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일 연중 제5주간 토요일
제1독서
<주 하느님께서는 그를 에덴 동산에서 내치시어, 흙을 일구게 하셨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3,9-24
9 주 하느님께서 사람을 부르시며, “너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10 그가 대답하였다.
“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
11 그분께서 “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일러 주더냐?
내가 너에게 따 먹지 말라고 명령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따 먹었느냐?” 하고
물으시자, 12 사람이 대답하였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
13 주 하느님께서 여자에게 “너는 어찌하여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하고 물으시자,
여자가 대답하였다. “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따 먹었습니다.”
14 주 하느님께서 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너는 모든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에서 저주를 받아
네가 사는 동안 줄곧 배로 기어다니며 먼지를 먹으리라.
15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
16 그리고 여자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네가 임신하여 커다란 고통을 겪게 하리라.
너는 괴로움 속에서 자식들을 낳으리라.
너는 네 남편을 갈망하고 그는 너의 주인이 되리라.”
17 그리고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너에게 따 먹지 말라고 명령한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었으니,
땅은 너 때문에 저주를 받으리라.
너는 사는 동안 줄곧 고통 속에서 땅을 부쳐 먹으리라.
18 땅은 네 앞에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돋게 하고 너는 들의 풀을 먹으리라.
19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
20 사람은 자기 아내의 이름을 하와라 하였다.
그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가 되었기 때문이다.
21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과 그의 아내에게 가죽옷을 만들어 입혀 주셨다.
22 주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자, 사람이 선과 악을 알아 우리 가운데 하나처럼 되었으니,
이제 그가 손을 내밀어 생명나무 열매까지 따 먹고
영원히 살게 되어서는 안 되지.”
23 그래서 주 하느님께서는 그를 에덴 동산에서 내치시어,
그가 생겨 나온 흙을 일구게 하셨다.
24 이렇게 사람을 내쫓으신 다음, 에덴 동산 동쪽에 커룹들과 번쩍이는 불 칼을 세워,
생명나무에 이르는 길을 지키게 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사람들은 배불리 먹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8,1-10
1 그 무렵 많은 군중이 모여 있었는데 먹을 것이 없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말씀하셨다.
2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3 내가 저들을 굶겨서 집으로 돌려보내면 길에서 쓰러질 것이다.
더구나 저들 가운데에는 먼 데서 온 사람들도 있다.”
4 그러자 제자들이 “이 광야에서 누가 어디서 빵을 구해
저 사람들을 배불릴 수 있겠습니까?” 하고 대답하였다.
5 예수님께서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이 “일곱 개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6 예수님께서는 군중에게 땅에 앉으라고 분부하셨다.
그리고 빵 일곱 개를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시며 나누어 주라고 하시니,
그들이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7 또 제자들이 작은 물고기 몇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예수님께서는 그것도 축복하신 다음에 나누어 주라고 이르셨다.
8 사람들은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았더니 일곱 바구니나 되었다.
9 사람들은 사천 명가량이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돌려보내시고 나서,
10 곧바로 제자들과 함께 배에 올라 달마누타 지방으로 가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정인준 파트리치오 신부의 강론말씀
“ 빵 일곱 개를 손에 들고 감사를 ”
에덴의 동산의 이야기는 뱀에게 속아 하느님께서 금하신 실과를 따먹는 것으로 마감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금한 실과를 왜 따먹었는지를 채근하십니다. 그러자 아담은 여자에게
여자는 뱀에게 그 탓을 돌리지요.
창세기 저자는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위기나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고통과 갈등에서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려는 심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주를 하다가 나무나 전신주를 스치고 지나가서 가까스로 큰 사고는 면했지만
나중에 뻔히 드러날 것도 잊고 그 사고의 현장을 피해 도주하는 심리가 사실 인간의 본성이겠지요.
거기에서 사람의 성숙이 드러납니다. 책임을 질 것은 지면서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사실 순간의 갈등을 갖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책임을 져야하는데 서로 다른 것에 탓을 두고 결국 뱀에게 이릅니다.
