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9.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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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깨어 있으라고 독려하십니다.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루카 12,36)
예수님께서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깨어 있는 종이 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십니다. 주인이 기척을 하면 그때가 언제이든 용수철처럼 반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영육의 촉수가 주인을 향해 완전히 열려 있어야 합니다.
"그 주인은 띠를 메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루카 12,37)
이것이 그 결과입니다. 주인과 종의 관계가 완전히 역전되어, 주인이 종이 되어 섬기고, 종이 주인처럼 섬김을 받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광경이 벌어지게 되는 겁니다. 이게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이야기일까요? 그 답을 제1독서에서 찾습니다.
"사실 그 한 사람의 범죄로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하느님의 은총과 예수 그리스도 한 사람의 은혜로운 선물은 많은 사람에게 충만히 내렸습니다."(로마 5,15)
먼저 죄가 왔고 그 다음에 구원이 왔습니다. 첫 아담의 불순종으로 죽음이 지배하게 되었지만, 새 아담인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으로 생명을 누리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이스라엘은 은총이 도래하였어도 알아 보지 못하였습니다. 죄의 짐을 지고 율법의 지배 아래 자신을 묶은 채 구원의 해법을 율법에서 찾으려 골몰하는 동안, 새로운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익숙하고 안전한 옛것에 취해 깨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죄가 많아진 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로마 5,20)
죄로 얼룩져 죽음을 향해 달리는 인간의 비참이 하느님의 자비를 움직였습니다. 죄와 죽음에 신음하는 인류에게 창조 때의 온전함, 첫 범죄 이전의 생명을 회복시켜 주시기 위해 하느님께서 은총을 내리셨지요. 당신 백성을 만나시기 위해 혼인 잔치에서 숨가쁘게 달려오신 주인이 바로 우리 하느님이십니다.
"주님, 보소서, 당신 뜻을 이루려 제가 왔나이다."(화답송)
새 아담이신 예수님은 당신을 알아보는 이들, 구원을 갈망하며 메시아의 도래를 열렬히 기다리던 이들과 더불어 구원의 여정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분은 보통의 주인들과 다르게, 당신을 고대하다 맞이하게 된 이들을 되려 섬기시면서 자신을 낮추셨지요. 복음 속에 언급된 '주인답지 않은 주인'의 모습으로요.
그 결정적인 때가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많은 이들이 천 년 만 년 살 것처럼 미래를 걱정하며 경쟁하고 모으고 쌓으면서 삽니다. 그런데 물질과 육체에 명민하게 깨어 있다 보면 영적 사정에는 무뎌지기 마련이니, 누구를 기다려야 하는지, 왜 기다리는지조차 잊고 영혼은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지요.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를 각성시켜 주십니다. "늘 깨어 기도하라."(복음 환호송)라고요.
언제라도 주인이신 분을 기쁘게 맞이하려 깨어 기도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오시는 주님을 맞아 우리도 행복하고, 기다리는 우리를 보시는 주님 또한 더욱 행복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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