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2일 부활 제7주간 토요일
2021.05.22.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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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를 온전한 자기다움으로 초대하십니다.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야? 너는 나는 따라라."(요한 21,22)
요한 복음사가가 전하는 예수님의 마지막 목소리입니다. 예수님에게서 자기에게 닥칠 일에 대해 들은 베드로가 이번에는 요한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나 봅니다. 예수님은 다른 이에 대해 묻는 베드로에게 아주 간결하고도 냉정하게 답을 주시지요.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냐?"
사실 모든 사람, 모든 피조물은 서로 상관이 있습니다.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느님의 창조 세계를 이어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먼저 각자가 저마다 하느님과 고유한 관계성 안에 존재하고, 이어서 서로간에 관계가 생겨나는 겁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하느님과의 관계성을 먼저 주목하라고 이르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는 나를 따라라."
"너는"에서 "는"은 주어 뒤에 붙이는 일반적인 주격 조사라기보다, 대상을 특정하고 강조하는 대조의 의미를 지닌 보조사로 보입니다. 다른 이가 어떻게 되든, 무엇이 되든 너는 그와 상관 없이 너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당신을 따르라는 의미지요.
사실 사람들은 다른 이가 어떤지 살피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정작 자신이 하느님에게서 어떤 은총을 받고 있는지 헤아리기보다 남이 무엇을 누리는지 곁눈질하고 비교합니다. 그러다 보면 시기와 질투, 분노 아니면 열등감의 늪으로 빠져들기 십상이지요. 그런 줄 알면서도 자꾸만 남에게 관심을 가지고 하느님의 편애의 흔적을 눈에 불을 켜고 찾으려 헛수고를 합니다. 자신이 받은 귀한 선물은 제쳐두고 말이죠.
실제로 베드로와 요한은 다른 길을 갑니다. 베드로는 열정적으로 교회의 기초를 놓으며 그리스도를 증언하다 순교하고, 요한은 자신이 절절히 체험한 사랑의 주님을 글로 꾹꾹 담아내어 세상에 그 사랑을 현재화하지요. 누구나 서로 비교할 필요 없이 각자의 고유한 부르심과 소명이 있는 겁니다. 비교와 질투는 그토록 소중한 소명을 훼손하고 약화시키는 무서운 악이지요.
성인은 온전히 자기다움을 사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성인은 하느님께서 창조 때 각자에게 심어 주신 모상성을 최대로 충만히 누리면서 이웃을 위해 발휘하고 사는 사람일 겁니다. 타인의 옷을 입고 타인의 가면을 쓰고서는 충만한 자기다움의 경지에 이르기 어렵지요.
제1독서는 사도행전의 끝부분으로 사도 바오로의 로마 체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나는 이스라엘의 희망 때문에 이렇게 사슬에 묶여 있습니다."(사도 28,20)
바오로 사도는 이스라엘의 희망인 메시아, 즉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다 동족 유다인들의 질투로 인해 결국 수인의 신분이 되었지요. 잘 나가는 출충한 바리사이였던 그로서는 꿈에도 예상 못했던 처지겠지만, 이미 하느님께서 당신 계획 안에 마련해 두셨던 그만의 소명이었던 겁니다.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히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가르쳤다."(사도 28,31)
사도들은 저마다 부르심 받은 곳으로 파견되어 열렬히 주님을 선포하다가 장렬한 순교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증거합니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를 통해 구원은 로마를 발판 삼아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갑니다. 각자의 소명이 저마다의 발걸음으로 주님의 빛을 온 세상에 퍼뜨리는 놀라운 여정이지요.
사랑하는 벗님! 부활시기가 막바지를 향해 가는 오늘, 우리는 누구의 얼굴로, 누구의 기대에 맞춰, 누구의 옷을 입고 살아가는지 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주님은 우리 각자에게서 다른 이의 모습을 바라지 않으십니다. 온전한 자기다움을 꽃피워 자기 안에서 하느님의 모상성이 충만할 때 우리는 성인이 되어 간답니다. 거룩한 성성의 여정을 걷고 있는 우리 모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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