뜩 나서" 모의를 하게 됩니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어떻게 할까 의논했다는 것은, 예수님의 말씀이 치유의 기적을 일으키신 사실을 그들이 인정했기 때문일 겁니다. 놀랍고도 경외로운 신비를 눈앞에서 체험한 것이지요. 어떤 물리적 의료행위 없이 앓는 이를 회복시킬 수 있는 분은 하느님뿐이시니까요. 하지만 완고하게 오그라든 마음은 신비 앞에서도 눈을 멀게 만듭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의 신비이심을 고백합니다.
"그 말씀은 과거의 모든 시대와 세대에 감추어져 있던 신비입니다. 그런데 그 신비가 이제는 하느님의 성도들에게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 그 신비는 여러분 가운데에 계신 그리스도이시고, 그리스도는 영광의 희망이십니다."(콜로 1,26-27)
하느님은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당신을 열어 보이셨습니다. 예수님을 시험하려 표징을 요구하고 문자의 잣대를 들이대는 이들로서는 알 길 없는 하느님의 신비, 사랑과 겸손과 자비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신 겁니다. 그 신비를 깨달을 수 있는 열쇠는 믿음이지요.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여러분과 그들이 마음에 용기를 얻고 사랑으로 결속되어, 풍부하고 온전한 깨달음을 모두 얻고 하느님의 신비 곧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을 갖추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물이 숨겨져 있습니다."(콜로 1,2-3)
사도는 자신이 "교회의 일꾼"으로서 헌신하고 노력하는 목적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리스도를 아는 것은 하느님의 신비 안으로 성큼 들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를 지으시고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시는 그분의 마음으로 들어가 그분 마음을 헤아리고 그분과 함께 사랑이 되도록 돕는 것. 이것이 말씀을 선포하는 모든 이들의 지향점입니다.
"손을 뻗어라."
오늘 우리에게 다가오신 말씀께서 우리 존재의 오그라들고 접힌 부분, 취약하고 부끄러운 부분을 힘껏 내뻗으라고 이르십니다. 주님의 말씀을 믿고 그 신비에 온 존재를 맡겨드리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그분은 그래서 신비이시니, 그저 믿는 이만이 그 신비를 은혜로이 입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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