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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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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제 33주간 금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오늘 미사의 말씀은 성전인 우리의 본성을 알려 주십니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루카 19,46)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예수님께서 성전에 들어가셔서 상인들과 환전상들을 쫓아내십니다. 하느님의 현존 장소인 성전이 그 본연의 거룩함을 잃고 돈과 권력으로 오염된 것이 노여우셨기 때문입니다. "강도들의 소굴"(루카 19,46) 예수님께서 강하게 일갈하십니다. 거룩함을 미끼로 백성을 착취하면서 성전에서 오가는 이권으로 재산을 불리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 백성의 지도자들을 꿰뚫는 말씀입니다. 양심이 찔리면 사람들은 대개, 뉘우치거나 역공격을 하거나 두 가지 양상의 반을을 보이기 마련인데, 성전 관리자들은 후자의 태도를 취합니다. 자기들의 불의한 치부를 들추신 예수님을 없애버리기로 모의한 겁니다..
~ 연중 제 33주간 목요일 / 오상선 신부님 ~ 평화를 빕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은 '주님의 평화'를 추구하라고 이르십니다. "오늘 네가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루카 19,42)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보고 우시며 말씀하십니다. 안타까움으로 애가 타시는 듯합니다. 하느님의 도성이며 평화의 도성인 예루살렘이 정작 평화에 대해 무지하다니요... 지금 이스라엘은 진정한 평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을 알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감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를 향해 활짝 열린 계시가 예루살렘의 눈에는 아직 봉인되어 있는 셈입니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루카 19,44) 바로 직전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지요. 사람들은 "호산나"를 외치며 ..
~ 연중 제 33주간 화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오늘 미사의 말씀은 구원 이야기입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어떠한 분이신지 보려고 애썼지만 군중에 가려 볼 수가 없었다. 키가 작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질러 달려가 돌무화과나무로 올라갔다."(루카 19,3-4) 오늘 복음은 예수님을 보고 싶어하는 한 사람을 주목합니다. 이스라엘 민족 가운데 죄인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부유한 세리 자케오입니다. 군중보다 키가 작은 탓에 예수님을 제대로 볼 수 없자 자케오는 예수님께서 가실 방향을 미리 앞질러 달려갑니다. 그리고 나무 위로 오르지요. 한 도시의 세관장이 연배로 보나 지위로 보나 쉽게 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 건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일 겁니다. 자케오는 세상적으로도 참 열심히 살던 사람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무엇"을 열심히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돈과 이권을..
~ 연중 제 33주일 / 오상선 신부님 ~ 세계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는 오늘, 미사의 말씀은 "사람의 아들의 날"을 이야기하십니다. 제1독서인 다니엘 예언서와 마르코 복음에는 "사람의 아들의 날"의 두 국면을 보여 줍니다. 곧 구원의 얼굴과 재앙의 얼굴입니다. 여러분은 미사 독서들에서 어떤 얼굴과 마주하셨는지요? 구원에 대한 희망으로 기쁘셨나요, 아니면 심판의 두려움으로 불안하셨나요? "그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마르 13,27) 언제일지 아무도 모르는 그날은 해와 달이 빛을 잃고 하늘과 땅이 뒤흔들리는 엄청난 물리적 재해를 동반할 것입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다 해도 자연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는 우리는 미처 겪어 보지 못한 천재지변의 재앙과 변고에 당황하며 두려..
~ 연중 제 32주간 토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오늘 미사의 말씀은 기도의 자세와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십니다.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루카 18,1) 예수님께서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이르십니다. 기도에 요구되는 자세입니다. 많은 경우 기도한 내용에 대해 즉각적으로 응답을 받지 못하면 실망해서 기도를 중단하거나 분노하며 다른 신(?)을 찾아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지요. 하지만 기도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어느 부족의 기도 성공 비결처럼, 이루어질 때까지 지치지 않고 줄곧 드려야 하는 겁니다. "저와 저의 적대자 사이에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십시오."(루카 18,3) 비유 속 과부가 오만하고 무심한 재판관을 줄곧 찾아가 졸라댑니다. 누군가와 분쟁에 휘말린 듯한 그녀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올바른 판결"입니..
~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학자 기념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11.11.mp3 2.27MB 오늘 미사의 말씀은 지혜의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제1독서의 대목은 지혜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여러 차례 반복해 읽다 보면 지혜의 매력에 푹 빠져들어 헤어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영혼이 즐겁고 행복해집니다. 거룩, 청절, 자유, 평온, 섬세, 통찰, 광채... 지혜를 가리키려 골라낸 단어들이 얼마나 영롱하고 찬란한지, 가히 '지혜의 찬가'가 울려퍼지는 듯하지요. "지혜는 영원한 빛의 광채이고, 하느님께서 하시는 활동의 티없는 거울이며, 하느님 선하심의 모상이다."(지혜 7,26) 우리의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지혜이십니다. 구약에서 성경 저자들이 의인화한 지혜가 바로 육신을 취해 세상에 내려 오신 예수님이시지요. 지혜이신 예수님께서는 빛이신 아버지에게서 흘..
~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11.10.mp3 2.59MB 오늘 미사의 말씀은 감사하는 이에게 주어지는 축복을 들려 주십니다. "그들은 멀찍이 서서"(루카 17,12) 예수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실 때 한센병을 앓는 이들이 예수님을 알아보고 자비를 청합니다. "멀찍이"라는 표현에 당시 사회가 그들에게 가졌던 편견과, 그들 스스로 느꼈던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져 참 마음이 아픕니다.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루카 17,14) 예수님은 치유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으십니다. 멀찍이 거리를 두고 서 있는 그들을 존중해서 무작정 다가가지도 않으십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하신 말씀은 어쩌면 결과론적인 것입니다. 율법에 따라 악성 피부병을 앓는 이들의 발병 여부나 회복에 대해 확인을 해 주는 이가 사제였으니까..
~ 연중 제 32주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11.07.mp3 2.06MB 오늘 미사의 말씀은 봉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마르 12,43) 예수님께서 성전 헌금함 맞은쪽에 앉아 사람들이 헌금하는 모습을 보십니다. 당시에는 헌금함에 돈이 떨어지는 소리로 헌금의 액수를 가늠할 수 있었다고 하지요. 예수님께서 가난한 과부에게 주목하십니다. 부유한 이들이 당당히 큰돈을 넣는 와중에 차례가 된 그녀가 보잘것없는 가치의 렙톤 두 닢을 조심히 넣었습니다. 초라한 과부 차림새의 행색으로 단박에 그녀의 처지를 알아차리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까이 부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떤 시선으로 봉헌을 바라보시는지 알려 주시려는 겁니다.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