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9일 부활 제6주일
2021.05.09.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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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요한 15,9)
예수님께서 당신의 사랑이 어디서 온 것인지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아버지에게서 받은 그 사랑과 다르지 않지요. 사랑은 하나입니다. 모든 사랑은 사랑이신 하느님 아버지에게서 흘러나옵니다.
사랑 자체이신 아버지께서 아드님을 얼마나 사랑하셨을지 관상합니다. 어줍잖은 말이나 설익은 글로는 감히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리 쉽게 표현할 수 있다면 아직 그 사랑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에게서 받은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우리에게 쏟아부으셨습니다. 사랑 앞에서 그분에게는 죽음도 깃털처럼 가벼웠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까지 전달된 아버지의 사랑을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요? 다 알 수 없지만 굳이 머무르려 한다면, 그저 우리가 살면서 받은 모든 사랑의 총합보다 크고, 가장 기억나는 감사한 사랑보다 더 진할 거라고 짐작할 뿐입니다. 고작 그 정도에 머무를 뿐인데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감동이 솟아납니다. 사랑이 사랑을 기억하고 머무르는 우리를 휘감아 점령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
사랑은 아버지에게 예수님에게로 전달되어 멈춰버리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에게서 받은 그 사랑으로 제자들을 사랑하셨지요. 제자들이 받은 사랑은 스승 예수님의 사랑이면서 동시에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입니다. 그런데 이 사랑은 어딘가에 멈추어 고인 채로 남아있어서는 안 되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본성상 흐르고 흘러 분출의 근원이신 아버지께 되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제2독서에서 요한 서간의 저자는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합니다.
"사랑하는 이는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1요한 4,7-8)
우리가 주님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랑을 나눌 때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됨은 신분이나 지위, 재산이나 학식이 아니라 사랑으로 증명되는 실체입니다.
사랑이신 하느님과 연결된 존재는 본성상 이미 존재 자체로 사랑입니다. 사랑이 그에게서 흘러나와 세상을 물들입니다. 그런데 자기 자신의 방식이 아니라 사랑의 근원이신 아버지의 사랑, 예수님의 사랑으로 물들입니다. 사랑의 존재 안에는 이미 자기 자신이 따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의 자아가 사랑이신 하느님과 하나가 되어 사랑이 되어 가는 까닭입니다.
제1독서는 인간의 관습과 관념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 어떤 민족에서건 당신을 경외하며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은 다 받아 주십니다."(사도 10,34-35)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백성이라는 이스라엘 민족의 선민사상이 베드로 사도의 입을 통해 새로운 지평으로 확장됩니다. 이방인과의 만남은 물론 세례와 구원 가능성은 당시 유다인들에게 엄청난 파격이 될 이야기지요.
"우리처럼 성령을 받은 이 사람들에게 물로 세례를 주는 일을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사도 10,47)
인간이 사랑에 주저하니 하느님께서 직접 나서신 것이지요. 편견과 아집에 차 기존 전통과 관습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내딛는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성령을 보내시어 당신께서 친히 원하시고 허락하신다는 것을 보여 주십니다. 이제 인간에게는 순종만이 남습니다. 더 이상 "감히" 하느님의 사랑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과거에 별로 좋은 기억 없다고 씁쓸해하는 이라도 아직 의식하지 못할 뿐, 분명 삶의 구비구비마다 숨겨진 사랑의 보석들이 감춰져 있을 겁니다.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사랑을 받았건 그 사랑의 근원은 아버지십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나를 사랑해준 모든 이가 아버지에게서 받은 사랑을 내게 전해준, 아버지의 선물이었다니 말입니다.
그러니 가정과 공동체과 세상 안에서 사랑을 하는 우리도 아버지의 사랑의 메신저임이 분명합니다. 아무리 부족하고 모자란 죄인이어도 그렇습니다. 불결하고 미소한 겁쟁이여도 우리 눈길과 말과 손길, 그리고 기도는 아버지 사랑의 연장선입니다. 그 사랑을 받는 이도 우리처럼 하느님 사랑에 닿아 생명을 얻고 풍요로워지니, 온 세상은 그렇게 사랑으로 연결된 유기체입니다. 사랑이 우리모두를 엮어 하나가 되게 합니다.
사랑하는 벗님! 5월은 사랑의 계절이고 사랑하기 딱 좋은 달입니다.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감사하고 행복한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부활 주일이 깊어갈수록 우리 안의 사랑도 더 깊어지고 맑아질 겁니다. 아버지의 사랑 덕에 하나로 이어진 우리 모두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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