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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연신부님의 글

~ 연중 제 5주간 토요일 / 조명연 신부님 ~

2025년 2월 15일 연중 제5주간 토요일




미사가 끝나면 성당 뒤편으로 가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줍니다. 그런데 유아방에 있던 아이들이 다가올 때를 보면 아주 재미있습니다. 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제가 들고 있는 사탕만 바라보며 다가옵니다. 그리고 사탕을 받은 뒤의 모습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큰 만족감을 보이는 것이지요.


만족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입니다. 원하는 것이 막대 사탕이라면, 이 막대 사탕 하나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나서는 만족에 끝이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 만족감을 계속 유지할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족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얻는 것이라고 합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우리인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성인 성녀는 만족의 삶을 살 수 있음을 자기의 삶을 통해 보여주셨습니다.


‘행복=소유/욕망’이라는 유명한 행복의 도식이 있습니다. 소유를 계속 늘리면 행복합니다. 문제는 자기가 원하는 욕망이 커지면 소유가 아무리 많아도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인 성녀의 공통점은 자기가 원하는 욕망을 계속 줄여나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유하는 것이 없어도 행복했습니다. 더구나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복음삼덕인 ‘청빈, 정결, 순명’을 철저하게 지켰고, 하느님께로 향하는 세 가지 덕행이라는 향주삼덕인 ‘믿음, 소망, 사랑’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도 행복했던 것입니다.


암에 걸려 이를 극복한 사람과 암을 전혀 앓지 않은 사람 중에 누가 더 행복 지수가 높을까요? 암에 걸렸지만 이를 극복한 사람입니다. 암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욕망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자기 욕망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소유를 무한대로 늘리는 행복보다 훨씬 쉬운 길입니다. 쉽게 만족하고, 쉽게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따르는 그 많은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그들에게 금은보화가 생겨서 따랐던 것일까요? 세상 것에 대한 욕망을 줄여나가면서 주님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사흘 동안 굶으면서도 말이지요. 이들을 가엾이 여겨서 빵의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빵 일곱 개와 물고기 몇 마리로 사천 명가량의 사람을 배불리 먹이십니다.


빵 일곱 개와 물고기 몇 마리가 산해진미로 바뀐 것도 아닙니다. 그냥 빵과 물고기일 따름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만족하고 있습니다. 소유와 상관없이 욕망이 줄어든 것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먹던 빵과 물고기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했고 감사했습니다.


자기 행복을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혹시 자기 욕망을 채우기 위해 주님을 따르는 것이라면 절대로 행복을 얻을 수 없게 됩니다. 주님을 따르는 것은 욕망을 줄여나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오늘의 명언: 모두들 언젠간 그렇듯이 난 죽는 게 아니야. 우린 최선을 다해 달리는 거고 그러다 멈춰야 해.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어떻게 경기를 운영하느냐 뿐이야(휴 엘리엇).


사진설명: 사람들은 배불리 먹었다.
-조명연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