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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생애

[스크랩] [그리스도의 생애] - 5. "때"의 시작

[그리스도의 생애] - 5. "때"의 시작


복음서를 죽 보면 십자가에 대해 경고할 때마다, 천둥과 번개가 서로 동반하는 것처럼, 부활의 영광이 함께 이야기 된다. 구속적인 수난의 그림자가 다가올 때마다 그 후에 이루어질 정신적 자유의 빛이 함께 보인다. 그리스도의 생애 가운데 슬픔과 기쁨이 엇갈리는 이러한 대위법을 가나 마을에서 일어난 주님의 첫 번째 기적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죄많은 육체를 십자가에 못박는 것을 선포하러 오신 그분이 결혼 잔치를 도와주며 공공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그분의 행동양식이다.

구약시대에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신랑과 신부의 관계로 비유되었다. 주께서는 당신께서 세우실 새로운 영적인 이스라엘과 당신과의 관계도 똑같으리라고 암시하셨다. 주님은 신랑이 되고 주님의 교회는 신부가 될 것이다. 주님께서는 당신과 구원받은 인류를 이처럼 일치시키러 오셨기 때문에 결혼잔치를 도와줌으로써 당신의 공적인 전교활동을 시작하신 것은 옳은 일이었다. 나중에 성 바오로가 남녀의 결합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일치의 상징이라고 에페소인들에게 편지를 보냈을 때 그는 새로운 사상을 소개한 것이 아니었다.

남편된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몸을 바치신 것처럼 자기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에페소서 5, 25)

결혼잔치일은 기쁨에 넘치는 때이며, 기쁨의 표시로 포도주가 나온다.
이러한 상징적 가치를 지닌 가나 혼인잔치에서 십자가가 기쁨에 그림자를 던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쁨이 먼저고 십자가가 나중에 온다. 그러나 기쁨이 다 했을 때 십자가의 그림자가 잔치를 그늘지운다.

주님은 요르단강에서 이미 하느님의 어린 양으로 확인되셨다. 주님은 요한 세례자의 제자들 가운데서 다섯 명을 뽑았다. 그들은 복음사가 요한과 안드레아, 베드로, 필립보, 나타나엘이었다. 주님은 이들을 한참 무르익어가는 결혼잔치에 데려오셨으며 결혼잔치는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그 당시 신부집의 부모들은 오늘날보다 훨씬 큰 부담을 감수했다. 왜냐하면 흥겨운 잔치가 팔일 동안이나 계속되기 때문이다. 술이 떨어진 이유 중에 하나는 주님께서 너무도 많은 불청객들을 데려오셨기 때문일 것이다. 요르단 강에서 하늘이 열리어 주님이 하느님의 아들임을 확인해준 엄청나게 흥분스러운 사건이 있은 이후로 주님께 수백명의 추종자들이 따라 붙었으며 이들도 잔치집에 들어왔다. 주님은 마을의 목수로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요 메시아로서 결혼식에 오셨다. 흥겨운 잔치가 끝나가기 전에 주님이 십자가와 마주쳤음이 드러난다.

주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잔치집에 있었다. 주님의 생애 가운데 유일하게 마리아가 아들보다 먼저 언급되고 있다. 마리아는 주님께서 주창하신 바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보여주는 주의 첫 번째 기적, 표징의 도구가 되실 것이다. 마리아는 태중에 있는 요한 세례자를 축성해준 도구가 된 적이 이미 있으며, 이제는 자신의 간청으로, 앞으로 이루어질 수많은 기적의 서막을 알렸다. 마리아의 간구는 너무도 강해서 역사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마리아의 이름으로 자연과 은총의 기적을 간구하였다.

이미 제자로 뽑힌 요한 복음사가도 그 잔치에 있었다. 그래서 요한은 마리아가 가나에서 한 일을 눈과 귀로 직접 목격한 사람이었다. 요한은 십자가 밑에서도 마리아와 함께 있었으며 두 사건을 충실하게 복음서에 기록하였다. 성전과 요르단 강에서, 아버지의 축복과 인가를 받은 우리 주님께서는 당신의 구원사업을 시작하셨다. 가나에서 주님께서는 인간 부모의 동의를 받으셨다. 후에 갈바리아의 혹심한 고독 속에서 아버지께서 그를 버리신 것처럼 보이는 어둠의 때가 오면 주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시편을 인용하실 것이다.

