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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생애

[스크랩] [그리스도의 생애] - 6. 성전(聖殿)인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생애] - 6. 성전(聖殿)인 그리스도의 몸


성전은 하느님께서 거하시는 곳이다. 그렇다면 참된 성전은 어디에 있었을까? 웅대한 외모를 자랑하는 예루살렘 대성전이 참된 성전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유대인들에게는 너무도 명백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또 하나의 성전이 있다고 막 제시하려든 참이었다.

순례자들은 과월절 축제를 지내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갔으며, 주님과 그 첫 제자들도 가파르나움에서 잠시 머문 후 순례자들 틈에 끼었다. 성전은 참으로 굉장한 모습이었다.
특히 헤로데가 복구공사를 거의다 끝마치고 치장하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였다. 일년 후 사도들은 올리브 동산에서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는 성전의 외모를 보고 너무도 반해서 주님께 성전을 한번 보시도록 청하면서 그 아름다운 모습에 탄복할 것이다.

희생제사를 바치러 오는 사람은 자연히 희생제사의 제물을 구하는 것이 문제였다. 또한 희생제물은 레위기의 기준에 의해 검사와 판정을 받아야만 했다. 따라서 갖가지 등급의 희생동물을 사고 파는 거래가 활기를 띠었다. 양과 비둘기 장사꾼들은 점차적으로 성전 가까이까지 밀고 들어와서 성전으로 통하는 통로를 막히게 하였으며, 마침내 일부 장사꾼들, 특히 안나의 자손들은 솔로몬 행각에 들어와서 비둘기와 가축을 팔았으며 환전장사를 하였다. 축일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들은 성전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반 세겔을 바쳐야했다.

요세푸스의 말에 의하면, 외국돈은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안나의 자손들은 높은 이윤을 붙여 환전 사업을 벌였다. 비둘기 한 쌍이 한 때는 미화로 2달러 50센트나 되는 금화 한닢에 거래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악폐는 대 힐렐(Hillel)의 손자에 의해 시정되었으며 그는 위에 언급한 50분의 1 가격으로 낮췄다. 성전 주변에서는 티로(Tyre)와 시리아(Syria), 에집트(Egypt), 그리스와 로마의 갖가지 화폐가 유통되고 있었기 때문에 환전 장수들 사이에는 암시장이 성행하였다. 당시 상황은 너무도 부패해서 그리스도께서 성전을 "도둑의 소굴"이라고 부르실 정도였다. 탈무드도 성전을 더럽히는 자들을 신랄히 비판하였다.

주님께서 성소에 처음으로 발을 디디셨을 때 순례자들 사이에 상당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셨다.
이번이 처음으로 주님께서 백성들 앞에 공개적으로 등장하는 것이었으며, 또한 메시아로서도 성전에 처음으로 오시는 길이었다.
주님께서는 이미 가나에서 첫 기적을 행하셨으며, 이제는 아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하여 아버지의 집에 들어 오셨다. 주님께서는 기도 소리와 장사치들의 불경스러운 시끄러운 외침소리가 뒤범벅이 되고 있으며 짤랑거리는 동전소리와 울부짖는 가축들의 울음소리가 뒤섞여 정신이 없는 이 무질서한 상황을 보시고 아버지의 집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차게 되셨다. 가축들의 목에 메어 쓰던, 주위에 널려있던 몇 가닥 끈을 모아 주님은 채찍을 만드셨다.

주님은 이 채찍을 가지고 들어가시어 가축과 장사꾼들을 몰아 내셨다.
착취자들을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으며 또한 공개적인 추문이 두려워서 구세주에게 이렇다할 항의를 하지 못한 것 같다. 사방으로 내닫는 가축들과 구세주님께서 탁자를 뒤엎으셨을 때 동전 한닢이라도 더 줏어 담으려고 하는 환전장수들로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주님께서는 새장을 열어 비둘기들을 날려 보내셨다.

그리고 비둘기 장수들에게 "이것들을 거두어 가라.
다시는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하고 꾸짖으셨다. (요한 2, 16)

주님과 아주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조차도 채찍을 높이 들고 분노에 불타는 눈빛으로 짐승과 사람들을 내쫓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주님을 보았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시며 "성서에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하리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느냐? 그런데 너희는 이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구나!" 하고 나무라셨다. (마르코 11, 17)
이 광경을 본 제자들의 머리에는 '하느님이시여, 하느님의 집을 아끼는 내 열정이 나를 불사르리이다'하신 성서의 말씀이 떠올랐다. (요한 2, 17)

주님께서 장사꾼들을 몰아내신 성전 구역은 이방인 구역 동편으로 솔로몬 행각이라는 곳이다.
이 구역은 세상의 모든 민족을 환영한다는 상징적인 역할을 해야 했지만, 장사꾼들이 이 장소를 더럽히고 있었다.
주님께서는 성전이 예루살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민족을 위해 있으며, 목자들만이 아니라 동방박사들도 기도하는 집이며, 국내선교만이 아니라 해외선교를 위한 기도의 집임을 명백히 해주셨다.