재미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뱀에게는 질문을 안 하시고 바로 벌을 내리신다는 것입니다.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너는 모든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에서 저주를 받아,
네가 사는 동안 줄곧 배로 기어 다니며 먼지를 먹으리라.”(창세 3,14)
그래서 하느님께서 여자의 후손과 뱀 사이에는 항상 갈등이 있어 사람은 뱀의
머리에 상처를 뱀은 인간의 발꿈치를 무는 관계가 될 것을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여인에게는 해산의 고통과 남자를 그리워하며 주위를 맴도는 고통을 벌로
주시지요.
남자에게는 가시덤불과 엉겅퀴사이에서 땀 흘리는 노동의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벌을 내시며 마무리 말씀하십니다.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19절)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비록 인간이 당신의 뜻을 거역하고 범죄를 저지른 댓가로
낙원에서 추방을 하시지만 알몸인 그들에게 가죽 옷을 해 입히십니다.
인간을 비록 진흙으로 빚어 만드시기는 하셨지만 사랑으로 창조하셨기 때문에
그들을 잊을 수가 없으신 것이지요.
진흙에서 하느님의 생명이 닿으면 사랑의 인간이 창조됩니다.
빵 몇 조각과 물고기 몇 마리가 주님의 손길과 감사의 기도가 닿으면
사천 명이나 먹일 수 있는 사랑의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배가 고팠는데도 먹고도 일곱 광주리나 남는 넉넉함과
기쁨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처럼 잔치에서 빠듯하게 음식을 장만하지 않고 넉넉함의 여유를 갖습니다.
그래서 오는 손님들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양껏 먹고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음식장사를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고지식한 우리 교우 중에 한 분이 식당을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그렇듯이 시작할 때는 다 잘 될 것 같고 개업식 잔치에 온 사람들은
다 덕담을 한 마디하며 축하의 마음도 전합니다.
그런데 그 집이 음식이 맛은 있는데 음식과 반찬이 넉넉하지가 않습니다.
이미 식당의 노하우를 아는 주위의 친구들이 한마디씩 거듭니다.
‘음식은 좀 남아야 해. 푸짐하게 내놔’ 그러나 그 친구는 친구들이
야속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우선 아까운 음식이 남는 잘못인 것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어떻게 밑지는
장사를 하느냐?’인 것입니다.
그 식당에 점점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좋은 자료를 쓰던 것은 좀 덜한 것으로 그리고 거기다가 양까지
줄어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식당은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카운터다운’하듯 시간을 다투어 닫았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불평보다는 감사해야 할 일이 더 많지요.
그 중에 하나가 진흙이나 먼지에 불과했던 내 자신이 이렇게 숨 쉬고
걸어 다니며 생활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렇지요.
그래서 우리는 매일 감사하고 기쁘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왕 베푸는 것이면 옹색하고 인색한 마음이 아니라 하느님을 닮아
넉넉한 마음을 갖고 살면 세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욕심을 버리지 못해서 그 족쇄에서 우리는 불평하고 비관하고 남을
추겨 세우기 보다는 깍아 내리며 살고 있습니다.
칭찬하고 기쁘게 살면 어디가 덧나겠어요?
그러고 보면 사람만큼 못난 존재도 없지만 저 들판의 토끼나 여우도 다 자기
앞가림하며 자연의 좋은 질서를 따르는데 사람만큼은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고
궁시렁궁시렁 거릴 일이 많은지요?
빵 몇 조각, 물고기 몇 마리로라도 감사의 기도를 바치신 주님의 모습을 닮아야 하겠습니다.
이제는 감사해야 할 일만 남았습니다. 이 신비스런 자연을 찬미해야 할 일만 남았습니다.
감사의 마음은 우리를 넉넉하게 해줍니다.
넉넉하게 나누려고 하는 마음은 우리를 풍요롭게 해줍니다.
이제는 밴댕이 소갈머리로 살 것이 아니라 손해를 보더라도 여유롭게 살아야겠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감사하며 주님을 찬미하는 멋진 토욜이 되어야겠습니다.
그리고 ‘토욜 밤 토욜 밤에’ 주님을 기다리며 주일을 준비합시다.
-정인준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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