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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수녀님의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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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빈 꽃병의 말 2 - 이 해인 빈 꽃병의 말 2 - 이 해인 꽃들을 다 보낸 뒤 그늘진 한 모퉁이에서 말을 잃었다 꽃과 더불어 화려했던 어제의 기억을 가라앉히며 기도의 진주 한 알 입에 물고 섰다 하얀 맨발로 섰다 아무도 오지 않는 텅 빈 가슴에 고독으로 불을 켜는 나의 의지 누구에게도 문 닫는 일 없이 기다림에 눈 뜨고 산다 희..
[스크랩] 빈 꽃병의 말 1 - 이 해인 빈 꽃병의 말 1 - 이 해인 꽃이여 어서 와서 한 송이의 사랑으로 머물러 다오 비어 있음으로 종일토록 너를 그리워할 수 있고 비어 있음으로 너을 안아 볼 수 있는 기쁨에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르고 싶은 나 닦을수록 더 빛나는 고독의 단추를 흰 옷에 달며 지금은 창 밖의 바람소릴 듣고 있다 너를 만..
[스크랩] 비밀 서랍 - 이 해인 비밀 서랍 - 이 해인 어린 시절, 혼자만의 비밀 서랍을 갖고 즐거워했던 것처럼 내 마음에도 작은 서랍이 있다 사랑과 우정과 기도 내 나름대로의 좌우명과 아름다운 삶의 비결을 모아둔 나의 비밀 서랍 누가 나를 좀 힘들게 하더라도 이 서랍에서 얼른 지혜를 꺼내 최선을 다하면 슬프지 않다 ♬편 지 ..
[스크랩] 비밀 - 이 해인 비밀 - 이 해인 겹겹이 싸매 둔 장미의 비밀은 장미 너만이 알고 속으로 피흘리는 나의 아픔은 나만이 안다 살아서도 죽어 가는 이 세상 비인 자리 이웃과 악수하며 웃음 날리다 뽀얀 외롬 하나 구름으로 뜨는 걸 누가 알까 꽃밭에 불밝힌 장미의 향기보다 더 환히 뜨겁고 미쁜 목숨 하나 별로 뜨는 사..
[스크랩] 비타민을 먹으며 - 이 해인 비타민을 먹으며 - 이 해인 "이제 수녀님도 건강을 좀 챙기셔야죠" 얼굴이 박꽃 같은 간호수녀가 앙징스런 통 속에 각종 비타민을 분류해넣으며 희게 웃는다 "이걸 드시면 감기도 몸살도 덜하실 걸요" 월화수목금토가 그려진 약통 속에서 빛깔 고운 알약 하나 꺼내 먹으며 신신당부한다 살아 있는 날까..
[스크랩] 고운새는 어디에 숨었을까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이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안뜰에 작은 꽃밭을 일구어 꽃씨를 뿌리고 싶다 손에..
[스크랩] 플라토닉 사랑 사 랑 - 이해인 우정이라 하기에는 너무 오래고 사랑이라 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다만 좋아한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남남이란 단어가 맴돌곤 합니다. 어처구니 없이 난 아직 당신을 사랑하고 있지는 않지만 당신을 좋아한다고는 하겠습니다. 외롭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
[스크랩] 나누어 가지는 향기 / 이해인 나누어 가지는 향기 / 이해인 기쁨은 날마다 내가 새로 만들어 끼고 다니는 풀꽃 반지 누가 눈여겨보지 않아도 소중히 간직하다가 어느 날 누가 내게 달라고 하면 이내 내어주고 다시 만들어 끼지 크고 눈부시지 않아 더욱 아름다워라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많이 나누어 가질수록 그 향기를 더하네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