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0.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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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가 누구의 종인지 물으십니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루카 12,42)
집사는 압니다. 주인이 왜 자기를 다른 종들에게 봉사하는 자리로 불렀는지,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이미 주인의 말과 행동을 통해 배웠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충실하고 슬기롭게 제 역할을 수행하면서 맡겨진 종들에게도 유익을 주겠지만, 거기에 더해 차츰 주인을 닮아갈 겁니다. 그것이 그에게 허락된 가장 큰 선물일 것이지요.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우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히 합니다.
"여러분이 전에는 죄의 종이었지만 이제는 ... 죄에서 해방되어 의로움의 종이 되었습니다."(로마 6,17-18)
복음에서 보듯, 집사는 주인의 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인의 뜻을 토대로 자기가 무얼 해야 하는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죄의 종이었을 때는 재물과 육의 질서에 묶여 살아갔고, 율법의 문자에 매달려 사고하고 행동했습니다. 단죄와 심판이 앞섰고 쾌락과 욕정에 타인을 희생시키며 자신을 드높였지요.
"여러분은 율법 아래 있지 않고 은총 아래 있습니다."(로마 6,14)
반면 은총 아래 있는 의로움의 종은 다릅니다. 복음 속 주인의 바람처럼 그는 맡겨 주신 다른 종들에게 제때에 양식을 내주며 충실하고 슬기롭게 일을 처리합니다. 그 일이 바로 주인의 일이기 때문이고, 주인이 그걸 바라시니 순종할 따름입니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루카 12,48)
율법과 전통의 그늘 아래서 태어나 숨 쉬고 교육받으며 살아온 구약의 백성 중에서,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그분을 믿고 그분의 제자가 된 이들은 말하자면 더 많이 받고 더 많이 맡기신 사람들입니다. 문자를 넘어서 의미로, 형식을 넘어서 정신으로 모험을 시작한 이들이지요.
그들은 새로운 생명의 주인이 하셨듯 단죄가 아닌 포용으로, 심판이 아닌 용서로 맡겨진 이들에게 헌신하라고 부르심을 받은 겁니다.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먹이고 키우고 돌보는 주인의 자비와 사랑을 따라하다가 닮아가고 닮아가다가 끝내 하나 되는 사람입니다.
오늘도 의로우신 주인 마음에 순종하여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으로 살아가시길 기원합니다. 주인께서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예상하지 못한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느닷없이 오시더라도 사랑의 상태에 머물러 사랑을 살고 있다면 그 해후의 순간이 얼마나 행복할런지요! 은총 아래서 의로움의 종으로 살아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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