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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10.07.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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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기도 이야기입니다.

"그가 줄곧 졸라 대면 마침내 일어나서 그에게 필요한 만큼 다 줄 것이다."(루카 11, 8)
예수님께서 기도를 두 벗 사이의 관계로 비유하십니다. 인간적인 친분만으로는 선뜻 들어 주기 어려운 일도 끈질기게, 지속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졸라 대면 결국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하시지요. 


"청하여라. ... 찾아라. ... 문을 두드려라."(루카 11,9)
하늘의 아버지와 우리 사이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시는 아버지를 신뢰하면서 지치지 않고 청할 때 아버지는 들어주실 수밖에 없으십니다. 단, 우리가 청하는 것이 아버지께서 우리 갈망 안에 심어 주신 바로 그것일 때 그렇지요. 그분은 주시려는 것을 우리 편에서 먼저 바라게 하시고, 언젠가 때가 되면 채워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루카 11,13)
기도를 드린다는 건  이미 아버지와의 관계 안에 들어있다는 뜻입니다. 스스럼없이 무언가 청하기도 하고 두려움없이 속내를 드러내며 자신의 소중한 것을 증여하는 관계 안에서 사랑으로 오가는 모든 것이 기도입니다.


아버지와 우리가 그런 관계라면 그분은 우리가 무엇을 찾고 청하는지 모르실 리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주실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주시지요. 바로 "성령"이십니다.

성령은 아버지와 아드님 사이의 사랑의 유대입니다. 주님과 우리를 친밀하게 이어주고 하나가 되게 해 주시는 영이 곧 성령이시지요. 성령이야말로 이미 이 세상에 당신 아드님을 주신 아버지께서, 지금 여기에서 우리에게 주실 가장 귀한 선물이십니다.

제1독서에서는 주님과 진실되이 엮인 이들의 복을 이야기합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것은 헛된 일이다."(말라 3,14)
현세적 눈으로 보면 이 세상에서는 솔직히 악인들이 득세하고 재물을 누리며 번성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주님의 길을 헛되다 조롱하는 무도하고 거만한 이들이 복을 받고 행복을 누리는 것으로 보이지요.


"주님을 경외하며 그의 이름을 존중하는 이들 ... 그들은 나의 것이 되리라."(말라 3,16-17)
하지만 주님은 그것이 신기루임을 우리가 깨닫길 원하십니다. 주님을 근원으로 하는 모든 피조물의 행복은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파생되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경외하는 이는 누구보다 주님과 긴밀히 연결되어있고, 그래서 그는 늘 기도합니다. 머무름이건 침묵이선 청원이건 눈물이건 선행이건 그가 하는 모든 것이 곧 기도입니다. 기도하는 이가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까닭은 이미 성령을 충만히 받고 있기 때문이지요.

"나의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라."(말라 3,20)
의로움의 태양이신 예수님께서 아버지를 경외하는 이에게 회복과 재생, 즉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 주십니다. 주님을 경외함은 성삼위 하느님과의 뜨겁고 진실한 일치입니다. 


"하는 일마다 잘 되리라."(화답송)
이 축복의 노래가 단순히 현세적 재물이나 번성의 의미가 아님을 우리는 모르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무시하고 짓밟고 쓰러뜨려야 쌓는 맘몬의 바벨탑과 주님 날개 밑에서 누리는 행복 사이의 간극은 무척 크니까요.


주님과 늘 긴밀히 연결된 이, 그분을 경외하는 이의 기도는 성령의 은총으로 응답을 받습니다. 그는 기도하면서 더 행복해지고, 더 행복해서 더 기도합니다.

주님께서 우리 마음 깊이 심어주신 갈망을 찾아내어 그분께 그것을 청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반드시 들어 주실 것이니, 성령을 소유한 여러분은 복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