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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설 / 오상선 신부님 ~

설날입니다. 여러분은 올해 어떤 계획과 꿈을 가지고 있습니까? 어떤 축복을 바라십니까? 그 계획과 꿈이 성취되기를 저도 기원합니다. 다만,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면..."(야고 4,15)이라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청하는 축복이 왜 필요한지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무턱대고 복을 내려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가령, "올해는 제가 로또에 당첨되게 해 주십시오." 하고 빈다면, 하느님께서는 "그래 당첨되면 그 돈으로 뭘 하려고?" 하고 물으실 겁니다.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하느님께서 "그래 복 받을끼여..." 하고 흐뭇해 하실 답을 하셔야겠지요?

로또 당첨되면요. 집도 사고 자동차도 사고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도 한번 원 없이 가보려구요... (엄마 버전)

우리 아빠 사업이 힘든데 좀 보태주고 엄마 예쁜 옷이라도 한벌 사드리고 싶어요. 할머니 보약도 한재 사드리구요...(딸 버전)

나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 좀 편하게 살도록 만들어 주고 싶구요. 우리 아이들 남부럽지 않게 다 해주고 싶어요... (아빠 버전)

우리 아들 며느리 빚지고 살지 않게 도와주고 싶고 손주들 대학갈 때까지 모든 학비 다 대어주고 싶어요... (할머니 버전)

저는 사실 로또 당첨의 복을 구하지도 않지만, 행여 된다면 과연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최선일지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평소에 내가 어떤 맘으로 살고있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요? 저는 아마도 기도하며 주님만 섬기고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작고 소박한 집을 마련하여 봉헌하고 싶어요.

내가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한 축복을 청한다면 그분은 대견해 하시면서 들어주시리라 믿어요.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시듯, 하느님은 혼인잔치에 갔다가 늦게 돌아오는 주인을 밥도 먹지 않고 기다리고 집안 청소까지 깨끗하게 해놓은 대견한 종에게 직접 상을 차려주시고 시중을 들어주시는 주인처럼 그렇게 나를 축복하실 겁니다.(루카 12,37) 사실 대부분의 종들은 주인이 없으니 내 세상이라 생각하고 제멋대로 먹고마시다가 골아 떨어져 자고 있겠지요. 그분이 직접 내 밥상을 차려주시고 내 시중을 들어주시다니요! 이렇게 황공할 때가 어디 있을까요!

우리는 보통 이렇게 생각하지요. <저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루카 12,35) 있습니다. 오시는 주님이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12,36) 말입니다. "주님, 제가 바로 등불입니다. 제가 이처럼 활활 타오르며 빛과 열기를 내고 있으니, 멀리서 절 보시거든 길 헤매지 마시고 돌아서 오지 마시고 지체하지 마시고 제게 곧장 오소서.">

그런데 놀랍게도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니다. 내가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다. 내가 곧 등불이다. 네가 멀리서 날 보거든 헤매지 않고 돌아서 오지 않고 지체하지 않고 오길 기다리고 있다. 네가 문에 도착하기도 전에 문을 활짝 열고 맞이하려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다.>

놀랍지 않습니까? 주님께서는 우리가 당신께 다가가기도 전에, 또 축복을 청하기도 전에, 먼저 우리를 향해 달려오시고 우리에게 축복을 주시고자 하십니다. 그러니 우리 마음만 주님께로 향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것보다 휠씬 더 큰 축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올해 이렇게 축복을 청하고 싶습니다.

하느님, 올해는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더 기쁨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도록 축복해 주십시오.

하느님, 올해는 제가 더 건강하여 다른 사람들의 손과 발이 될 수 있도록 축복해 주십시오.

하느님, 올해는 저에게 재물의 복도 좀 내려주십시오. 그리하여 주위에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습니다.

하느님, 올해는 제가 하느님 말씀을 더 깊이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하느님, 올해는 저에게 치유의 은사를 좀 내려주시어 영육간에 아파하는 영혼들에게 힘이 되도록 축복하소서.

벗님 여러분은 어떤 축복을 청하고 싶습니까?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하도록 다른 영혼들을 위한 축복을 청하십시오. 그분께서는 너무도 대견해 하시면서 여러분의 청을 기꺼이 들어주실 뿐만 아니라, 여러분을 위해서도 손수 더 큰 선물을 내려 주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아무렴 그렇고말고요.

그래서 아론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축복하였듯이, 저도 오늘 마음을 다해 여러분의 머리 위에 손을 펼치고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축복하시고 지켜 주시기를 비나이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비추시어 은혜 베푸시길 비나이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강복하시고 평화 주시기를 비나이다."(민수 6,24-26)

샬롬. 샬롬. 샬롬. 샬롬.
아멘.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벗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