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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사순 제5주간 화요일 복음 묵상 / 기경호(프란치스코) 신부님 ~

    

사순 5 화 요한  8,21-30(15.3.24)


나를 보내신 분께서는 나와 함께 계신다.”(요한 8,29)


 

 

Jesus, the Father's Ambassador

 

                        

그리스도인 삶의 세 가지 목표  

 

우리는 무엇인가를 추구하면서도 뚜렷한 목표 없이 그저 살아갈 때가 있다. 영성생활이야 당장 물질적인 부귀영화를 손에 넣어주는 것도 아니다보니 더더욱 의식없이 살기 쉽다. 오늘 복음에서 그 목표를 찾아보자. 요한복음은 1-12장까지 일곱 가지 표징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13-20장까지 십자가 사건, 부활, 승천을 중심으로 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말하고 있다. 오늘의 대목은 바로 전반부 예수님의 가르침 가운데 예수님의 수난 신비의 절정을 드러내 주고 있다. “나는 간다.”(8,21)라는 서두의 표현이 이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요한복음에서 이 표현은 예수님의 죽음을 의미한다. 곧 아버지께로 간다는 것은 예수님의 자발적인 선택으로서의 죽음이요, 전적인 자기 봉헌이다. 어디로 가는가? 어디에 마음을 두는가? 우리는 이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그에 대한 전인격적인 응답을 해 나가야 한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 “당신이 누구요?”(8,25) 하고 물었다. 그들은 진리이신 그분이 누구이신지를 알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답답한 심정으로 “처음부터 내가 너희에게 말해 오지 않았느냐? 나는 너희에 관하여 이야기할 것도, 심판할 것도 많다. 그러나 나를 보내신 분께서는 참되시기에, 나는 그분에게서 들은 것을 이 세상에 이야기할 따름이다.”(8,25-26) 하고 응답하시면서 자신에 대해 말씀하셨다. 자신의 신원에 대한 이 말씀은 바로 우리가 살아나가야 할 세 가지 삶의 목표를 제시해 주고 있다.

적대자들은 예수님께서 높이 들어 올린 뒤에야 그분을 알게 될 것이다. 여기서 ‘들어 올린다’(?φ?σητε)는 말은 부활과 승천까지를 준비하는 사건으로서의 예수의 십자가에 못박히심을 말한다. 이는 바로 믿음 안에서의 예수님을 보내신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자발적이고 완전하고 ‘지속적인’ 순종을 뜻한다. 이러한 순종은 바로 전인격적인 자기 봉헌이요 철저한 자기희생이며, 죽음에까지 이른 사랑의 몸짓이다. 그분만을 바라보고 그분만으로 만족하며, 그분께 온전한 믿음을 두고 그분의 말씀대로 움직이는 삶이다.

“나를 보내신 분께서는 나와 함께 계시고 나를 혼자 버려두지 않으신다.”(8,29) 곧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 그것이 바로 우리 삶의 목표임을 가르치신다. ‘하느님과 함께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필리 2,12) 하느님께 마음을 두고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그분께 자신의 삶을 맡기며 살아가는 삶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두려움은 두 가지 두려움이다. 하나는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이요, 다른 하나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라 할 수 있다.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을 가지라는 것은 그분의 엄청난 사랑 앞에 경외심을 가지라는 것이요, 자신에 대해 두려워한다는 것은 자신의 나약함과 죄를 인정하며 선 자체이신 하느님과의 그 큰 거리를 의식하며 하느님 앞에서 겸손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언제나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8,29)라고 말씀하신다. 곧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일을 항상 행하는 것’이 또한 우리의 할 일이다. 참으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들이 많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지만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행하고 그분의 말씀에 따라 생각하고 바라보고 움직이라는 것이다. 하느님의 뜻은 사랑을 행하는 것이기에 하느님께 마음을 두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향하는 발길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것이야말로 하느님 앞의 참된 휴식이다. 하느님 안에서 쉰다는 것은 이렇게 하느님과 함께 계속적으로 호흡하는 것을 말한다.

오늘 복음에서 보여주신 예수님의 태도는 하느님께 대한 지속적인 순종,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그분과 함께 하는 것, 그리고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일을 끊임없이 행하는 것 이 세 가지가 바로 우리가 살아나가야 할 삶의 중요한 목표임을 가르쳐준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