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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연신부님의 글

~ 연중 제 3주간 월요일 / 조명연 신부님 ~

2025년 1월 27일 연중 제3주간 월요일

 

 

모든 것이 풍요로우면 감사하기 힘듭니다. 당연한 것, 당연히 자기가 누려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신학생 때, 한 달 피정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침묵 피정으로 오로지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만이 중요했습니다. 어떤 책도 가져갈 수 없고, 성경책만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괜찮았습니다.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기도하면서 큰 편안함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도와 묵상 중에 분심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피정이 힘들게만 느껴집니다. 말하지 않는 것도 힘들고, 세상 소식과 완전히 끊는 것도 힘들고, 무엇보다 성경책 외에 어떤 책도 볼 수 없음이 힘들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식사 때 우유를 마시다가 우유갑에 쓰여 있는 글씨들이 보이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글씨가 우유갑 곳곳에 쓰여 있었습니다. 우유 마시는 것만 신경 쓰다 보니 우유갑 글씨를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세상에 사는 우리입니다. 그러나 세상만 바라보면 안 되었습니다. 그러면 주님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세상 곳곳에 새겨져 있는 주님의 말씀을 볼 수 없습니다.

 

피정 때, 우유갑의 글씨를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감사기도를 바칠 수 있었습니다. 이는 풍요로움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이 가득할 때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법 학자들이 “예수는 베엘제불이 들렸다.”고도 하고, “예수는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라고 말합니다.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법 학자들은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자기의 기득권을 주장하면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죄로 말미암아 고통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성령의 능력으로 용서하시고 생명으로 이끄시는 주님의 구원 선포를 받아들이지도 못합니다.

 

세상의 기준만으로 예수님을 받아들이려고 했고, 자기들과 다른 점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기득권만을 누리려는 교만의 마음들이 예수님을 알아볼 수 없게 했던 것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의 기준만을 따지고, 세상 안에서만 살려고 하고, 욕심과 이기심으로 가득 차면 찰수록 주님을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주님을 진짜 잘 보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진정한 겸손의 삶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오늘의 명언: 당신의 야망이 실현되지 못하도록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것을 막을 사람이 없다.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찰스 로스).

 

사진설명: 사탄은 끝장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