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8.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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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하느님의 힘과 마귀의 힘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물으십니다.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루카 11,15)
예수님께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신 기적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린 구마라고 수근댑니다. 분명 자기들 눈앞에서 좋은 일이 일어났는데 왜 그렇게 곡해를 하는 걸까요?
어쩌면 자기들이 생각하는 예언자나 메시아의 자격이 예수님에게 부족하다고 느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소속도 없고 학문적 계보도 없는 가난한 꿈쟁이에 불과한 청년이 과연 하느님과 닿아있기나 할까 의심하고 또 의심했겠지요.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이 언감생심 하느님과 연결되었을 리는 만무하니, 마귀 우두머리와 연결된 사람이라고 결론을 지은 것 같습니다.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루카 11,20)
예수님께서 이루신 놀라운 일에 경탄하며 하느님을 찬미하는 이들은 이미 하느님 현존 안에 있습니다. 그동안 답답하고 불편한 장애로 고통을 겪던 형제가 이제 자유를 누리며 살게 된 건 이 세상에 하느님의 다스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그러니 함께 기뻐하고 축복할 겁니다.
"더 나빠진다."(루카 11,26)
반면 마귀, 더러운 영이 개입하는 사람은 영육으로 더 나빠질 뿐입니다. 살리는 일은 창조주시고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손가락이 하시는 영역이니, 더러운 영이 하는 일은 사람을 살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더럽히고 파괴합니다.
제1독서에서는 주님의 날이 선포됩니다.
"아, 그날! 정녕 주님의 날이 가까웠다. 전능하신 분께서 보내신 파멸이 들이닥치듯 다가온다."(요엘 1,15)
"주님의 날"은 단순히 이스라엘 백성에게 닥쳤던 기근이나 메뚜기 떼의 재앙을 넘어서는 종말의 날을 가리킵니다. 그날에 이스라엘 백성은 그동안 주님께 불충하고 가난한 이들의 처지를 이용해 농락했던 죄악에 대해 심판을 받을 것이고, 주님을 사랑하고 가난한 이들을 포용했던 하느님의 백성은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날은 마지막 날인 동시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날이 됩니다.
영적 삶에서는 하느님의 힘과 마귀의 힘이 동시에 작용합니다. 그 둘은 아주 달라서 얼른 구별이 될 것 같지만, 마귀의 속임수가 워낙 교묘하고 교활해서 선하고 단순한 이들의 꿈을 짓밟아 무너뜨리기 쉽습니다. 이 두 힘의 긴장 안에서 성령께 의지해 영의 질서와 균형을 회복하고 귀한 소명을 지켜나가는 것이 영성생활을 하는 우리 모두의 과제일 겁니다.
하느님의 일을 알아볼 수 있는 선하고 맑은 지혜와, 악의 속임수를 식별해 물리칠 수 있는 단호한 용기를 청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 안에 이미 와 있는 하느님 나라를 믿으며 우리를 살리시는 하느님의 손가락을 꼭 붙잡고 저마다의 소명을 살아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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