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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사순 제 4주간 목요일 / 조재형 신부님 ~



제1독서
<주님, 당신 백성에게 내리시려던 재앙을 거두어 주십시오.>
▥ 탈출기의 말씀입니다.32,7-14
그 무렵 7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어서 내려가거라. 네가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온 너의 백성이 타락하였다.
8 저들은 내가 명령한 길에서 빨리도 벗어나,
자기들을 위하여 수송아지 상을 부어 만들어 놓고서는,
그것에 절하고 제사 지내며, ‘이스라엘아,
이분이 너를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오신 너의 신이시다.’ 하고 말한다.”
9 주님께서 다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 백성을 보니, 참으로 목이 뻣뻣한 백성이다.
10 이제 너는 나를 말리지 마라.
그들에게 내 진노를 터뜨려 그들을 삼켜 버리게 하겠다.
그리고 너를 큰 민족으로 만들어 주겠다.”
11 그러자 모세가 주 그의 하느님께 애원하였다.
“주님, 어찌하여 당신께서는 큰 힘과 강한 손으로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신 당신의 백성에게 진노를 터뜨리십니까?
12 어찌하여 이집트인들이,
‘그가 이스라엘 자손들을 해치려고 이끌어 내서는,
산에서 죽여 땅에 하나도 남지 않게 해 버렸구나.’ 하고 말하게 하시렵니까?
타오르는 진노를 푸시고 당신 백성에게 내리시려던 재앙을 거두어 주십시오.
13 당신 자신을 걸고, ‘너희 후손들을 하늘의 별처럼 많게 하고,
내가 약속한 이 땅을 모두 너희 후손들에게 주어,
상속 재산으로 길이 차지하게 하겠다.’ 하며 맹세하신
당신의 종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이스라엘을 기억해 주십시오.”
14 그러자 주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내리겠다고 하신 재앙을 거두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너희를 고소하는 이는 너희가 희망을 걸어 온 모세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5,31-47
그때에 예수님께서 유다인들에게 말씀하셨다.
31 “내가 나 자신을 위하여 증언하면 내 증언은 유효하지 못하다.
32 그러나 나를 위하여 증언하시는 분이 따로 계시다.
나는 나를 위하여 증언하시는 그분의 증언이 유효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33 너희가 요한에게 사람들을 보냈을 때에 그는 진리를 증언하였다.
34 나는 사람의 증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은 너희가 구원을 받게 하려는 것이다.
35 요한은 타오르며 빛을 내는 등불이었다.
너희는 한때 그 빛 속에서 즐거움을 누리려고 하였다.
36 그러나 나에게는 요한의 증언보다 더 큰 증언이 있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완수하도록 맡기신 일들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나를 위하여 증언한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것이다.
37 그리고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도 나를 위하여 증언해 주셨다.
너희는 그분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한 번도 없고 그분의 모습을 본 적도 없다.
38 너희는 또 그분의 말씀이 너희 안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지 않기 때문이다.
39 너희는 성경에서 영원한 생명을 찾아 얻겠다는 생각으로 성경을 연구한다.
바로 그 성경이 나를 위하여 증언한다.
40 그런데도 너희는 나에게 와서 생명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41 나는 사람들에게서 영광을 받지 않는다.
42 그리고 나는 너희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안다.
43 나는 내 아버지의 이름으로 왔다.
그런데도 너희는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른 이가 자기 이름으로 오면, 너희는 그를 받아들일 것이다.
44 자기들끼리 영광을 주고받으면서
한 분이신 하느님에게서 받는 영광은 추구하지 않으니,
너희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
45 그러나 내가 너희를 아버지께 고소하리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너희를 고소하는 이는 너희가 희망을 걸어 온 모세이다.
46 너희가 모세를 믿었더라면 나를 믿었을 것이다.
그가 나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47 그런데 너희가 그의 글을 믿지 않는다면 나의 말을 어떻게 믿겠느냐?”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찬미예수님


지난 3월 8일 토요일입니다. 자매님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버님이 응급실에 있는데, 병자성사를 청한다는 전화였습니다. 구역장 회의가 있었지만, 병자성사가 더 급하기에 총구역장에게 먼저 다녀온다고 이야기하고 응급실로 가기로 했습니다. 병원으로 출발하려고 하는데, 다시 자매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님이 선종하였다는 전화였습니다. 저는 고인의 마지막 모습도 보고, 가족들을 만나려고 응급실로 갔습니다. 


응급실에는 고인의 가족들이 와 있었고,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고인을 위해서 병자성사를 드렸습니다. 고인께서는 마지막 병자성사를 받고,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자매님은 저와 함께 성지순례를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자매님의 전화가 있었기에 저는 기쁜 마음으로 고인을 위해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누군가 싸우려고 하면 말려야 하고, 반대로 서로 협상하려고 하면 잘 연결해 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말은 단순한 처세술이 아니라 우리 신앙의 중요한 정신과도 연결됩니다. 오늘 독서에서 우리는 모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우상을 숭배하자, 하느님께서는 크게 진노하셨습니다. 그때 모세는 "하느님, 이 백성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청하였습니다. 하느님께 간절히 간청하며, 백성을 대신해 용서를 빌었습니다. 결국 하느님께서는 모세의 기도를 들으시고, 이스라엘을 멸망시키지 않으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싸움을 말리는" 리더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분노를 모세가 중재하며 막아낸 것입니다. 우리도 주변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누군가 갈등을 겪고 있다면 우리는 모세처럼 중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싸움을 부추기는 사람이 아니라,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회개하라!"라고 외쳤습니다. 겉으로 보면 아주 엄격하고 강한 사람이지만, 사실 그는 사람들이 하느님께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습니다. 백성들이 죄를 지었다고 해서, "너희는 끝났다!"라고 단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길을 닦고, 회개하고, 새롭게 시작하라!"라고 외쳤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하느님과 백성이 화해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우리도 요한처럼 누군가에게 새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절망할 때,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것이 바로 중재자의 역할입니다. 역사 속에도 중요한 중재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헨리 키신저입니다. 그가 활약했던 시대를 보면,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 위협 속에서 서로 으르렁거렸고, 중국과 미국은 철저한 적대 관계였습니다. 


그때 키신저가 한 역할이 무엇이었을까요? "싸움을 말리고, 흥정을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대화할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이를 핑퐁 외교라고 합니다.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피할 수 있도록 긴장을 완화했습니다. 이를 데탕트 정책이라고 합니다. 중동에서 전쟁이 끝난 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평화 협정을 맺도록 도왔습니다. 정치는 물론, 우리 신앙과 삶에서도 평화를 이루는 "중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여전히 많은 싸움과 갈등이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부부가 싸우고, 친구 사이에서도 오해가 생기고, 직장에서도 경쟁과 갈등이 끊이질 않습니다. 더 나아가 국가 간에도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싸움을 말리는 사람", 그리고 "화해를 돕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싸움의 불길을 더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 모세처럼 중재하고, 요한처럼 길을 닦고, 키신저처럼 대화의 장을 열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평화의 왕이십니다. 그분은 세상의 분쟁과 갈등을 십자가로 해결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그 길을 따르라고 하십니다. 우리 각자가 우리 삶의 자리에서 "싸움을 말리고, 흥정을 붙이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주님께 은총을 청하면 좋겠습니다. “타오르는 진노를 푸시고 당신 백성에게 내리시려던 재앙을 거두어 주십시오. 주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내리겠다고 하신 재앙을 거두셨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조재형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