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주일 (백) 주님 봉헌 축일 (축성 생활의 날)
제1독서
<너희가 찾던 주님, 그가 자기 성전으로 오리라.>
▥ 말라키 예언서의 말씀입니다.3,1-4
주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1 “보라, 내가 나의 사자를 보내니 그가 내 앞에서 길을 닦으리라.
너희가 찾던 주님, 그가 홀연히 자기 성전으로 오리라.
너희가 좋아하는 계약의 사자
보라, 그가 온다. ─ 만군의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
2 그가 오는 날을 누가 견디어 내며
그가 나타날 때에 누가 버티고 서 있을 수 있겠느냐?
그는 제련사의 불 같고 염색공의 잿물 같으리라.
3 그는 은 제련사와 정련사처럼 앉아
레위의 자손들을 깨끗하게 하고
그들을 금과 은처럼 정련하여
주님에게 의로운 제물을 바치게 하리라.
4 그러면 유다와 예루살렘의 제물이 옛날처럼,
지난날처럼 주님 마음에 들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모든 점에서 형제들과 같아지셔야 했습니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2,14-18
14 자녀들이 피와 살을 나누었듯이,
예수님께서도 그들과 함께 피와 살을 나누어 가지셨습니다.
그것은 죽음의 권능을 쥐고 있는 자 곧 악마를 당신의 죽음으로 파멸시키시고,
15 죽음의 공포 때문에 한평생 종살이에 얽매여 있는 이들을
풀어 주시려는 것이었습니다.
16 그분께서는 분명 천사들을 보살펴 주시는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후손들을 보살펴 주십니다.
17 그렇기 때문에 그분께서는 모든 점에서 형제들과 같아지셔야 했습니다.
자비로울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충실한 대사제가 되시어,
백성의 죄를 속죄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18 그분께서는 고난을 겪으시면서 유혹을 받으셨기 때문에,
유혹을 받는 이들을 도와주실 수가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제 눈이 주님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22-40
22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23 주님의 율법에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고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
24 그들은 또한 주님의 율법에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를” 바치라고 명령한 대로
제물을 바쳤다.
25 그런데 예루살렘에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26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 주셨다.
27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기에 관한 율법의 관례를 준수하려고
부모가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들어오자,
28 그는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29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30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31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32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33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에 놀라워하였다.
34 시메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35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36 한나라는 예언자도 있었는데, 프누엘의 딸로서 아세르 지파 출신이었다.
나이가 매우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37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38 그런데 이 한나도 같은 때에 나아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39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그들은 갈릴래아에 있는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40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알라반의 말씀사랑
오늘 미사의 말씀들 안에는 봉헌된 이들의 전형이 보입니다.
"주님의 율법에 ...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루카 2,23).
"그들은 또한 주님의 율법에서 ... 명령한 대로 제물을 바쳤다"(루카 2,24).
"주님의 법을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루카 2,39).
먼저 예수님의 부모 마리아와 요셉입니다. 두 분은 자신들을 통해 이루시는 하느님의 계획에 기꺼이 순종하며 율법에 따라 아기의 모든 일을 처리하는 선한 유다인입니다. 이처럼 봉헌된 이들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합니다.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 2,35).
특히 마리아는 자신의 영혼을 고통에 내맡깁니다. 누군가의 희생과 고통 없이 구원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봉헌된 이는 타인의 선익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고, 그 모습은 사람들 안에 잠든 선성(善性)을 일깨웁니다.
"의롭고 독실하며 ... 기다리는 이"(루카 2,25).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루카 2,25).
시메온은 기다리는 이입니다. 그는 주님의 그리스도가 오시리라 믿었고 그 만남에 전 생애를 걸었지요. 긴 세월을 기다리면서 실망한 순간도 많았을 겁니다. 내노라 하는 학자나 임금들, 정복자들이 성전에 들를 때마다 '혹시 저 사람이 아닐까' 기대했다가 이내 꿈이 거품처럼 스러지는 체험을 수도 없이 했을 터입니다.
그가 기다리는 사람이었다는 것은 "의로움과 독실함, 성령의 현존 안에 머무름"을 단 한 순간도 포기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기다림이 어느 한 순간에 뚝딱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의 여정 동안 이어지는 믿음의 수행이고 고요한 투쟁이기에 그렇습니다. 봉헌된 이는 실망과 좌절로 기다림의 등불을 꺼버리지 않습니다.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루카 2,37).
한나 예언자의 온 생애가 봉헌의 삶을 보여 줍니다. 그녀는 성전에 머무르며 기도와 단식으로 하느님을 섬기는 은총을 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세상 욕망과 재물, 관계에 초연하기 위해 많은 좋은 것들을 내려놓고 가장 좋은 몫을 택한 지혜로운 여인이지요.
"아기에 대해 이야기하였다"(루카 2,38).
한나는 자기가 만난 구원자를 제 안에 가두어두지 않고 나눕니다. 하느님을 홀로 독점하지 않고 구원을 갈망하고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내어줍니다. 봉헌된 이의 체험과 이야기는 증언인 동시에 희망입니다.
그렇다면 말씀은 오늘 봉헌되신 우리 예수님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을까요?
"깨끗하게 하고 ... 정련하여"(말라 3,3).
제1독서에서 말라키 예언자는 홀연히 자기 성전으로 오실 주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분은 불순하게 때묻어 뒤섞이고 오염된 우리의 영육을 정화하고 정결히 해주십니다. 이로써 깨끗하게 된 우리가 주님께 의로운 제물을 바치게 도우십니다. 봉헌된 이는 그 존재와 행위를 통해 세상에 순수함을 일깨웁니다.
"자비, 하느님을 섬기는 충실한 대사제, 백성의 죄를 속죄, 고난 겪으심, 유혹 받으심"(히브 2,17-18).
제2독서에서는 예수님의 사명이 보다 구체적으로 낱낱이 언급됩니다. 그분은 자비를 베풀고 아버지를 섬기는 동시에 백성의 죄를 없애기 위해 죽음에 이르는 고난과 유혹을 겪으십니다.
자기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봉헌의 길을 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을 내어놓는 봉헌은 제 영혼을 거룩히 하는 동시에, 세상의 구원을 위해 미약하나마 기도와 보속, 희생을 그치지 않고 바칩니다.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루카 2,40).
오늘 말씀의 핵심입니다. 봉헌된 이는 예수님처럼 하느님의총애를 받은 사람입니다. 진정한 봉헌은 제도나 단체를 대상으로 하기 이전에 하느님께 드리는 전인적인 헌신이기에 그분을 빼고는 생각할 수조차 없습니다.
하느님은 당신께 다 내어드리는 이를 특별히 사랑하지 않으실 수 없습니다. 부족하지만 제 온 힘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의 그 사랑이 하느님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이 곧 총애의 열매이고 증거입니다.
세상 한가운데서, 제도를 넘어서 영으로 주님께 봉헌하는 삶을 사시는 벗님 여러분, 여러분은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 전하는 사람, 순결과 순수를 일깨우는 사람, 속죄와 희생의 사람, 그리고 하느님의 총애를 받는 사람입니다.
그런 여러분을 축복하고 응원합니다. 가난하고 미소한 채로 봉헌의 의미를 되새기며 영혼 가득 주님을 받아 안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행복한 축제일 되시길 축원합니다.
▶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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