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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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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제 5주간 수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오늘 미사의 말씀 안에서 우리는 마음속에 무엇을 간직해야 하는지 배웁니다.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마르 7,15). 바리사이, 율법 학자들과 전통 논쟁이 끝난 뒤 예수님께서 군중을 가까이 불러 말씀하십니다. 음식이나 사물, 심지어 사람에게까지 부정과 금기의 프레임을 씌워 구분하는 못된 행위를 지적하시는 겁니다. "모든 음식은 깨끗하다고 밝히신 것이다"(마르 7,19). 이 말씀을 바꾸어 표현하면, 모든 피조물은 깨끗하고, 모든 인간은 깨끗하며, 하느님의 말씀에서 나온 모든 존재는 깨끗하다는 것입니다. 불결함과 부정함의 요인은 외부에 있지 않고 각자의 내면에 있습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
~ 연중 제 5주간 화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오늘 미사의 말씀들 안에서는 하느님의 것과 인간의 것이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합니다. "너희는 너희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하느님의 계명을 잘도 저버린다"(마르 7,9). 예수님의 몇몇 제자가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다고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이 예수님께 이의를 제기합니다. 이에 예수님은 하느님의 것(계명)과 사람의 것(전통) 사이의 질서를 바로 세워 주시지요. "성경"(마르 7,6) "하느님의 계명"(마르 7,8) "하느님의 말씀"(마르 7,13) 예수님께서는 모든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장 중요하며, 삶과 예배의 근간이 되는 본질을 일러 주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서 친히 내리신 "계명"을 받은 민족으로서, 예언자를 통해 들려주시는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는 이들이며, 그 기록인 ..
~ 연중 제 5주간 월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우리 인간은 '생로병사' 하게 운명지워져 있습니다. 태어나서 늙고 죽는 것까지는 다 받아들이고 수긍하겠는데, 왜 꼭 병이 들어야만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갈수록 의술이 좋아져 평균수명이 많이 길어졌지만 병원마다 왠 환자들이 그리 많은지요. 뭐 기계도 오래 쓰면 고장이 생기고 부속을 새로 갈아끼워 넣어야 하듯이 오랜 세월 잘 사용했으니 고장날 만도 하지요. 이런 노화를 겪으면서 여기저기 고장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태어나자마자 병원신세를 지는 아이들, 아직 한참 젊은 나이에 중병에 걸린 사람들, 우울증과 조현증, 치매와 신종 바이러스에 걸려 삶이 파괴되고 있는 사람들... 왜 하느님께서는 당신 모습대로 창조하시고나서 "보시니 좋더라"(창세 1, 10.12.18)고 하신 사람..
~ 연중 제 5주일 / 오상선 신부님 ~ 부르심을 받는 이에게 필요한 조건 중 아주 중요한 덕목은 바로 올바른 '자기인식'입니다. 부르심을 받고 하느님을 체험하거나 하느님의 놀라운 손길을 체험하게 되면 나오는 첫번째 반응은 자신이 부당한 죄인이라는 깨달음입니다. 앞서 우리는 더러운 영들이 돼지떼 속으로 들어가 물에 빠져죽은 놀라운 일을 목도한 게라사인들에게서도 본 바가 있습니다. 그들도 "저희에게서 떠나달라."고 하였었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보여주신 놀라운 기적 앞에 베드로도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 5,8) 베드로가 정말로 주님께 떠나달라고 한 걸까요? 진심으로 그랬다기보다 그만큼 죄와 흠 투성이인 자기 모습이 주님께 누가 될만큼 어울리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에 나온 말이겠지요..
~ 연중 제 4주간 토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오늘 미사의 독서들 안에서 우리는 각각 다른 말씀들로 표현된 하나의 본질을 만납니다. 그 본질은 바로 사랑입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 첫 선교 여행을 떠났던 열두 제자가 이제 막 돌아와 스승님 주변에 모여듭니다. 피로도 잊은 채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보고"(마르 6,30)하며 그간의 희로애락을 나눕니다. 흥분이 좀 가라앉자 예수님은 그들에게서 피곤한 기색을 읽으십니다. 하느님 일의 마무리는 세상 창조 때 그러셨듯이 "안식"이어야 합니다. "따로" 이 분리는 제자들을 일과 관계와 성과주의로부터 떼어놓습니다. "외딴곳" 이 매혹적인 장소는 제자들을 하느님과 친밀히 머물게 합니다. "쉬어라." 이 쉼의 권고는 예수님의 짠한 연민의 사랑에서 나옵니다. 제자들이..
~ 연중 제 4주간 금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 우리는 두 명의 하느님 사람을 만납니다. 다윗과 세례자 요한입니다.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마르 6,18).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이 등장하시기 전에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준비시키는 소명을 이어갔습니다. 평범한 백성에서 임금에게까지 정의와 진실을 촉구하는 그의 목소리는 거침이 없었지요. 대부분의 이스라엘 백성은 그의 가르침과 경고를 받아들였지만 이미 견고한 기득권을 획득한 종교 지도자들과, 스스로 보편 윤리 위에 있다고 여기는 권력자들은 그를 불편해합니다. 그 대표적 인물이 바로 당대 최고의 권력이라 할 수 있는 헤로데, 헤로디아였습니다. "의롭고 거룩한 사람"(마르 6,14). 전혀 다른 가치관을 사는 사람에게까지 인정받기란 쉽지 않은 일임에도, 권력과 욕..
~ 연중 제 4주간 목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오늘 미사의 말씀들은 온 세상의 주인이 누구이신지를 강조하고 또 강조합니다.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마르 6,7). 악에 대한 권한은 본래 하느님의 것입니다. 성자이신 예수님께서 아버지로부터 파견되셔서 그 권한을 행사하시면서 이제 제자들에게도 그 권한을 나누어 주십니다. 예수님을 미처 만나러 올 수 없는 각 지방 곳곳의 사람들도 파견된 제자들을 통해 그 권한의 수혜자가 되도록 하시는 것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다윗 임금이 왕위계승자인 솔로몬에게 유언을 남기는 장면입니다. "주 네 하느님의 명령을 지켜 그분의 길을 걸으며 ... 지켜라. 그러면 네가 ... 성공할 것이다"(1열왕 2,3). 다윗이 아들에게 전하는 것은 국제 정세 읽는 법이나 외교술, 전쟁기술, 통치 노하우..
~ 주님 봉헌 축일 / 오상선 신부님 ~ 오늘은 주님봉헌축일이고 수도자들의 날입니다. 교회의 생명과 성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자신을 온전히 봉헌한 수도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수도성소를 많이 보내주시도록 청하는 날입니다. 또 수도자들은 오늘 자신의 봉헌서약을 갱신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저를 포함하여 내가 아는 수사님, 수녀님들에게 축하를 드리고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봉헌은 "받들어 바친다."는 뜻인데, 가장 귀하고 좋은 것을 바쳐야 참으로 봉헌이겠지요. 수도자들은 하느님 나라를 위해 자신을 송두리째 바친 사람들이지요. 사랑하는 부모형제와 연인을 포기하고, 재산과 부귀영화를 포기하고, 좋은 직장과 명예를 포기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정결과 가난과 순명의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합니다. 이렇게 봉헌은 내가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의 포기를 전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