주님께서는 성전을 "나의 아버지의 집"이라고 부르시며 동시에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의 친자관계를 단언하셨다.
성전에서 내쫓긴 사람들은 주님께 손을 대지 못했으며, 주님께서 실수를 했다고 욕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주님의 행동을 정당화해줄 표징이나 보증을 요구할 뿐이었다.
주님께서 흩어진 동전들과 날뛰는 가축들, 이리 저리 나는 비둘기 떼들 가운데 위엄을 차리고 홀로 서 계셨을 때 그들은 주님께 이렇게 물었다.

그 때에 유대인들이 나서서 "당신이 이런 일을 하는데, 당신에게 이럴 권한이 있음을 증명해 보시오. 도대체 무슨 기적을 보여 주겠소?" 하고 예수께 대들었다. (요한 2, 18)

그들은 주님께서 크게 노하실 수 있음을 보고 어리둥절하며 (이것은 가나에서 보여준 기쁨을 전해주는 성격과는 대조적인 것이었다), 표징을 요구하였다. 주님께서는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표징을 이미 그들에게 주셨다. 주님은 그들이 당신 아버지의 집을 모독했다고 그들에게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 외에 다른 표징을 요구하는 것은 빛을 보기 위해 빛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또 하나의 표징을 주셨다.
예수께서는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하고 대답하셨다. (요한 2, 19)

이 말을 들은 자들은 결코 이 말씀을 잊지 않았다. 삼 년 후에 그들은 이 말을 다음과 같이 약간 변형시켜 제기하면서 주님을 고발하였다.
"우리는 이 사람이 '나는 사람의 손으로 지은 이 성전을 헐어 버리고 사람의 손으로 짓지 않은 새 성전을 사흘 안에 세우겠다'하고 큰 소리치는 것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마르코 14, 58)

주님께서 십자가 위에 매달리셨을 때 그들은 주님의 말씀을 상기하며 또 들먹거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머리를 흔들며 "하하, 너는 성전을 헐고 사흘 안에 다시 짓는다더니" (마르코 15, 29)

그들은 계속 주님의 말씀을 잊지 않고 빌라도에게 찾아가 그의 무덤을 경비하여 예방조치를 취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때 쯤에는 주님께서 단순히 돌로 만든 성전이 아니라 주님의 몸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았다.
스테파노의 재판과 순교과정에서도 성전이라는 주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그때 박해자들은 이렇게 고발했다.
또한 거짓증인들을 내세워 "이 사람은 언제나 이 거룩한 곳과 율법을 거슬러 말하고 있습니다. (사도행전 6, 13)

주님께서는 실제로 도전장을 던지시며 "성전을 허물어라!" 고 말씀하셨다. 주님은 "너희가 성전을 파괴한다면…!" 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다. 주님께서는 십자가형을 통해 당신의 왕권과 사제권을 시험해보기 위해 직접 그들에게 도전을 하시며 부활로 응답하실 것이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될 점은 복음서의 그리스어 원본에 의하면 주님께서는 일반적으로 성전을 의미하는 hieron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성전의 지성소를 가리키는 naos라는 단어를 쓰셨다는 것이다. 주님께서는 사실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성전은 하느님께서 거하시는 곳이다. 너희는 역사 깊은 성전을 더럽혔다.

그러나 이제 또 하나의 성전이 있다. 나를 십자가에 못박음으로써 이 새로운 성전을 파괴해보라. 그러면 삼일만에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 아버지의 집인 내 몸을 너희가 파괴한다하더라도, 나는 부활하여 모든 민족이 새로운 성전을 차지하게 하겠다." 주님께서는 당신 몸을 가리켜 이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 성전은 돌과 나무만이 아니라 살과 뼈로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몸은 하나의 성전이었으며,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육체적으로 온전히 거하셨다. 그리스도께 도전하는 자들은 즉시 이렇게 대꾸하며 물었다.

