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30.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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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의 자리가 어디인지 알려 주십니다.
"그들의 실패로 다른 민족들이 풍요로워졌다면, 그들이 모두 믿게 될 때에는 얼마나 더 풍요롭겠습니까?"(로마 11,12)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의 계약의 백성인 이스라엘이 예수 그리스도와의 새 계약을 거부함으로써 이방인들이 구원을 받게 된 사실을 주목합니다. 이스라엘이 아직 믿지 않는 상태에서도 세상에 구원이 이처럼 주어진다면, 언젠가 이스라엘까지 믿게 되는 날이 오게 될 때에 구원의 풍요와 영광이 얼마나 클지 미루어 알 수 있지요. 사도는 동족들이 불신하고 배척하는 상황에 절망하지 않고 긍정의 미래를 꿈꿉니다.
"그들은 ... 여전히 하느님께 사랑을 받는 이들입니다. 하느님의 은사와 소명은 철회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로마 11,28-29)
하느님은 당신의 첫 백성인 이스라엘이 설령 당신 아드님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도 그들에게서 사랑을 거두지 않으십니다. 그뿐입니까? 그들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았던 축복, 그들에게 거셨던 기대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은사와 소명은 사라지지 않으며, "주님은 당신 백성을 버리지 않으"(화답송)시기 때문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혼인 잔치에서 은근히 벌어지기 일쑤인 자리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십니다.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루카 14,10)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대부분 신분이나 세력, 중요도가 자리로 표현되기 마련이지요. 마침 혼인 잔치에서 그런 모습을 보신 예수님께서 오히려 가장 낮은 자리를 선택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높아 보이고 싶은 인간 본능에 도전이 되는 말씀이지지요.
복음을 제1독서와의 연관성 안에서 관상하면, 혼인 잔치는 구원 상황을 보여 줍니다. 어쩌면 이스라엘은 먼저 잔칫집에 들어와서 좋은 자리, 높은 자리를 차지한 부류일 것이지요. 그리고 혼인 잔치에 나중에 들어오는 이들, 이제 막 새로운 구원의 길을 배워 익히고 있는 다른 민족들은 철부지에다 낮은 자리가 익숙한 가난한 이들에 비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초대된 이들의 응답에 따라 전복이 일어납니다. 높은 자리,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이들이 혼인 잔치를 거부하면서 밀려나기도 하고, 가까스로 자리는 보전하더라도 뒷전이 될 수도 있지요.
반면 제도적으로나 신분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이들이 뜨거운 사랑과 믿음으로 혼인 잔치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구원에는 사람의 인위적인 의도보다 하느님의 사랑의 섭리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14,11)
예수 그리스도의 출현으로 구원의 보편성이 확장되고, 그분의 가르침으로 사람 사이의 균형이 새로이 정립됩니다. 구원은 제도적 타이틀, 신분적 높낮이, 소유 정도에 기인하지 않고, 가장 작고 가난하고 낮은 곳을 점유하고 계신 예수님과 가까이 있는 이에게 돌아가는 선물이니까요.
예수 그리스도를 거부한 이스라엘이 믿음으로 돌아서면 만민의 구원이 이루어지듯, 높은 곳에 있던 이들이 다투어 낮은 자리를 찾을 때도 마찬가지겠지요.
사랑하는 벗님! 예수님 곁에 머물기 위해, 바로 그분 곁에서 그분을 뜨겁게 사랑하고 그분과 하나 되기 위해 가난해질 용기, 낮은 자리를 차지할 용기를 구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모두가 더 높고 크고 많은 걸 움켜쥐기 위해 내달리는 세상에서 신랑이신 분과 혼인 잔치에 들어갈 희망으로 거센 물살을 거스르며 살아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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