야훼여!
당신께서 힘이 되어 주시오니 우리의 왕이 기뻐합니다.
당신께서는 승리를 안겨 주시오니 크게 즐거워합니다. (시편 21, 1)

주님께서 어머니를 버리신 것처럼 보이는 또 한 순간이 올 것이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서 있는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먼저 어머니에게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하시고 (요한 19, 26)

가나에서 포도주가 동이 났을 때, 마리아가 포도주 담당자보다 더 손님들에 관심을 쏟는 걸 보면 흥미있다.
왜냐하면 포도주가 필요하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포도주 담당자가 아닌 마리아였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완전한 기도의 정신으로 자신의 신적인 아들에게 도움을 부탁하였다.
주님을 완전히 믿고 주님의 자비에 신뢰하면서 마리아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런데 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다 떨어지자
예수의 어머니는 예수께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알렸다. (요한 2, 3)

그것은 사적인 부탁이 아니었다. 마리아는 이미 충만한 기쁨을 찾고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중개자가 되셨다.
마리아는 단순한 방관자로 자처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다른 사람들이 곤궁에 빠졌을 때 혼쾌히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마리아는 어머니가 아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능력, 서로간의 사랑에 의해서 나온 특별한 능력을 사용하였다.
주님은 분명히 망설이면서 대답하셨다.

예수께서는 어머니를 보시고 "어머니, 그것이 저에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아직 제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요한 2, 4)

"그 일이 나와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신 말씀을 우선 생각해 보자.
이것은 우리말로 옮기기 어려운 히브리식 표현이다.
성 요한은 이 말을 문자 그대로 그리스어로 옮겼으며 불가따 라틴번역도 문자 그대로 옮겨서 Quid mihi et tibe 라고 했는데 그 의미는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그 일" 이란 말은 원래의 표현에는 없는 말이지만 뜻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우리말로 옮길 때 첨가한 것이다. 녹스 (Knox)는 의역을 해서 "왜 그 일로 저를 귀찮게 하십니까?" 라고 번역했다.

주님의 말 뜻을 보다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직 제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고 한 말을 생각해 보라. 여기서 "때"란 분명히 십자가를 가리키는 것이다. 신약성서에서 "때"라는 단어가 사용될 때는 언제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영광과 관련되어 사용되고 있다. "때"에 관한 언급이 요한복음에서만 일곱 번 나온다. 그 중 몇 가지를 여기에서 적어 본다.

그러자 그들은 예수를 잡고 싶었으나 그에게 손을 대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예수의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던 것이다. (요한 7, 30)

이것은 예수께서 성전에서 가르치실 때에 헌금궤가 있는 곳에서 하신 말씀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잡지 않았다. 때가 오지 않았던 것이다. (요한 8, 20)

그러자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이 큰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 (12, 23)

"내가 지금 이렇게 마음을 걷잡을 수 없으니 무슨 말을 할까? '아버지, 이 시간을 면하게 하여 주소서'하고 기원할까? 아니다. 나는 바로 이 고난의 시간을 겪으러 온 것이다. (요한 12, 27)

그러나 이제 너희가 나를 혼자 버려 두고 제각기 자기 갈 곳으로 흩어져 갈 때가 올 것이다. 아니 그 때는 이미 왔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니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아니다. (요한 16, 32)

이 말씀을 마치시고 예수께서는 하늘을 우러러 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의 영광을 드러내 주시어 아들이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여 주십시오. (요한 17, 1)


그러므로 "때" 라는 것은 십자가형과 부활과 승천을 통해 주께서 영광을 받으심을 가리킨다. 가나에서, 주님은 갈바리아를 가리키시며 구원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정해진 때가 아직 가까이 오지 않았음을 말씀하신 것이다. 어머니는 기적을 부탁하고 있고, 주님은 당신의 신성을 보여 주는 기적은 곧 당신의 죽음이 시작하는 것임을 암시하신다. 주님께서 사람들 앞에 하느님의 아들임을 드러내실 때 그들의 미움을 사실 것이다. 왜냐하면 악은 평범함은 관용해 줄 수 있지만 최상의 선은 견디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마리아가 부탁하는 기적은 주님의 구원과 연계되어 있음을 바로 알아 볼 수 있다.
그리스도의 생애 가운데서 두 번 주님의 인성이 고통의 짐을 지기를 꺼려하는 것처럼 보인 때가 있었다. 올리브 동산에서 주님께서는 가능하면 자기가 마셔야 할 불행의 잔을 멀리해 주시도록 아버지께 부탁하였다. 그러나 잠시 후 즉시 아버지의 뜻에 순순히 따르셨다.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주님은 어머님의 뜻을 대하면서도 분명히 주저하는 빛을 드러내셨다.

