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天主敎會史
― 韓國天主敎會史에서 보여준 순교자들의 모습들 ―
④ 이런 일을 알게 되자, 집안의 외교인(外敎人) 친척들은 크게 노하였다. 그들 불 평(不評)을 터뜨리고 비난(非難)을 하며, 그들 눈에는 몹시도 부적당한 것으 로 보이는 계약(契約)을 깨기 위하여 힘을 다했다. 이순이(李順伊) 누갈다의 어 머니는 그들의 아우성을 잘 견디어냈다. 그녀는 과부(寡婦)로서의 자기의 처지 (處地)가 어렵다는 것과 관한 것과, 그녀로서는 큰 부잣집 사위를 얻는다는 것이 이롭다는 것 등등의 구실을 내세웠다. 차츰 폭풍우(暴風雨)는 가라앉아, 1897년 에 혼배(婚配)가 거행되었고, 이듬해 9월에 이 젊은 여인은 남편의 집으로 가서, 둘이 동정서원(童貞誓願)을 했다.
우리는 조금 뒤에 이순이(李順伊) 누갈다가 옥에서 쓴 편지(便紙)에서 이 내용 과 몇 가지 다른 점에 대해서 감격적(感激的)인 사항을 직접 우리에게 말하는 것을 듣게 될 것이다.
⑤ 결혼 전이나 결혼 후나 이순이(李順伊) 누갈다는 천주교의 덕행(德行)을 닦는데 전심(全心)하여 시부모(媤父母)를 극진히 공경(恭敬)하고 그들에게 순종(順從)하 였으며, 겸손(謙遜)하고 자비심이 있고, 모든 본분(本分)을 충실히 지켜나갔다.
감탄할만큼 온순하고 친절하여, 그녀는 그 많은 식구 중 누구와도 조그마한 불화(不和)도 결코 없었으며, 조선식 표현을 따른다면, 이순이(李順伊) 누갈다는 자기의 존재(存在)와 착한 모범(模範)으로, 자기 집뿐 아니라 온 이웃에 향기 (香氣)를 풍겼다.
그녀의 남편 유중철(柳重哲) 요한도 성실(誠實)하고 솔직(率直)한 심성과 굳은
신앙(信仰)과 열렬한 애덕(愛德)을 가지고 있었다. 본분(本分)에 충실(充實)하고 올바른 생활을 하며 세속(世俗)의 모든 허영(虛榮)을 업신여겨,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점잖고 진중(鎭重)한 어른 대접을 받았다.
⑥ 순결(純潔)한 사랑의 관계 속에서, 이 두 고귀(高貴)한 마음의 결합(結合)은 얼마 나 행복하였던가? 천사(天使)들의 눈에 그 결합은 얼마나 아름답게 보였던가? 그러나 유중철(柳重哲) 요한과 이순이(李順伊) 누갈다가 하느님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고통(苦痛)이 그들을 단련(鍛鍊)시켜 완성(完成)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1801년 봄에 유중철(柳重哲) 요한의 아버지 유항검(柳恒儉) 아우구스티노와 몇몇 다른 식구와 함께 붙잡혔다. 이순이(李順伊) 누갈다의 마음에 그것이 얼마 나무서운 타격이었을 것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다른 식구들은 모두 서울 로 이송(移送)되었지만, 자기의 남편(男便)만은 전주읍(全州邑)에 그대로 갇혀 있 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름내 역시 요한이라는 본명(本名)을 가진 유중철(柳重哲) 요한의 동생 유문석(柳文碩)이 줄곧 읍내를 왕래하며, 형에게 음식을 갖다 주었 으나, 의복(衣服)을 전해주는 데에는 성공(成功)하지 못하였다.
⑦ 그러므로 증거자(證據者)는 삼복(三伏)더위 중에도 그가 붙잡힐 때에 입었던 두 꺼운 겨울옷을 그대로 입고 있어야만 했다. 오래지 않아, 그 더러움과 거기에서 나는 냄새와, 옷에 생긴 물것은, 사치(奢侈)속에서 곱게만 자란 사람에게는 참으 로 진정한 형벌(刑罰)이 되었다.
그가 어떤 고문(拷問)을 당하였는지는 모른다. 그가 옥에 갇혀 있는 동안 줄곧 밤낮으로 칼을 쓰고 있었고, 처형(處刑) 때에야 그것을 벗겼다는 것만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유중철(柳重哲) 요한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신 앙(信仰)을 그대로 보존(保存)할 줄을 알았다.
9월 보름쯤, 아마 유항검(柳恒儉) 아우구스티노와 그의 동료(同僚)들이 처형 (處刑)되기 하루나 이틀 전에, 이번에는 이순이(李順伊) 누갈다가 나머지 식구들 과 함께 체포(逮捕)되었다. 조금 후에 여인들 중 세 사람은 석방(釋放)되었는데,
아마도 나이가 많아서 풀려나온 유항검(柳恒儉) 아우구스티노의 어머니와, 갓 결 혼(結婚)하였지만 그 집안 식구가 아닌 것으로 간주(看做)된 그의 딸과, 두 아주 머니 중의 한 사람, 아마 유중성(柳重誠) 마태오의 과부된 어머니였을 것이다.
그러나 유항검(柳恒儉) 아우구스티노의 집은 적몰(籍沒)되었으므로, 그들은 그 집을 떠나야만 했고, 세 여자는 아무런 생활방도(生活方途)도 없이, 그 곁에 있
는 형편없는 오막살이에 들게 되었다.
옥에 이르자마자 이순이(李順伊) 누갈다는 자기가 잡혔다는 소식(消息)을 듣 고, 비통(悲痛)에 잠겨있을 어머니를 위로(慰勞)할 생각을 하였다. 그녀는 어머니 에게 편지(便紙)를 보내드릴 수가 있었는데, 그 편지를 여기에 가능한 직역(直 譯)하여 소개(紹介)한다.
-샤를르 달레 神父 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