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 강론>
(2025. 1. 8. 수)(마르 6,45-52) 복음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는 것을 보았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45-52 예수님께서는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신 뒤, 45 곧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배를 타고 건너편 벳사이다로 먼저 가게 하시고, 그동안에 당신께서는 군중을 돌려보내셨다. 46 그들과 작별하신 뒤에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에 가셨다. 47 저녁이 되었을 때, 배는 호수 한가운데에 있었고 예수님께서는 혼자 뭍에 계셨다. 48 마침 맞바람이 불어 노를 젓느라고 애를 쓰는 제자들을 보시고, 예수님께서는 새벽녘에 호수 위를 걸으시어 그들 쪽으로 가셨다. 그분께서는 그들 곁을 지나가려고 하셨다. 49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는 것을 보고, 유령인 줄로 생각하여 비명을 질렀다. 50 모두 그분을 보고 겁에 질렸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51 그러고 나서 그들이 탄 배에 오르시니 바람이 멎었다. 그들은 너무 놀라 넋을 잃었다. 52 그들은 빵의 기적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이 완고해졌던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믿음의 ‘방향’이 잘못되면 사이비 종교가 되어버립니다.』 “예수님께서는 곧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배를 타고 건너편 벳사이다로 먼저 가게 하시고, 그동안에 당신께서는 군중을 돌려보내셨다. 그들과 작별하신 뒤에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에 가셨다. 저녁이 되었을 때, 배는 호수 한가운데에 있었고 예수님께서는 혼자 뭍에 계셨다. 마침 맞바람이 불어 노를 젓느라고 애를 쓰는 제자들을 보시고, 예수님께서는 새벽녘에 호수 위를 걸으시어 그들 쪽으로 가셨다. 그분께서는 그들 곁을 지나가려고 하셨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는 것을 보고, 유령인 줄로 생각하여 비명을 질렀다. 모두 그분을 보고 겁에 질렸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러고 나서 그들이 탄 배에 오르시니 바람이 멎었다. 그들은 너무 놀라 넋을 잃었다. 그들은 빵의 기적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이 완고해졌던 것이다(마르 6,45-52).” 1)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신 일에 초점을 맞추면, 이 이야기는 “예수님은 만물의 주님이신 분”(예수님은 하느님과 같은 권능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라는 증언입니다. 맞바람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가신 일에 초점을 맞추면, 이 이야기는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이신 분”이라는 증언입니다. 어떻든 제자들은 자연 법칙을 초월하는 예수님의 권능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 권능은 하느님만 가지고 계시는 권능이기 때문에, 제자들의 증언은 “예수님은 하느님이신 분”이라는 증언이기도 합니다. 욥기 9장 8절에 “당신 혼자 하늘을 펼치시고, 바다의 등을 밟으시는 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다의 등을 밟다.’ 라는 말은 ‘물 위를 걷다.’로 해석됩니다. 자연 법칙을 초월하는 일은, 그 법칙을 만드신 조물주만이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신 일은, 당신이 하느님과 같으신 분이라는 것을 드러내신 표징인데, 그 표징을 제자들만 목격하고 체험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다른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제자들만을 위해서 당신의 신원을 드러내 보여 주신 것은, 아직 믿음이 부족한 상태인 제자들을 더욱 특별히 교육하기 위한 일로 생각됩니다. 2)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먼저 가게 하시고, 그동안에 당신께서는 군중을 돌려보내셨다.” 라는 말은, ‘빵의 기적’ 후에 곧바로 제자들과 군중을 분리시키셨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빵의 기적’을 체험한 군중의 분위기에 제자들이 휩쓸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요한복음을 보면, 기적의 빵을 먹은 군중이 예수님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고 했습니다(요한 6,15). 아마도 제자들은 그런 분위기에 이미 휩쓸렸거나, 휩쓸릴 위험이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세속의 임금이 되려고 오신 분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구원하려고 오신 분입니다. 그러니 군중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해산시킬 필요가 있었고, 또 제자들과 군중을 분리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그때 제자들은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제자들 가운데에는, 임금이 되어 달라는 군중의 요구를 예수님께서 거절하신 것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많았을 것입니다. 48절에 언급된 ‘맞바람’은, 제자들의 그런 혼란스러운 심정을 상징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산에 혼자 계시고, 제자들은 예수님 없이 호수 한가운데에 있는 상황은, 그런 들뜬 분위기 때문에 제자들의 믿음이 흔들렸음을 상징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3) 예수님께서 제자들만 먼저 가게 하신 것은 그들을 버리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약간의 시련을 주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자들은 바람과 파도 때문에 고생하다가 정신을 차렸을 것이고, 예수님을 간절하게 기다렸을 것입니다. 48절의 ‘제자들을 보시고’ 라는 말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여러 가지로 복잡한’ 심리 상태를 꿰뚫어 보셨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가장 무기력한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리셨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메시아는 세속의 임금이 아닌, 모든 것에서부터 사람을 구원하는 구세주라는 것을 더욱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들 쪽으로 가셨다.” 라는 말과 “그들 곁을 지나가려고 하셨다.” 라는 말은, 뜻으로는 ‘같은 말’입니다. <‘지나가다.’는,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의 나타나심’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탈출 33,22; 1열왕 19,11).> 유령이 다가오는 것으로 생각해서 제자들이 겁에 질렸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려운 초자연적인 현상을 두려워했음을 뜻하는데, 그 상황에서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나다.” 라는 말씀은, 탈출기 3장 14절의 “나는 있는 나다.” 라는 계시와 같고, 당신의 신성을 드러내신 말씀입니다. “용기를 내어라. 두려워하지 마라.”는 “나는 유령이 아니라 너희의 스승이다. 그러니 무서워하지 마라.” 라는 뜻입니다. 52절의 “그들은 빵의 기적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이 완고해졌던 것이다.” 라는 말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위해서 당신의 신성을 드러내신 이유를 설명하는 말입니다. 제자들은 ‘빵의 기적’을 체험한 뒤에 예수님을 더 잘 믿게 된 것이 아니라, 예수님에 대해서 세속적인 기대를 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믿음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바로잡아 주셨습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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