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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성 디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 / 오상선 신부님 ~

 


우리는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견진을 통해 성령을 받아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또 서약을 통해 수도자나 재속회원이 됩니다. 또 미사 때마다 받아모시는 성체를 통해 하늘나라의 사도로 파견받습니다.

특별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는 '안수'를 받습니다. 세례 때, 견진 때, 서약 때, 서품 때 그리고 피정이나 특별한 축일 때 안수를 통해 교회의 일꾼으로 부름받고 갖가지 은사도 받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하느님의 은사를 받고 삽니다. 그런데 세상사에 짓눌려 살다보면 그 은사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정도로 우리는 두려워하고 자신없어 합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애제자 티모테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하느님의 은사를 받은 사람답게 화이팅하라네요. <나는 그대에게 상기시킵니다. 내 안수로 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 (2티모 1,6)

우리도 화이팅합시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고 우리를 힘들게 하여도, 우리는 하느님의 은사를 받았고 또 매일같이 받는 사람이 아닙니까?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고 예수님께서도 우리에게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내가 힘들 때마다 내가 받은 안수를 기억합시다. 내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기억합시다.

내 삶이 어렵고 힘들 때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힘과 용기를 얻게 됩니다. 따라서 내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해 주는 일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다른 이에게 그 어떤 선물보다 훌륭한 선물이 됩니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티모테오에게 기도를 선물합니다. "사랑하는 아들 티모테오에게 인사합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은총과 자비와 평화가 내리기를 빕니다." (2티모 1,2)

벗님, 벗님의 가족 친지나 친구 지인들 중에 어렵고 힘든 이들이 있어도, 내가 가진 것이 없어 도와주지 못해 안타깝고 답답할 때가 있지요? 그때 오늘 사도 바오로가 티모테오를 위해 기도해 주듯이 기도하세요. 그 어떤 선물보다 큰 선물이 될 겁니다. 그를 위해 하느님과 예수님의 은총과 자비와 평화를 빌어주십시오. 

오늘 이 말씀을 받는 벗님을 위해 저도 하느님과 우리 주 예수님의 풍성한 은총과 자비와 평화를 기원하며 두 손 모읍니다. 이런 기원 안에서 벗님은 나의 벗이요 사랑하는 형제입니다. 저를 위해서도 그렇게 빌어 주실꺼죠? 오늘 우리 회원들 서로를 위해 그리고 벗님이 아는 지인들을 위해 이렇게 화살 기도를 날려주는 날 되시길 축원합니다.

이제 안수와 기도를 통해 티모테오에게 힘을 불어 넣어준 사도 바오로는 애제자 티모테오에게 이렇게 권고합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청과 기도와 전구와 감사를 드리라고 권고합니다.> (1티모 2,1)

사목자는 '모든 사람을 위해' 하느님께 간청과 기도와 전구와 감사를 드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난한 사람들과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하지만 백성의 지도자들이나 부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사실 사목자도 인간인지라 권력으로 백성을 짓누르고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 남을 등쳐먹는 부자들을 위해 간청하고 기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런 인간들을 권좌에서 끌어내리시고 욕심덩어리 부자들을 망하게 해 달라고 저주를 내리고 싶지요.

사목자는 물론 불의를 고발하고 정의와 공정을 설파해야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위한 모든 것이 되어야" 합니다. 권력자들의 비리와 불의를 고발하면서도 그들을 심판하기보다 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그들을 단죄하기보다 그들이 양심에 따라 살아가며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이 하느님께로부터 온다는 것을 깨달아 모든 이의 선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정치권력자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기보다 쉽게 심판하고 단죄만 함으로써 그들을 회개의 길로 이끌지 못했음을 사목자들은 고백해야 합니다. 사목자들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목자가 되어야 하지, 일부 사람들을 위한 목자로 불림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기에 편견과 편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 선택은 당연지사이지만, 모든 사람을 위한 기도의 소명은 결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열두 사도가 아닌, 익명의 일흔 두 제자의 파견 기사를 다룹니다.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루카 10,4)는 말씀이 좀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사람들에게 무례해도 괜찮다거나 무관심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당시 이스라엘 관습상 인사는 현대인의 "Hi-Bye" 수준이 아니라 족보와 친족의 근황까지 묻고 답하는 상당히 긴 의례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길 가는 중에 멈추지 말고 파견받은 목적을 향해 지체하지 말고 나아가라는 뜻입니다. 또 이제 막 지명을 받아 파견되는 애송이 선교사로서 아직은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즉 사명과 파견에 대해 섣불리 넘겨짚거나 우쭐하지 않도록 마음을 흩뜨리지 말라는 스승의 당부도 담겨있을 겁니다.

예수님은 파견지에서 나눌 첫 인사와 머무름, 식사, 병자 치유와 선포 내용까지 자상하게 일러주시면서, 행여 탁발에 익숙치 않은 제자들이 마음으로 부담을 느낄까 염려하시고,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루카 10,7)고 독려하시기까지 합니다.

바오로가 티모테오에게 이야기하듯이, 주님께 파견받은 이는 자신의 재주나 능력이 아니라 주님께 받은 은사로 사명을 채워갑니다. 자기 명예나 재산을 위해 일하지 않기에 "우리 주님을 위하여 증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2티모 1,8) 합니다. 복음, 기쁜 소식이 부족하고 모자라고 약한 이들을 통해 선포될 때 하느님의 권능과 은사는 더욱 빛을 발하고, 선포된 복음을 만난 이들에게도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안겨줄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들, 오늘 우리가 받은 안수와 은사들을 생각하며 우리의 보잘것 없음에 의기소침하지 말고 서로 격려하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시는 기쁜소식을 전하는 겸손한 제자들이 되게 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