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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생애

[스크랩] [그리스도의 생애] - 4. 하느님(천주)의 어린양

[그리스도의 생애] - 4. 하느님(천주)의 어린양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고, 과학적인 경이로움으로 그들의 넋을 빼앗고 어둠의 왕자와 정치적 흥정을 함으로써 인간들의 왕이 되고자 하는 최고의 유혹을 극복하셨기 때문에, 이제 죄에 대한 희생제물로서 세상에 나아갈 준비가 다 되셨다.

장기간의 단식과 시련이 끝나자 천사들이 내려와 주님께 시중들었다. 그러고서 주님은 요르단으로 돌아오시어 얼마동안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은 채로 세례자 주변에 모여 든 군중들 틈 속에 끼어드셨다.

전날 요한은 "당신이 누구요?"하고 물으러 왔던 예루살렘 성전의 사제와 레위지파 대표단에게 주님에 대해 말하였다. 그들은 상세한 조사를 한 결과 메시아나 그리스도가 올 때가 무르익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요한은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고 말했다. 그는 말씀을 선포하는 목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스도께서 외적인 권력의 칭호를 거부하셨듯이, 요한도 바리사이들이 그에게 부여하고자 한,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이라고 하는 가장 위대한 칭호를 거부하셨다. 다음날 주님께서 군중들 틈에 끼어 계실 때 요한은 멀리서 그 분을 보았다. 즉시 요한은 모든 청중들이 알고 있는 유대인의 유산에 속하는 상징과 예언에 생각이 미쳤다.

다음날 요한은 예수께서 자기한테 오시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 저기 오신다." (요한 1, 29)

요한은 우리가 먼저 찾아야 할 사람은 교사나 윤리법규의 제정자나 기적을 행하는 자가 아니라 세상의 죄를 대신하는 희생물로 임명된 그분을 찾는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과월절이 다가오고 있었으며 모든 대로(大路)는 성전에서 희생으로 바칠 한 살짜리 어린 양을 몰고 가거나 메고 가는 사람들로 꽉 찼다. 이런 어린 양들을 생각하며, 요한은 당신의 희생을 통해 세상의 죄를 없애심으로써 성전에서 드리는 모든 희생 제사를 종식시키실 어린 양을 가리켰다.

요한은 이제 막을 내리는 마지막 구약의 목소리였다. 구약시대에 어린 양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창세기를 보면 아벨(Abel)은 죄의 보속으로 피의 제사를 바치며 양 무리 가운데 첫 배인 어린 양을 봉헌하였다.
나중에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그의 아들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도록 명하신다.
이것은 하늘의 아버지께서 당신 아들을 희생하는 예언적 상징이었다.
이사악이 "어린 양이 어디 있습니까?" 하고 물었을 때 아브라함은 대답했다.

"얘야 ! 번제물로 드릴 어린 양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신단다."
말을 마치고 두 사람은 함께 길을 떠나, (창세기 22, 8)

창세기 초장에 "희생양이 어디 있습니까?" 하고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한 세례자가 하고 있다. 요한은 그리스도를 가리키며 "여기에 하느님의 어린양이 계시다." 고 말하였다. 하느님은 마침내 어린 양 한 마리를 준비해주셨다. 광야에서 유혹을 받는 동안 옹호하였던 십자가가 이제 요르단강 위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가정은 각기 파스카의 어린 양을 구해야 했다. 어린 양을 예루살렘 ㅡ 하느님의 어린양은 당신이 여기서 희생되실 거라고 말씀하셨다. ㅡ 으로 데려가는 사람들은 양이야말로 이스라엘이 에집트의 정치적 노예살이에서 해방된 상징임을 알고 있었다. 이제 어린 양은 죄의 정신적 노예살이에서 구해주는 상징이기도 하다고 요한은 말하였다.

그 어린 양은 인간의 모습으로 올 것이다. 예언자 이사야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는 온갖 굴욕을 받으면서도 입 한번 열지 않고 참았다.
도살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 양처럼 가만히 서서 털을 깍이는 어미 양처럼 결코 입을 열지 않았다. (이사야 53, 7)

어린 양은 그 순결무구함과 양순함 때문에 희생제물로 많이 이용되었다. 따라서 어린 양은 메시아의 성격에 가장 잘 들어맞는 상징이었다. 요한 세례자가 주님을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고 부른 사실은 매우 의미 깊은 것이다.
주님은 민족들의 양도 아니고 유대인의 양도 아니며 어떤 누구의 양도 아닌 바로 하느님의 어린 양이었다. 이 어린 양이 마침내 희생되신 것은 자기보다 더 강한 자의 희생물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죄인을 위한 자발적인 사랑의 의무를 이행하셨기 때문이었다.

희생물을 죽인 것은 인간이었지만, 이 희생제사를 바친 것은 인간이 아니고, 당신 자신을 주신 하느님이셨다.
요한의 제자였던 베드로는 아마 그날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그는 훗날 "어린 양"의 의미를 좀 더 분명히 밝히면서 이렇게 썼다.