그런데 예수께서 성전이라 하신 것은 당신의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요한 2, 21)

이들은 사십육 년이나 걸려 세운 조로바벨의 성전을 두고 말하였을 것이다. 이 성전은 기원전 559년 치루스왕 재위 원년에 시작해서 다리우스왕 9년인 기원전 513년에 완공되었다. 아니면 헤로데 왕의 개수공사를 지칭하는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공사도 그 당시 사십육 년이나 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개수공사는 기원전 20년에 시작해서 서기 63년에야 완성되었다. 그러나 요한은 이렇게 쓰고 있다.

제자들은 예수께서 죽었다가 부활하신 뒤에야 이 말씀을 생각하고 비로소 성서의 말씀과 예수의 말씀을 믿게 되었다. (요한 2, 22)

첫 번째 예루살렘 성전은 성전건축을 준비한 다윗과 성전을 건축한 솔로몬과 같은 위대한 왕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두 번째 성전은 포로생활에서 돌아올 때의 위대한 지도자들을 상기시켜 준다. 많은 비용을 들여 웅장하게 재건된 이 성전은 헤로데 왕가와 관련되어 있다. 이 모든 영욕에 얼룩진 성전들 대신에 참 성전이 들어 설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 성전을 성 금요일에 파괴하게 될 것이며, 이 성전이 파괴되는 순간 지성소에 걸려 있던 휘장이 위 아래로 찢어질 것이다. 아울러 그리스도의 육체의 휘장도 갈라지면서 참된 지성소인 하느님 아들의 성심(聖心)을 보여주실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또 다른 기회에 바리사이인들에게 말씀하시면서 똑같은 성전의 비유를 사용하신다.
"잘 들어라. 성전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마태오 12, 6)

그리스도께서는 기적을 요구하는 그들에게 이런 식으로 답변 하셨다. 바로 그 기적은 당신의 죽음과 부활이 될 것이다. 나중에 주님은 바리사이인들에게 요나의 기적과 같은 기적을 보이시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리스도의 부활로 입증될 것이다. 인간의 사악한 마음과 자신의 자발적인 의지로 주님은 죽음을 당하시지만, 오로지 전능하신 하느님의 능력으로 부활하시게 된다.

이 순간 그리스도는 성전을 당신 아버지의 집이라고 부르신다. 그리스도께서 3년 후에 마지막으로 성전을 떠나실 때 더 이상 성전을 당신 아버지의 집이라고 부르지 않으신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주님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와 같이 너희도 겉으로는 옳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 차 있다." (마태오 23, 28)

이제 성전은 더 이상 당신 아버지의 집이 아니라 그들의 집이 되어 버렸다. 지상의 성전이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장소가 되어 버릴 때 더 이상 하느님이 거하시는 장소가 못된다. 하느님이 안계시면 그것은 성전이 아니다.

다른 데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주님께서는 유일하게 당신만이 죽으러 이 세상에 오셨음을 입증해 보이셨다. 십자가란 그리스도 인생의 마지막에 찾아온 어떤 것이 아니라 인생을 시작할 때부터 그리스도 위에 머물러 있던 것이다.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파괴하라"고 말씀하셨고, 그들은 주님께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하였다. 그리스도의 몸만큼이나 조직적으로 파괴된 성전은 일찍이 없었다. 성전 지붕인 주님의 머리에는 가시관이 씌었으며, 성전의 기초인 주님의 발은 못으로 뚫렸으며, 성전의 좌우 날개 부분인 주님의 손은 십자가 모양으로 벌려졌으며, 지성소인 그분의 심장은 창으로 꿰뚫렸다.

사탄은 주님께 겉으로 드러나는 희생을 유혹하면서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보라고 요구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구경거리가 되는 희생을 거부하셨다. 그러나 아버지의 집을 더럽히던 자들이 기적을 요구했을 때는 십자가상에서의 희생이라는 다른 기적을 제안하셨다. 사탄은 주님께 뛰어내리라고 요구했지만 주님은 당신이 죽음의 불명예를 당하리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주님의 희생은 무의미한 전시 욕구의 발로가 아니라 구속적인 겸손의 행위이다.

사탄은 주님께서 전시욕구 때문에 당신 성전이 파멸되도록 제안하였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구원과 보속을 위해 당신 몸인 성전을 파멸에 내맡기셨다. 가나에서 주님은 당신 "때"를 맞이하러 가신다고 말씀하셨으며, 성전에서는 십자가의 시간 뒤에 부활이 오리라고 말씀하셨다. 주님의 공생활은 이러한 일련의 예언을 성취할 것이다.

출처 : [그리스도의 생애] - 6. 성전(聖殿)인 그리스도의 몸
글쓴이 : 시냇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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