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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 ,,, / 이기양 신부님 ~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

 

 -이기양신부-

 

복 음 : 루카 14,25-33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입시철이 다가온 모양입니다.

성당 마당의 성모님 앞 촛불이 연일 빈틈 없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간절히 기도하는 부모님들의 모습도 자주 뵙게 됩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특히 입시철이 되면 부모들은 자녀가 최선을 다해서

능력 이상의 결실을 맺기를 기도하고 좋은 점수를 얻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기를

끊임없이 갈구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오늘 예수님께서 주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따르라는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루카14,26-27)

 

 

예수님의 이 말씀에 우리는 즉시 이렇게 반응할지 모릅니다.

“아이고, 주님, 버릴 수 없습니다. 좋은 점수를 반드시 받아야 하고,

원하는 대학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모든 것을 버리고 따르라고 하십니까?”

 

 

아마 예수님의 말씀이 아예 귀에 안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더욱 조바심을 내고 또 수많은 희비가 교차됩니다.

시험을 잘 보았는지 못 보았는지에 따라 감정의 폭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지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이런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당신을 따르라는 주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어렵고 힘든 중에도 하느님을 믿고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겪게 되는 많은 희로애락, 또 번뇌와 희비는 대부분 내가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시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우리 인간들이

스스로 만드는 것임을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확인하게 됩니다.

 

 

지금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을 향해 가고 계십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서 돌아가시는 고난의 길을 향해 가고 계시는 것이지요.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수난을 향해 묵묵히 가고 계시는데

그 옆에서 제자들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스승인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면 나는 이 자리를 차지하고,

베드로는 제일 높은 자리를, 또 누구는 둘째, 셋째 자리를…하면서

완전히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지요.

 

 

예수님께서는 코앞에 닥친 십자가의 고통에 말없이 힘들어하고 계시는데

제자들은 전혀 다른 생각으로 따라오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런 제자들을 야단치시지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단지 이렇게 말씀하실 뿐입니다.

 

“나를 따르고자 하면 세상의 모든 명예와 영광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마저 버리지 않으면 안 되며,

부모와 처자까지도 미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나서 당신을 따르라고 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사제인 저 뿐만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살면서 진정 풍요로운 축복을 원한다면

나의 뜻은 접어야 합니다.

내 뜻을 접지 않으면 내 뜻대로 하고 싶은 욕심이 끝없이 갈등을 만들어내고

그 욕구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까지도 힘들게 할 것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 뜻을 꺾는 것인데

우리는 오히려 내 뜻이 이루어지기를 고집하며 항상 그 수준에 머물러서

스스로 갈등을 만들어내고 힘들어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모든 것을 접고 하느님의 뜻 안에서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나의 뜻을 접는 것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항상 더 완전한 것을 주신다는 것을

우리는 확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인생에서 실패는 전혀 없이 성공만 계속되고 좋은 일만 이어지기를 바라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그렇게 이어질 수가 없지요.

최선을 다했는데도 생각보다 못한 결실, 빈약한 결실이 맺어졌을 때

자녀들은 실망하고 좌절합니다.

 

이런 어려움이 닥칠 때 삶의 경험이 풍부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참다운 길을 가르쳐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자녀 앞에서 더 화를 내며 실망하는 부모가 되지 말고,

더욱 노력하여 시련을 극복했을 때 보다 더 성장할 수 있고 더 크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공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드시 어려움과 실패를 겪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려움이나 실패를 맞고 겪으며 어떻게 그것을 이겨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모습이 확연히 구분되게 됩니다.

 

 

이스카리옷 사람 유다는 은돈 서른 닢에 스승인 예수님을 배반하였고,

시몬 베드로 역시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외면하고 도망쳤습니다.

 

 

똑같이 배반의 길을 간 것이지요.

그러나 후에 시몬 베드로는 모든 것을 뉘우치고 다시 예수님의 뒤를 따라서

수제자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고, 이스카리옷 사람 유다는 배반이라는 시련을 놓고

다시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결론을 내려 죽음이라는 막다른 길로 가고 말았습니다.

 

똑같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결말은 하늘과 땅 차이였던 것입니다.

 

 

사람이 성장하는 바탕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의 욕심과 내 뜻만을 끊임없이 추구하다가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지 않으면 결론은 항상 나락인 것입니다.

 

모두가 다 좋은 결과를 맺으면 좋겠지만 꼭 그렇게 되어지지 않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이럴 때 인생의 경험이 풍부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쳐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자녀들의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지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따르라고 단호하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내 자녀 안에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할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서울대교구 이기양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