가나는 골고타의 연습이었다. 주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는데 대한 지혜와 특정한 이 시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지혜를 묻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주저하는 주님의 인성을 십자가에 순종케하는 문제였다. 아버지께서 주님께 공적인 죽음을 명하신 점과 어머니가 주님께 공생활을 명한 점은 서로 기막힌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두 가지 경우 다 순종이 승리한다. 가나에서 물은 포도주로 변화되었고, 갈바리아에서는 포도주가 피로 변화되었다.

주님은 어머니가 사실상 자기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자식을 전쟁터에 보내는 어머니는 거의 없다. 그러나 여기서 마리아는 사실상 당신 아들과 악의 세력과의 사생결단의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만일 주님이 어머니의 부탁에 동의한다면 주님의 죽음과 영광의 시간이 시작될 것이다. 하나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로부터고, 또 하나는 지상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이중 사명을 띄고 주님은 십자가를 향해 나아가신다.

주님께서 당신의 "때"를 시작하겠다고 동의하시자마자, 이제부터 어머니와 자기의 관계가 달라진다는 것을 즉시 말씀드렸다. 지금까지 사생활을 보내는 동안은 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로 통했으나 이제 주님께서 구원사업을 시작하셨기 때문에 마리아는 더 이상 그리스도의 어머니만이 아니고 주님께서 구원하신 모든 인간 형제들의 어머니시기도 한다.

이러한 새로운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주님께서는 마리아를 "어머니"라고 하지 않고 "보편적인 어머니" 또는 "여인" 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말은 구약의 빛 속에 살고 있는 자들에게 엄청난 의미를 주었다. 아담이 범죄하였을 때 하느님은 사탄에게 그의 후손과 "여인" 사이에 원수를 맺어 주겠다고 예언하셨다. 세상은 사탄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지상국가 (the City of Man)일 뿐만 아니라 신국 (the City of God)이기도 하다. "여인"에게는 후손이 하나 있었으며 그 후손이 결혼 잔치에 참석하고 있다. 이제 그 후손은 땅에 떨어져 죽고 새로운 생명으로 솟아 오를 것이다.

"때" 가 시작하는 순간 마리아는 "여인"이 되었다. 마리아는 육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영에 의한 다른 자녀들도 두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가 구원된 인류의 창시자인 새로운 아담이라면 마리아는 새로운 하와요 새 인류의 어머니가 될 것이다. 우리 주님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마리아는 주님의 어머니셨다. 또한 주님은 구세주셨기 때문에 마리아는 주님께서 구원하실 모든 사람들의 어머니이기도 하였다.

결혼식에 참석한 요한은 "때"의 절정을 이루는 갈바리아산에도 있었다. 요한은 주님께서 십자가상에서 마리아를 "여인"이라고 부르시고 또 "보십시오. 당신 아들입니다." 하고 마리아에게 이르시는 말씀을 들었다. 이제 요한은 마리아의 새 가족의 상징과 같았다. 주님께서는 나임의 과부의 아들을 살려주시며 "그를 그 어머니에게 주라"고 하셨듯이, 이제 십자가 위에서 주님께서는 다른 아들 요한과 그리고 구원된 인류 전체를 마리아에게 맡기심으로 당신 어머니를 위로하셨다.

부활하셨을 때 주님께서는 마리아에게 당신 자신을 되돌려 주시어, 그녀가 새로운 자녀들을 얻었기에 당신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 주셨다. 시므온이 성전에서 마리아에게 한 예언이 가나에서 확인되었다. 이제부터는 그 아들에게 관계되는 것은 무엇이나 자신에게도 관계가 되며, 자기 아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지러 가야할 운명이라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그리스도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신다면 마리아 역시 더 이상 단순한 예수의 어머니가 아니다. 구세주 예수께서 구원하실 모든 사람의 어머니로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스도께서 스스로를 "인자(人子)"라고 부르신 칭호는 온 인류를 얼싸안는 이름이다. 따라서 마리아는 이제부터 "인류의 어머니"라고 불리울 것이다.
주님께서 당신 때를 시작하셨을 때 마리아가 주님 곁에 있었듯이, 그 때가 마지막 정점에 도달하셨을 때도 마리아는 주님 곁에 있게 될 것이다. 마리아가 주님을 열두 살 때 성전에서 데려오셨을 때는 아직 주님의 때가 오지 않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때 주님께서는 마리아에게 순종하여 그녀와 함께 나자렛으로 돌아가셨다. 그러나 지금은 당신 때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면서도 마리아가 그 때를 시작하도록 명하자 주님은 그대로 복종하셨다. 가나에서 마리아는 죄인들에게 주님을 구세주로 주었으며, 십자가 위에서 주님은 죄인들에게 마리아를 피난처로 주셨다.

