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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사순 제 4주간 목요일 / 이수철 신부님 ~

사순 제 4주간 목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관계속의 삶

“소명과 책임에 최선을 다하는 삶”

 

 

 

“주님을 찾는 마음은 기뻐하여라.

주님과 그 권능을 구하여라.

언제나 그 얼굴을 찾아라.”(시편105,3-4)

 

 

 

사람은 섬이 아닙니다. 혼자서의 삶이 아니라 더불어 관계속의 삶입니다. 관계를 떠난 고립단절의 삶이 지옥입니다. 존재는 관계입니다. 애당초 관계를 떠나선 살 수 없는 인간입니다. 삶의 여정도 혼자가 아닌 더불어의 여정입니다. 예전 수도원을 찾았던 분과의 주고받은 문답도 생각납니다.

 

 

 

“여기가 천국입니다.”

 

“아닙니다. 자연환경이 좋아서 천국이 아니라 관계가 좋아야 천국입니다. 천국은 장소개념이기보다는 관계 개념입니다. 주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나와의 관계입니다. 무엇보다 삶과 공동체의 중심인 주님과의 관계가 우선입니다.”

 

 

 

과연 주님과 신뢰와 사랑이 날로 깊어지는 관계인지 자문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완전히 관계속의 존재임을 깨닫게 됩니다. 결코 고립단절의 혼자가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경우 예수님을 증언하고 있는지요! 모두의 기대를 가득 받고 있는 예수님의 소명과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을 증언하는 네 경우를 보여줍니다.

 

 

 

첫째, 요한의 증언입니다. 요한은 타오르며 빛을 내는 등불로 진리이신 주님을 증언합니다.

 

둘째, 요한의 증언보다 더 큰 증언은 아버지께서 예수님께 완수하도록 맡기신 일들이 주님을, 아버지께서 예수님을 보내셨음을 증언합니다.

 

셋째, 아버지께서 친히 예수님을 증언합니다. 아버지께서는 예수님의 삶자체를 통해 예수님을 증언하는데 무지로 인해 유대인들은 이를 보지고 듣지도 못합니다.

 

넷째, 영원한 생명을 가르쳐주는 성경이 예수님을 증언합니다. 주님은 성경이 증언하는 당신께 와서 생명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며 무지한 유대인들을 꾸짖습니다.

 

 

 

바로 우리가 믿는 분은 이런 예수님입니다. 다양한 관계속에서 당신이 받은 소명과 책임을 다하시는 예수님을 평생 배우며 일치를 추구하는 우리들입니다. 무엇보다 아버지와의 중재자로서 새모세 예수님의 위상을 이들 유대인들을 몰랐습니다. 탈출기의 중재자 모세를 정말 알았다면 새모세 예수님을 알았을 것입니다. 이들의 무지를 일깨우는 예수님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를 아버지께 고소하리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너희를 고소하는 이는 너희가 희망을 걸어 온 모세이다. 너희가 모세를 믿었더라면 나를 믿었을 것이다. 그가 나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바로 신명기에 나오는 모세의 말씀입니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 동족 가운데에서 나와 같은 예언자를 일으켜 주실 것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들을 위하여 그들의 동족 가운데에서 너와 같은 예언자를 하나 일으켜, 나의 말을 그의 입에 담아 줄 것이다. 그러면 그는 내가 그에게 명령하는 모든 것을 그들에게 알려줄 것이다.”(신명18,15-18참조)

 

 

 

그 아득한 옛날 새모세 예수님의 출현을 예고하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모세는 누구입니까? 모세를 보면 예수님이 보이고 예수님을 보면 모세가 보입니다. 중재자 모세의 역할이 오늘 탈출기에서 잘 드러납니다. 주님과 모세의 주고받은 기도와 같은 대화는 언제 읽어도 감동입니다.

 

 

 

“어서 내려가거라. 네가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온 너의 백성이 타락하였다...내가 이 백성을 보니, 참으로 목이 뻣뻣한 백성이다. 이제 너는 나를 말리지 마라. 그들에게 내 진노를 터뜨려 그들을 삼켜 버리게 하겠다. 그리고 너를 큰 민족으로 만들어 주겠다.”

 

 

 

온 이스라엘 백성의 운명이 중재자 모세의 손에 달린 형국입니다. 그러나 모세는 즉시 애원하며 주님께 매달립니다.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철부지 무지한 동족에 대한 사랑 때문입니다. 이런 모세에게 예수님의 모습을, 참된 사제이자 목자상을 보고 배웁니다.

 

 

 

“주님, 어찌하여 당신께서는 큰 힘과 강한 손으로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신 당신의 백성에게 진노를 터뜨리십니까?...타오르는 진노를 푸시고 당신 백성에게 내리시려던 재앙을 거두어 주십시오. 당신 자신을 걸고, 맹세하신 당신의 종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이스라엘을 기억해 주십시오.”

 

 

 

자기가 받은 소명과 책임에 최선을 다하는 하느님과의 백성들간의 유일한 중재자이자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인 모세의 백성을 살리려는 사랑의 노력이 눈물겹도록 고맙고 감동적입니다. 정말 참사람 하나 보는 듯 합니다. 하느님 없는 모세, 이스라엘 백성들 없는 모세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과 모세와 백성들이 하나된 공동운명체같은 모습입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유일한 중재자로 가교 역할을 하는 지도자 모세가 없다면...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이런 모세의 위상을 훨씬 넘어서는 우리의 유일한 중재자이며 구원자이자 영도자이신 새모세 예수님입니다. 새삼 우리의 영원한 희망은 이런 예수님뿐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이런 주님과 일치를 이루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오늘도 주님을 모시고 이웃과의 더불어 삶 중에 받은 소명과 책임에 최선을 다하도록 주님의 자비를 청합시다. 형제들과 더불어 성인들과 천사들은 물론 누구보다도 주님 친히 이런 우리의 빛나는 증언자가 되어 주십니다. 주님 친히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그들의 가슴에 내 법을 넣어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리라.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리라.”(예레31,33).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