여러분은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은 헛된 생활에서 해방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그것은 은이나 금 따위의 없어질 물건으로 값을 치르고 된 일이 아니라 (베드로 1서 1, 18)

부활과 승천 후에 필립 부제는 에디오피아 여왕의 사자를 만났다. 그 사자는 어린 양에 대해 예언한 예언자 이사야 글을 읽고 있었다. 그가 읽던 성서 구절은 다음과 같았다. "도살장으로 끌려 가는 양 처럼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어린 양처럼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사도행전 8, 32)

필립은 이 어린 양은 얼마 전에 희생되셨다가 죽은 자들로부터 부활하시어 승천하셨다고 그에게 설명하여 주었다. 복음사가 요한도 그날 요르단강에 있었으며 (요한은 요한 세례자의 제자 중 하나였다.), 후에는 어린 양이 희생되셨을 때 십자가 발치에 서 있었다. 수년 후에 요한은 십자가상에서 살해되신 어린 양은 세상 시작부터 의도적으로 살해되셨다고 기록하였다. 십자가는 추후에 생각해낸 것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땅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죽임을 당한 어린 양의 생명책에 천지창조 때부터 이름이 올라 있지 않은 자들은 모두 그에게 절을 할 것입니다. (묵시록 13, 8)

이 말은 하느님의 어린 양은 시간상으로 희생되기 위해서는 갈바리아를 기다려야 되었지만, 하느님의 선포에 의해 영원으로부터 살해되셨다는 뜻이다. 어린 양의 죽음은 영원한 하느님의 계획과 하느님의 단호한 뜻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자아희생적인 사랑의 원리는 영원한 것이었다. 세상의 기초가 놓이기 전에 하느님의 마음 속에 구원이 있었다. 시간을 초월하신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죄를 범하고 구원되는 것을 영원으로부터 다 보고 계셨다. 지구 전체가 위대한 사건이 벌어지는 무대가 된다. 어린 양은 모든 희생의 영원한 예표(豫表)였다. 십자가의 때가 도래하고 백부장의 창이 주님의 옆구리를 찔렀을 때 구약의 예언은 성취되었다.

내가 다윗 가문과 예루살렘 성민들에게 용서를 빌 마음을 품게하리니
그들은 내 가슴을 찔러 아프게 한 일을 외아들이나 맏아들이라도 잃은 듯이 슬퍼하며 곡하리라. (즈가리야 12, 10)

하느님의 어린 양이 어떻게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지" 설명하기 위해 요한 세례자가 쓴 용어는 히브리말과 그리이스말에서 유사한 표현을 볼 수 있다. 레위기는 속죄양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염소는 그들의 죄를 모두 지고 황무지로 나간다. 이렇게 염소를 빈들로 보낸 다음 (레위기 16, 22)

속죄양이 죄를 뒤집어쓰고 도시밖으로 쫓겨난 것처럼 죄를 없애신 하느님의 어린 양도 예루살렘 성 밖으로 쫓겨나실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희생제사의 제물로 약속하셨던 어린 양과, 역사를 통해 유대인과 이교도들이 봉헌한 그 후의 모든 어린 양과 염소는 요한 앞에 서 계신 하느님의 어린 양 으로부터 그 가치를 부여받는다. 여기서 십자가를 예언하는 자는 주님이 아니고 오히려 구약이 요한을 통해 주님을 하느님께서 임명하신 죄에 대한 희생제물이요 인간의 죄를 제거하실 유일한 분으로 선포한 것이다.

이스라엘인들은 죄의 용서란 어느 정도 희생제물과 관련이 있다고 오랫동안 믿어 왔다. 따라서 희생물에는 내재적인 힘이 들어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죄는 피 속에 있으며 따라서 피는 흘려져야 된다고 믿었다. 그렇다면 희생제물인 주께서 갈바리아 산에서 봉헌되시고 죽은 자들로부터 부활하셨을 때 당신께서 고통을 당하셔야만 했음을 재천명하신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한 구속적인 피의 공로를 우리 자신에게 적용시키는 것이 신약의 주제였다. 구약시대에는 어린 양을 희생으로 바친 후 그 피의 일부를 사람들에게 뿌렸다. 하느님의 어린 양이 희생되셨을 때, 너무도 어처구니없게 어떤 사람들은 그 피를 뿌려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래서 빌라도는 바라빠를 놓아주고 예수를 채찍질하게 한 다음 십자가형에 처하라고 내어 주었다. (마태오 27, 26)

그러나 그밖에 무수한 사람들은 하느님의 어린 양의 피가 뿌려졌기 때문에 영광을 찾게 될 것이다.
나중에 요한 복음사가는 영원한 영광을 누리는 그들을 이렇게 묘사했다.

나는 또 그 옥좌를 둘러 선 많은 천사들과 원로들을 보았고 그들의 음성도 들었습니다.
그들의 수효는 수천 수만이었습니다. 그들은 큰 소리로
"죽임을 당하신 어린 양은
권능과 부귀와 지혜와 힘과 영예와 영광과
찬양을 받으실 자격이 있으십니다."
하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하늘과 땅과 땅 아래와 바다에 있는 모든 피조물 곧 온 우주 안에 만물이,

"옥좌에 앉으신 분과 어린 양께서
찬양과 영예와 영광과 권능을
영원무궁토록 받으소서!"
하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묵시록 5, 11-14)

출처 : [그리스도의 생애] - 4. 하느님(천주)의 어린양
글쓴이 : 시냇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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