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축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9월 8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2021.09.08.mp3

1.88MB


오늘 미사의 말씀은 구약과 신약의 구원사적 일치를 보여 주십니다.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미카 5,1)
예언자는 이스라엘을 구원할 메시아가 베들레헴에서 나오리라고 전하였습니다. 구약 성경에 기록된 이 말씀이 근거가 되어 아기 예수님 출생 당시 베들레헴의 어린 사내아이들이 살해당한 비극이 일어났지요. 


"해산하는 여인이 아이를 낳을 때까지 주님은 그들을 내버려 두시리라."(미카 5,2)
모든 인간의 탄생이 그러하듯 메시아 역시 한 여인의 잉태와 산고를 통해 이 세상에 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세상은 어둠과 고통 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해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기를 고대합니다.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마태 1,1)
복음사가는 먼저 베들레헴의 다윗 가문 족보를 보여 줍니다. 일찌기 주님께서 선지자 사무엘에게 사울 대신 새로이 임금이 될 다윗을 소개하실 때 "내가 너를 베들레헴 사람 이사이에게 보낸다. 내가 친히 그의 아들 가운데에서 임금이 될 사람을 하나 보아 두었다."(1사무 16,1) 하신 바 있습니다.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이 태어나셨다."(마태 1,16)
그 족보는 마리아의 남편이 될 목수 요셉에게까지 이어집니다. 마리아는 그와 약혼했던 나자렛의 처녀였지요. 마리아는 요셉과 함께 살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하여 관습적으로 몹시 난감한 상황에 처하지만, 천사를 보내신 주님의 개입으로 메시아를 낳게 될 구약 예언 속 여인의 소명을 완수합니다.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마태 1,23)
복음사가는 이사야의 예언을 직접 인용하여, 예수님이야말로 오시기로 되어 있는 메시아시며, 그 어머니 마리아 역시 메시아를 이 세상에 낳아 주신 "동정녀"이심을 확증합니다.


말씀은 이렇듯 하느님과 이스라엘이 맺은 옛 계약의 내용이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새로운 계약으로 완성됨을 보여 주십니다. 이 구원 계획 안에서 마리아는 지혜와 용기, 순명으로 구원자를 이 세상에 오시게 한 탁월한 구원의 도구요 협력자이십니다.

마리아의 탄생을 경축하는 오늘, 주님께서는 모든 신자들에게 (여성 신자뿐 아니라 남성 신자들까지 모두) 각자 안에서 이 고귀하고 거룩한 "모성"을 살라고 초대하십니다. 마리아께서 육화하신 예수님을 잉태하고 출산하여 기르신 것처럼, 우리도 마음과 영으로 말씀을 잉태하여 이 세상에 낳아 기르는 모성을 살아가라고 부르시는 겁니다. 

말씀께서 머무르시도록 우리 마음과 영혼의 순결한 태를 간직하고, 해산의 고통을 인내하며, 이 세상에서 말씀이 걷는 고통스럽고 험난한 길을 묵묵히 동반하는 것이 바로 성모님께서 예수님과 일치하여 끝까지 지켜내신 모성을 살아가는 길입니다.           

우리 모두를 품으시고 기도로 동반해 주시는 성모님께 의탁하여 거룩한 모성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되길 기원합니다. 이 세상에 말씀을 품는 태가 많아질수록 임마누엘 주님의 현존이 온 누리를 가득 채울 것입니다.

구세주의 어머니,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