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1.mp3 2.20MB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행복이 어디 있는지 들려 주십니다. "행복하여라."(마태 5,3) 예수님께서 행복하다고 부르시는 이들이 누구인지 들어 봅니다. 마음이 가난하고, 슬퍼하며, 온유한 이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르며 자비로운 이들, 마음이 깨끗하며 평화를 이루는 이들입니다. 이런 이들은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커녕 뒤쳐지고 무시당하고 없는 듯 살아갑니다. 더 가지기 위해 큰 소리를 내거나 남을 짓밟지도 못하고 권모술수로 제 배를 불리지도 못하는 이들이지요. 남이야 죽건 말건 자기만 성공하면 그만인 세상에서 이들은 점점 더 약해지고 가난해집니다. 필요할 때는 그들을 찾아 조언을 구하지만 그들의 지혜와 중재로 상황이 나아지면 그들은 이내 잊혀지고 말지요. 그런 이들에게 행복하다 하시는 예수님 마음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너희가 받을 상이 크다."(마태 5,11)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행복은 세속이 규정하는 행복과 꼭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은 돈이 많으면, 건강하면, 권력이 있으면, 외모가 출중하면, 높은 자리에 있으면, 욕망이 충족되면, 타인의 주목을 받으면 행복할 거라며 유혹하지요. 그런데 그리스도인은 언젠가 우리가 본향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성삼위 하느님과 함께 누리게 될 영원한 행복을 추구합니다. 그 찐 행복을 위해서 세상이 제안하는 경쟁과 독식, 향락과 이기심을 견제하며 영육의 균형을 잡아나가지요. 더 취할 수 있어도, 더 이기적일 수 있어도, 더 큰소리칠 수 있어도 스스로 내려놓고 뒤로 물러서고 침묵하며 주님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너는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는 말씀보다,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는 말씀을 듣고 싶어, 내 것 아닌 것은 미련 없이 내려놓지요. 그 말씀을 들을 때 영혼에 충만히 번지는 행복을 이미 체험한 까닭입니다. 제1독서에 요한 묵시록의 저자는 바로 그 영광스런 하느님 나라를 마주합니다. "저들은 어린양의 피로 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빨아 희게 하였다."(묵시 7,14) 구원의 어좌에 앉아 계신 하느님과 어린양의 앞에 희고 긴 겉옷을 입은 이들이 늘어섰습니다. 희고 긴 겉옷은 그들의 순결과 일편단심, 열렬한 사랑을 보여 줍니다. 그런데 그 흰 빛이 어린양의 피로 빨아서 나온 색이라고 합니다. 눈물과 가난과 고통과 박해와 죽음으로 얼룩진 옷이 어린양의 피를 통해 희어졌다는 사실이 참 신비롭지요. 우리가 세상에서 겪는 고통은 예수님의 피를 통해 우리를 더 정화되고 성화된 존재로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이는 믿음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진리지요. 제2독서는 우리에게 지복의 희망을 선사합니다. "그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분처럼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1요한 3,2) 지상의 순례 여정을 마치고 주님을 뵙게 되는 날, 우리에게 새겨진 무수한 눈물 자국과 상처들과 고통의 얼룩들이 우리를 증거할 것입니다. 그분은 단박에 우리를 알아보시고 우리가 당신처럼 되기를 허락하실 것이지요.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고 그분처럼 되는 건 우리와 그분의 일치를 의미합니다. 그때가 바로 하느님의 모상인 피조물로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완전한 귀향의 절정이 되리라 믿습니다. "행복하여라." 여러분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행복하다면, 아니, 행복하지 않다면 세상의 기준으로 그런 건지, 믿음의 기준으로 그런 건지 곰곰이 살펴보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우리가 경축하는 모든 성인들의 행복을 관상하며, 성인들과 한 목소리로 행복을 노래하고 주님을 찬미하면 좋겠습니다. 이 탐욕스롭고 유혹 많은 세상에서 말씀을 꼭 붙잡고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성인이 되어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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