주님께서 당신의 첫 번째 기적으로 당신의 십자가와 죽음이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며 마리아는 이제부터 고통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암시하셨을 때 마리아는 즉시 포도주 담당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의 어머니는 하인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일렀다. (요한 2, 5)

얼마나 뛰어난 고별사인가! 성서에서는 더 이상 마리아의 말씀이 나오지 않는다. 마리아의 말은 성서에 일곱 번 나오지만, 그리스도께서 신성(神性)의 찬란한 광채 속에서 태양처럼 당신 자신을 보여 주셨기 때문에 요한이 나중에 그녀에 대해 묘사한 것처럼 마리아는 달처럼 기꺼이 빛을 잃는다.

여섯 개의 물항아리가 채워졌으며 그 양은 백이십 갈론쯤 되었다. 리챠드 크라쇼(Richard Crashow)는 이렇게 멋있는 표현을 썼다. "의식을 가진 물이 그 하느님을 보자 얼굴이 붉어졌다." 첫 번째 기적은 창조와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말씀"의 능력으로 이뤄졌다. 주님께서 만드신 포도주가 너무도 훌륭해서 신랑은 포도주 담당자로부터 비난을 샀다.

"누구든지 좋은 포도주는 먼저 내놓고 손님들이 취한 다음에 덜 좋은 것을 내놓는 법인데
이 좋은 포도주가 아직까지 있으니 웬일이오!" 하고 감탄하였다. (요한 2, 10)

진짜 좋은 포도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때까지 계시의 전개과정을 볼 때 덜 좋은 포도주는 예언자들, 판관들, 왕들,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모세, 여호수아로서 이 모든 사람들은 민족들이 기대하던 분의 기적을 기다리는 물과 같은 존재들이었다. 세상은 일반적으로 가장 좋은 기쁨을 먼저 주나, 그 후에는 찌거기와 쓴 맛만 남는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순서를 뒤바꿔서 단식 후에 잔치를, 십자가형을 받은 후에 부활을, 성금요일의 슬픔 뒤에 부활 주일의 기쁨을 주신다.

이렇게 예수께서는 첫 번째 기적을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서 행하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를 믿게 되었다. (요한 2, 11)

십자가는 어디에나 있다. 아무나 긴장을 풀면서 양 팔을 쭉 내뻗을 때 그는 자기도 모르게 인자가 이 세상에 오신 이유를 나타내는 형상을 나타나게 된다. 가나에서도 십자가의 그림자가 "여인"에게 드리워졌으며, "때"를 알리는 첫 시계종 소리는 사형집행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들렸다. 그리스도의 생애에서 발생한 그밖의 모든 사건을 볼 때 항상 십자가가 먼저 왔고 그 다음에 기쁨이 뒤따랐다. 그러나 가나에서는 결혼식의 기쁨이 먼저였다. 그것은 신랑과 구원된 인류라는 신부의 결혼식을 뜻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쁨을 누린 후에야 십자가가 그러한 환희의 조건임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주님께서는 광야에서 거부하셨던 일을 결혼잔치에서는 행하셨다. 사탄 앞에서는 거부하셨던 일을 사람들이 빤히 지켜보는 데서 행하셨다. 사탄은 주님께 경제적인 메시아가 되도록 돌을 빵이 되게 하라고 요구했다. 마리아는 주님께 구세주가 되도록 물을 술로 변화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사탄은 죽음을 피하도록 주님을 유혹했으며, 마리아는 죽음과 부활로 나가도록 주님을 "부추겼다"

사탄은 그리스도를 십자가로부터 떼놓으려고 애썼지만, 마리아는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향해 가게 하였다. 나중에 주님께서는 사탄이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한 빵과, 당신 어머니가 결혼잔치 손님들에게 포도주가 필요하단 말을 들으시고 둘다 당신 수난과 죽음의 기념이 되게 하셨다. 그리고 "세상 끝날 까지" 이 기념을 새롭게 하도록 명하셨다. 그리스도 인생의 대응송이 계속해서 울려퍼진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살기 위해 이 세상에 왔지만, 그리스도는 죽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

출처 : [그리스도의 생애] - 5. "때"의 시작
글쓴이 : 시냇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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