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5일 부활 제6주간 토요일
2021.05.15.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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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아버지 하느님과 아들 예수님의 관계를 알려 주십니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요한 16,23)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기도 드릴 때 당신의 이름으로 청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구원 역사의 시작 때부터 기도해 오던 대로 야훼 하느님께 청하되, 이제는 당신의 이름으로 청하라는 뜻입니다. 이는 '내가 대신 아버지께 말씀드려 줄 테니 아버지께 가지 말고 내게 오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유일신 야훼 하느님을 섬기는 유다인들에게 예수님은 신앙의 도전이 되었을 겁니다. 출신을 뻔히 아는 목수의 아들이 아무리 뛰어난 가르침과 기적을 행한들, 감히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니요. 이를 믿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하느님과의 관계성 안에서 예수님의 자리와 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또한 혼돈스러웠을 법합니다. 게다가 예수님은 율법에 그다지 목을 메지 않는 듯 보였지요.
예수님은 아버지와 인간 사이를 가로막고 새로 등장한 신이 아니십니다. 이스라엘이 믿어 온 하느님과 같은 분이시면서 그분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으로서 세상의 구원을 위해 파견되신 분이시지요. 이제 예수님의 이름은 아버지와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그리고 인간의 구원을 위한 아버지의 계획에서 없어서는 안 될 ,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된 것입니다.
겸손하신 하느님께서 아들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고, 겸손하신 아드님께서 아버지가 원하시는 것만 행하시기 때문입니다.
"바로 아버지께서 너희를 사랑하신다."(요한 16,26-27)
예수님의 이름은 인간사에 횡행하는 청탁 요건과 다릅니다. 바로 아버지께서 우리를 사랑하시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우리가 성령에 이끌려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며 당신께 다가갈 때 더 깊은 결속에로 우리를 데려가십니다. 기도는 삼위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아폴로가 등장합니다.
"이미 주님의 길을 배워 알고 있던 그는 예수님에 관한 일들을 열정을 가지고 이야기하며 정확히 가르쳤다."(사도 18,25)
아폴로는 성경에 정통한 달변가로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고 선포하는 유다인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새로운 길에 반대하는 유다인들이 기존의 하느님의 율법과 예수님의 가르침을 구분하고 대치시키는데 반해 아폴로는 성경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믿음에 투신하지요.
"성경을 바탕으로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심을 논증하면서, 공공연히 그리고 확고히 유다인들을 논박하였기 때문이다."(사도 18,28)
아폴로는 예수님이 성경에 기록된 분, 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이심을 믿고 선포합니다. 그에게 있어 야훼 하느님과 성자 예수님은 사랑이신 한 분 하느님이시기에 세상은 믿음에 있어 갈라질 필요가 없습니다. 성령께서 깨닫게 해주신 이 지혜는, 아버지의 사랑이 우리 곁에 머무르시면서 우리를 당신 사랑의 유대 안으로 데려가고 계심을 깨닫게 해 줍니다.
세상의 잇속은 나누고 구분하고 차별하는 데 익숙하지만, 주님은 우리를 조화와 일치, 통합으로 이끄십니다. 아버지는 기도할 줄 모르는 우리가 성령께서 가르치시는 대로, 그리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당신께 다가와 머무르고 청하고 사랑해 주기를 애타게 기다리시는, 우리의 사랑에 목마른 분이십니다. 기도 안에서 우리는 성부, 성자, 성령과 하나가 됩니다.
사랑하는 벗님!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며, 기도 안에 더욱 깊이 머무르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아버지께서 가장 큰 선물인 성령을 주실 것이니, "우리의 기쁨은 더욱 충만해질 것입니다."(요한 16,24 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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